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 생활

전국민을 조기교육하는 영국의 공교육: 부모 입장에서 좋은 점과 힘든 점

옥포동 몽실언니 2023. 6. 6. 21:18

저희 첫째는 만 5세, 영국에서 리셉션(Reception) 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리셉션은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기 전에 있는 1년간의 과정입니다. 

만 4세에 시작하는 영국의 공교육  

영국은 의외로 교육과정이 빠르게 시작됩니다.  만 3세가 되면 모든 아이들이 1주일에 15시간씩 널서리(유치원)를 다닐 수 있고, 만 4세가 되면 리셉션 학년에 진학해요.  주 15시간은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 수이지만, 만 3세라는 아이들의 연령을 생각하면 하루 3시간만 기관에 머물며 단체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기에 딱 적당해보이기도 하는 시간입니다.  1년간 그렇게 적응을 한 후, 만 4세가 되면 주 5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거죠.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놀란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시작된다는 사실이었어요. 

한국에서도 한때 조기교육 열풍이 불기도 했다가 요즘은 다시 어린이집에서 학습을 줄이고 놀이 위주로 운영되는 경향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취학연령이 만 6세로, 영국보다는 늦은 편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일찍부터, 그러니까 취학연령 이전에 아이에게 글자나 숫자 공부를 시킬지 말지 부모가 선택할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공교육이 일찍부터 시작되면서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적인 사항이 되고 맙니다.   어느 체제나 그렇듯 영국의 이런 시스템도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공교육이 만 4세에 시작되고, 그 이전인 만 3세에는 15시간 무상보육이 시작되면서 만 3세부터 모든 아이들에게 숫자 세기와 자기 이름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학습이 시작됩니다.  만 4세가 되어 학교를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아예 글씨 읽기를 배우게 되요.  

물론 학교에서 지도가 이루어진다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 학업 과정을 우수하게 잘 따라갈 수 있지는 않겠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만 4세부터 문자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좀 놀라웠습니다. 

좋은 점

아이를 학교에 보낸지 아직 만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볼 때 좋았던 점은 아이의 공부를 내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해준다는 점,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점, 학비가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오후 6시에서 7시까지 유치원을 다니다가 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하교 시간이 오후 12시에서 1시 사이인 것에 비하면 학교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주니 그건 참 좋습니다. 

힘든 점

이른 나이부터 "학교"라는 체제 속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다 보니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모두 조금씩 힘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고, 부모들은 부모대로 학교의 기대수준에 맞춰주느라 힘들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어린 아이들 데리고 공부시키랴 생활 지도하랴 힘든 것 같아요.  물론 힘든 과정 끝에 보람이 있는 것이겠죠.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또 다른 힘든 점은, 방학이 잦고 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살던 아빙던에서도 방학만 되면 이웃들은 양가 부모들이 번갈아가며 손주들을 돌봐주곤 했는데, 이 동네로 이사를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깝게는 같은 지역에, 멀게는 차로 2-3시간 정도의 거리에 조부모가 계신 경우 방학이면 아이들이 조부모댁으로 가거나 조부모님이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경우를 많이 봐요.  저희처럼 핵가족으로 살고 있는 경우 방학은 길고, 약간 적적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저희 첫째 잭이 묻더라구요. 친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거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 집으로 놀러 오기도 하는데, 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거냐구요. 참 안타까운 상황이죠. 


사실 방학이 긴 것이 부모에게는 체력적으로 좀 힘들고, 부모가 모두 일하는 경우 시간을 내서 아이를 돌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긴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좋아보입니다.  딱 적절해보이기도 해요.  6-7주 학교를 다니면 1-2주간 쉬었다 다시 학교를 가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적당히 힘들어질 때 쉬었다 갈 수 있어서 괜찮아보여요.


마지막으로, 어린 나이부터 학교를 통해 학습지도가 시작되니 어린 아이를 붙잡고 숙제와 공부를 시켜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좀 힘이 듭니다.  저희 아이는 남자 아이고,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앉아서 글자를 읽게 하고 글씨를 쓰게 하는 것이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앞으로는 어떻게 이 과정들을 헤쳐나가야 하나 걱정도, 고민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며 아이가 조금씩 배우고 있고,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글에서 고민을 토로했듯이, 저희는 현재 아이의 학습적인 측면보다 아이가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단체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급선무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학교 생활을 덜 힘들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 "덜 힘들게" 하는 걸 고민하냐면요..  앞서 말했듯이 아이가 학습시간에 충분히 집중을 잘 하지 못함으로 인해 학교에서 매번 부정적인 지적을 받으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지적을 받는 아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아이가 어린 나이에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 딴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을텐데, 조금이라도 아이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정말 일어났습니다.  다음에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