가족 일상

[영국일상] 앞집 Jen과 산책하며 나눈 이야기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25. 08:00

얼마전 내가 앞집 Jen과 산책을 하게 된 이야기를 적었는데, 실제로 산책을 하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곧 이어 적겠다고 하고는 오늘까지 미뤄지게 되었다.

사실 Jen과 산책하게 된 이야기를 적었던 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Jen과 나눈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앞집 여자와 산책하며 나눈 이야기를 적는 게 뜬금없어 보여서 어쩌다가 Jen과 산책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설명하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 글을 하나의 글로 종결했었다. 

2022.02.04 - [영국에서 먹고 살기/일상생활] - [영국일상] 앞집 이웃 Jen에게 산책을 제의하다

 

[영국일상] 앞집 이웃 Jen에게 산책을 제의하다

앞집 이웃 젠(Jen)과 그 옆옆집 니꼴(Nicole)과의 점심 식사 12월 중순 어느날, 젠 옆옆집에 사는 니꼴이 앞집의 젠과 나에게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해서 셋이 함께 Ask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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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약속한 시간, Jen은 막내딸 Lily(위 사진의 개)를 데리고 현관을 열고 나왔다. 

'예에~릴리도 같이 가면 어색하지 않겠다!'

난 너무 기뻤다.  릴리가 정말 예쁜 개라서 릴리가 보고싶기도 했다.  또,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건 어릴 때 잠시 사촌네 개 해피를 돌봐줄 때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외곽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개와 함께 뛰어논 적 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개와 함께 산책을 하다니!  이런 새로운 경험을!

젠과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처음 한 이야기는 틴틴이 이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나서 한 이야기는 바로 저 개, 릴리의 사고 이야기였다.

우리가 산책하기 몇 주전, Jen의 남편 에밀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 Jen은 윗층 방에서 방 정리를 하고 있었고, 큰 딸 칼리아도 뭔가 하고 있던 중에 막내 아들 윌리엄이 집 앞 골목에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놀고 있나 어떤가 보려고 문을 잠시 열었는데, 그 때 Lily가 문틈으로 달려나가버렸다고 했다. 

깜짝 놀란 윌리엄은 얼른 Jen에게 달려와서 릴리가 집을 나갔다고 소리쳤고, 깜짝 놀란 젠은 바로 내려와서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맨발로 골목을 마구 뛰어나갔다.  큰 길까지 갔는데도 릴리가 보이지 않아 이리 저리 둘러보는데, 길을 가던 차량 한대가 와서 서더니 혹시 너 개를 찾고 있냐고, 개 한 마리가 저 뒷편 어디서 차에 치여 쓰러져있는 걸 봤다고 했다. 

너무 놀란 Jen은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 에밀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그제야 자기도 신발을 신고 남편과 함께 좀 전에 이야기들은 곳으로 릴리를 찾으러 갔다. 

릴리는 쓰러져서 걷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머리를 다쳤는지 머리가 퉁퉁 붓고, 턱은 아래로 쭉 빠져서 입을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ㅠㅠ

개를 친 차는 그대로 가버려서 어떤 차에 어떻게 부딪히게 된 건지 경위도 알 수 없는 상태.  

젠과 그 가족들은 릴리를 데리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갔고, 동물병원에서는 이런 저런 검사를 해보더니 릴리의 머리뼈 안쪽 두뇌에 물이 차거나 하는 등의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를 해봐야 하니 인근에 더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고 한다. 

릴리는 차를 타는 걸 정말 싫어하는 개라서 사고난 상태의 릴리를 데리고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동물병원까지 가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했다. 

사실 앞집 제니퍼네는 재작년 초 차를 새 차로 바꿨다.  예전에는 살룬형(승용차) 자동차를 갖고 있었는데, 개를 데리고 다니기 위해 트렁크 공간이 길고 넓은 Estate 자동차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도 한번도 개를 데리고 외출하거나 외출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릴리가 차 타는 걸 그렇게 싫어해서 그랬다고 한다.  개 키우려고 차를 바꿨는데, 정작 그 개는 차를 싫어해서 차에 태우고 다녀본 적이 없다니!

그렇게 큰 동물병원으로 가서 이런 저런 검사를 했고, 다행히 뇌 수술을 해야 하거나 기타 큰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니퍼네가 받은 전체 병원비는 총 14,000파운드!!!! 한국돈으로 2,000만원쯤 되려나?  엄청난 돈이 나왔다고 했다.  

이 개 앞으로 들어둔 보험의 최대한의 보상금액이 7,000파운드(약 천만원)였는데, 한참 검사를 진행하던 중 직원이 나오더니 너희 개 앞으로 된 보험금을 이미 다 써버렸다고.  어떻게 하길 원하냐고 묻더랜다.

더 검사하고, 치료도 더 할래, 아니면 그냥 포기할래(=안락사)? 

하고 말이다. 

깜짝 놀란 제니퍼. 

그 때 남편 에밀은 "그러니까, 내가 개 키우지 말자고 했잖아!" 하는 반응. 

에밀도 사람이었다.  늘 웃고 친절한 에밀이지만 갑작스런 개 사고에, 저렇게 큰 돈까지 들게 생겼으니.  그리고 치료를 하더도 치료 수발도 해야 하고.  저런 말이 나오게 되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아, 에밀은 개 키우는 걸 반대했었어?"

하고 물으니, 제니퍼가 말하기를, 개를 키우는 건 반대했지만, 기왕 키울 거면 큰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건 에밀의 뜻이었단다.  Jen과 아이들은 작은 개를 키우기를 원했는데, 에밀은 안 키우면 몰라도 키울 거면 개 같은 개 "A dog DOG"을 원한다고 한 것이다.  Jen은 영국으로 오기 전 미국 집에서 골든 리트리버를 키웠었다고 해서 그래서 이번에도 골든 리트리버를 입양한 줄 알았더니, 이번에 똑같은 개를 키우게 된 건 순전히 에밀의 영향력이었던 것. 


어쨌거나, Jen은 치료비가 그렇게 든다고 해서 어떻게 생명을 포기하냐고.  릴리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에밀도 만 파운드 정도는 돈이 더 들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거 같다고 하며 치료를 충분히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큰 돈이 들게 생겼지만, 그래도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윌리암이 현관을 여는 바람에 개가 도망을 갔고, 윌리엄이 자기 자신 때문에 개가 사고를 당하고 결국 개를 잃게 되었다는 결말이 나게 되면 그게 윌리엄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을까봐 걱정이 됐다고 했다. 

자식에게 평생 지속될지도 모를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보다 돈이 들더라도 개도 치료하고,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가족으로서의 삶을 함께 해 나가는 게 아이에게도, 개에게도 모두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어쨌거나, 그리하여 Jen네는 약 천만원의 돈을 추가로 더 들여 릴리 치료를 마쳤고, 릴리는 어린 나이 덕분인지 아주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동네 산책을 다니고 있다. 

릴리는 이제 태어난지 2년이 좀 넘은 어린 개인데, 종 자체가 큰 개이다 보니 벌써 덩치가 제법 크고 무게도 상당히 나갈 것이다. 난 우리 아이들 무게도 감당하기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큰 개를 키우나.  틴틴과 나는 저 릴리가 저 덩치 유지하려면 먹기도 얼마나 많이 먹을 것이며, 똥은 또 얼마나 싸겠냐고, 우리는 아직 우리 애들 똥 닦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