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초딩키우기

[육아단상] 아이가 처음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3. 6. 8. 18:57

2023년이 되면서부터는 대부분, 거의 99% 남편이 첫째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있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2022년 1월 남편이 런던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게 되서 2022년 8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요.  당시 런던에 있는 직장을 잡기로 한 것은 코비드 상황이 좀 더 장기화되어서 당분간은 출퇴근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왠걸.. 당장 일주일에 하루씩 출퇴근을 해야했던 탓에 서둘러 런던 인근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이사를 진행하며 저랑 남편이 나눴던 얘기가, 막상 이렇게 이사하고 났더니 다시 재택만 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들어 6월 초가 된 지금까지 남편이 회사에 나간 것은 딱 하루뿐이라는 사실!  어쨌든 그 덕분에 매일 아침 남편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오고 있어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면 남편이 항상 저에게 보고를 합니다.

"오늘도 잘 들어갔어요." 

작년 여름까지 어린이집을 다니던 당시에는 매일 들어가기 싫다고 엄마 아빠 등 뒤에 숨어서 도망다니던 애가 학교를 시작한 이후로는 매일 잘 들어갑니다.

매일 있는 일상이지만 아이가 학교 교실로 잘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던 중 어제는 그러네요.

"오늘도 잘 들어갔어요.  참, 어제는 왠일인지 애가 처음으로 선생님한테 "굿모닝!" 하고 인사도 하고 들어갔어."

하질 않겠어요!!

"정말?!!! 진짜 인사를 하고 들어갔어?!!! 와아.... 드디어 인사를 했네!"

1년 38주간의 학교 생활을 5주 반 남긴 시기가 되어 처음으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며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는 소식!!!


아침마다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넣어주며 보면, 모든 아이들이 그러지는 않지만 "굿모닝!"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애들이 있어요.  저희도 항상 "좋은 하루 보내고 와.  선생님께 굿모닝 인사하고 들어가야지~" 하고 일러주지만, 입 떼지 않는 아이 입을 저희 마음대로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도 집을 떠날 때 항상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시키고, 집에 남아있는 저와 둘째 뚱이도 "안녕히 다녀오세요!" 인사를 하는데, 그 덕분일까요.  아니면 아이가 그새 나이를 더 먹고 학교와 선생님이 더 친숙해져서일까요.  스스로 먼저 "굿모닝!" 하고 인사를 건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반갑고 기뻤나 모릅니다. 

토요일이면 아이들이 런던한국학교를 갑니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와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아빙던에 살던 때보다 한국학교가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이에요.  아빙던에 살던 때는 옥스퍼드까지 차로 가야 해서 차가 안 막히면 20분, 차가 막히면 30분 걸리는 거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절반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학교가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기대 이상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이 한국학교에 다니면서 좋았던 것은 선생님께 인사하고, 친구들과 어울려지내고, 규칙에 따르는 것을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한국어 환경에서 편안하게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학교에 가는 것은 일주일에 토요일 오전 딱 한번이지만, 교실에 들어가면서 언제나 "안녕하세요!" 하고 허리숙여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갑니다.  한국학교에서는 그렇게 잘 되는 인사가 영국 학교에서는 왜 이렇게 안 될까 의아했는데, 그 안 되던 인사가 그저께는 됐다고 하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언젠가부터 남과 나를 비교하고, 남을 의식하고, 외부에서 제시하는 기대와 기준에 휘둘리며 힘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외부에서 제시하던 기대와 기준이 이미 어느정도 제 몸에 너무 깊숙히 체화되어 있어서 저도 모르게 어떤 기준과 잣대를 저 스스로에게 혹은 제 옆의 타인들에게 갖다댈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배워요.  이 한 아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떻게 남과 비교할 수 있나.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가 되지도 않는 것을.  그렇다면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  내 인생을 남과 비교할 것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고, 나는 온전히 내 인생 안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으며 살면 되는 것임을..

아이가 선생님에게 건넨 "굿모닝!" 한마디 인사말은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겠지만, 그 아이를 키우는 저에게는 이렇게 특별합니다.  굿모닝, 그 세 글자가 불편하고 어렵던 아이가 저 말을 스스로 하게 됐다는 것은 저에게는 대단한 발전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그걸 꼭 알게 해주고 싶어요.  너의 짧은 인사말 하나에도 네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기뻐했다는 사실을요.  아이가 살면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