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장을 보고 돌아왔어요.
첫째 출산 후부터 약 3년을 온라인 마트로만 장을 보다가 작년 봄부터는 매주 리들(Lidl)에 가서 장을 보고 있는데요. 장을 직접 보지 않다가 직접 보려니 이게 왜 이리 힘들고 시간이 아까운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안 해도 마트에 들러서 차를 대고 장을 보고, 계산해서 나오고, 물건을 다시 차로 옮기고, 카트를 다시 갖다두고 집에 돌아오면 사오십분은 훌쩍 넘기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거죠. 무거운 집을 들었다 놨다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도 정말 힘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을 직접 보러 갈 수 밖에 없는 저희의 처지! 그것은 바로바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적자에, 저축을 까먹는 생활을 지속해오기 때문이죠. 그게 아니었더라면 저희는 돈보다 시간이 중하다 하며 비싼 돈 생각하지 않고 편리한 온라인 장을 이용했을 거예요.
그런데 일단 리들을 이용해보고 나니 이젠 웨이트로즈(영국에서 제일 고가 마트)는 커녕 테스코(매우 평균적이라 할 수 있는 보통의 마트)도 갈 수가 없어요. 리들이 얼마나 저렴한지 몸소 느끼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장을 어제나 그저께 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미루다가 오늘 장을 봤습니다. 오늘이야 겨우 넘긴다 해도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주구장창 밥을 해대려면 재료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요즘 밥 먹는 게 좀 부실해 진 것 같다는 지적이 있어서(과연 이 지적은 누가 한 것일까요?!!), 지난주부터 아주 열심히 밥을 해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식재료가 매우 빨리 떨어져서 오늘은 장을 왕창 봐왔어요.
보기에는 그냥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이게 나름 카트를 가득 채운 양이었어요.
오랫만에 장바구니 한번 풀어볼까요?
이만큼~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니예요. 틴틴이 몇가지 항목들을 이미 창고에 넣은 후에 찍은거거든요.
자, 뭘 샀나 구경해보아요. 락토즈 프리 밀크(소화가 잘 되는 우유) 1리터짜리 4팩을 샀구요, 오트 드링크(우유대체품)도 하나 샀어요. 간 돼지고기 한팩, 간 닭고기 한 팩, 버거패티 4장, 국거리용 소고기 한팩, 라자냐 한 팩, 포도 한 팩, 라스베리 두 팩, 넥타린 두 팩, 자두 한 팩, 파, 호박, 유기농계란 24개, 기저귀 한봉지, 바나나, 사과 한봉지, 양파 한팩, 베이컨 4팩, 3색 피망 한봉지, 냉동새우 2팩, 연어 2팩, 귤 한상자, 리크 한 팩, 애들이 좋아하는 Jammy Wheels 두봉지, 애들 쌀과자 두 봉지, 애들 비스킷 두 봉지, 갈릭브레드, 감자 한봉지, 당근 한봉지, 설거지용 스폰지 한봉지, 부엌용 행주 두 봉지, 욕실 청소약 1통, 부엌 청소약 1통, 가지 하나, Rocket 샐러드 한봉지, 내가 좋아하는 Chives & Onion Twists 과자 한봉지, 방울토마토 한 팩, 틴틴이 좋아하는 감자칩 한봉지.
지금 보니 그릭요거트 4팩짜리도 하나 샀네요. 요즘 뚱이가 변비가 살짝 있는 거 같아서 요거트를 좀 열심히 먹여볼 생각입니다.
이 기저귀가 효자상품이에요. 저희가 잭 키울 때는 38개에 10파운드 하던 기저귀를 사서 썼었는데, 뚱이는 자그마치 64개에 4.49 파운드하는 기저귀를 쓰고 있습니다. ㅋㅋ 기저귀가 품질이 좋아요. 흡수도 잘 하고, 이상한 냄새도 나지 않고, 새지도 않구요.
생선요리를 하면 냄새가 나는 게 싫어서 제가 생선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오랫만에 스코틀랜드에서 났다고 하는 연어를 좀 사봤습니다. 오랫만에 애들에게 생선 요리를 좀 해주려구요.
오늘은 고기류를 워낙 많이 사서 돈이 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96파운드가 나왔는데, 10파운드 바우처 할인을 받아 86파운드를 내고 나왔습니다.
리들은 한달에 장을 본 게 누적해서 100파운드(16만원)가 되면 2파운드(3천원) 할인 쿠폰을 주고, 누적해서 200파운드(32만원)를 넘게 되면 자그마치 10파운드(16,000원!) 할인 쿠폰을 줘요. 대신 그 쿠폰은 발행된지 7일 안에 써야 합니다. 일주일 내에 다시 와서 우리 마트에서 돈을 써라, 그거죠.
저희 같은 4인 가족에게 한달 200파운드 장보기는 아무것도 아닌데, 매달 이렇게 총 12파운드씩 할인을 해주니 이 또한 정말 쏠쏠합니다.
이렇게 리들에서 저렴하게 장을 보며 먹고 살다 보니 돈을 정말 많이 아꼈어요. 예전 오카도나 웨이트로즈에서 장을 볼 때는 적어도 한 주에만 160-180파운드 정도씩은 장을 본 것 같은데, 지금은 한 달에 400파운드 내외로 해결이 되는 것 같거든요. 엄청나죠?
이러니, 리들이 저희 가족을 먹여살려주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친절하기까지 하니. 한번 가기는 번거로워도(겨우 차로 10분인데도!), 절대 다시 안 갈 수가 없는 고마운 마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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