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두 아들의 수두와 병마로 3주간의 시간이 사라졌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3. 12. 5. 08:15

도대체 몇 달 만에 아이들이 자는 밤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보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계시던 여름 이후로 아마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아이들이 다시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나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을 틈틈이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2주간의 가을 방학을 맞았다.  그리고 그 방학이 끝나자 마자... 

둘째 뚱이가 수두에 걸렸다. 

듣기로는 방학 기간 중에 수두를 앓은 어린이집 원생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뚱이가 옮은 모양이었다.

작년, 잭 반에서도 수두에 걸린 아이가 있었고, 그 때 우리 잭과 뚱이의 몸에도 몇 개의 발진 같은 게 빨갛게 올라와서 우리는 그 때 우리 아이들이 가볍게 수두를 앓고 지나간 줄로만 알았다.  뚱이를 데리고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몸을 보였을 때, 수두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면서, 이게 몸 전체로 퍼지면 수두일 거고, 그렇지 않으면 수두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당시 뚱이는 팔, 엉덩이, 몇 곳에 빨갛게 났고, 잭은 다리와 등에 몇 개의 발진이 올라왔었다.  우리는 수두라고 믿고 수두의 가려움을 완화시켜주는 로션을 뚱이에게 발라줬고, 그러기를 사흘쯤 했더니 아이 몸이 깨끗해졌었다. 

지금도 그 때의 그 발진이 무엇이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두는 한번 걸리면 또 걸리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가을 방학 후, 개학을 하고 이틀째 되던 날, 아이 교복을 벗기는데 아이의 어깨에 빨간 무언가가 보였다.  이게 뭐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옷을 완전히 벗겨보니 어깨에 한 곳에만 나 있는 게 아니라 배에도 하나, 엉덩이에도 하나.. 드문 드문 다섯군데는 넘게 빨간 발진이 올라와 있었다. 

수두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약국에 전화를 걸어 발진에 바르는 칼라마인 로션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한번은 그걸 사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살 수 없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헛걸음 하지 않으려고 미리 전화를 한 것이다.  다행히 물건이 있단다.  그래서 얼른 아이들을 데리고 약국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 몸을 다시 살피며 빨갛게 올라온 부위들에 로션을 발라줬다.  절대 긁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밤에는 부드러운 옷을 입혀 재웠다. 

다음날 아침,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 몸을 다시 살폈다.  빨간 물집이 더 많이 올라왔다.  얼굴에도 두어 군데 올라왔다.  

아... 이렇게 퍼지는구나..  예전에 약사가 온 몸에 다 퍼지면 수두가 확실하다고 한 그 말이 이제야 납득이 되었다.  그래, 이게 수두구나...

혹시 몰라 첫째 잭의 몸도 살폈다.  첫째는 멀쩡했다.  동생이 수두일 경우 첫째가 학교를 가도 되는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영국의 국민건강의료서비스인 NHS 웹사이트와 각종 사이트를 검색했다.  아직 수두가 걸리지 않은 형제 자매가 수두에 감염될지 어떨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잠복기가 2-3주나 되는 수두로 인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경우 교육 결손이 오히려 우려되기 때문에 형제 자매가 수두 증상이 없다면 학교를 보내기를 권한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둘째는 수두 발진이 발견되기 이틀 전 밤에 고열이 있었는데, 그게 이 수두 때문이었으려나 짐작해봤는데, 그 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열이 있었던 그날 밤 아이가 사고(?)로 화장실 변기 뚜껑에 꼬추를 다치는 바람에 꼬추가 붓고 피멍이 들어 병원에 갔더니, 감염이 의심된다며 항생제를 처방해줬다.  아이가 외출 중에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자기 혼자서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서 내가 들어올 수 없게 문을 잠가버렸는데,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며 혼자 쉬를 하던 중에 위로 올렸던 변기의 좌판이 아래로 내려오며 우리 둘째 뚱이의 꼬추를 찍어버린 것이다. ㅠㅠ

아이는 사고 다음날부터 꼬추가 아프고, 쉬할 때마다 너무 아프다고 엉엉 울었다.  그래서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나와 함께 병원을 갔는데, 꼬추 사고로 병원에 갔던 그 당시에는 수두로 인한 발진은 없던 상태였고, 그 때 진료를 한 의사 선생님 말씀이, 사고로 다치게 되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그로 인해 열이 났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실제로 아이 소변 검사 결과 감염이 확인됐고,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아이 꼬추의 통증이 사라졌고, 항생제 과정을 마친 후 다시 실시한 소변 검사에서는 감염의 흔적이 다 사라지고 잘 치료가 되었다는 결과를 받았다. 

어쨌거나, 이미 꼬추 사고로 인해 항생제를 먹고 있는 와중에 수두까지 걸렸다.  아이는 꼬추도 아프고, 몸에 발진 난 곳은 가려운 상태.  그러나 어린이집을 가지 않아도 되서 행복한 상태! 

그렇게 둘째 뚱이는 꼬추 사고와 수두로 인해 일주일간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호사를 누렸다.  난 2주간의 가을 방학에 이어 풀타임 육아 1주일 연장. 

다행히 아이의 수두가 심하지 않아서 아이는 별로 긁지도 않았고, 사흘만에 모든 물집에 딱지가 앉았다.  긁으면 안 된다고 잘 일러줬더니, 한번은 아이가 두피에 앉은 수두 딱지 부위가 가려워서 긁고 싶은데 그걸 결연한 의지로 참기까지 했다.  머리를 긁으려고 손을 머리 가까이로 올렸다가 "가려운데, 안 긁을거야!!!!" 하며 제 손을 내리는 게 아닌가! 

그렇게 둘째는 수두에서 빠르게 회복해서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첫째 잭을 데리고 병원을 가야 했다.  아이가 열흘쯤 전부터 화장실을 쉴 새 없이 가는데, 아프냐고 물어도 아프지는 않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봐도 아이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니, 선생님이 아이에게 엄마한테 병원 가야 한다고 말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다음날 곧장 병원을 예약해서 아이와 병원을 갔고, 아이는 뚱이와 마찬가지로 소변 검사를 받고, 요도감염이라며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 오후, 첫째 뚱이의 몸에서도 발진이 발견됐다! ㅠㅠ  그날부터 잭도 열이 나고, 뚱이도 덩달아 열이 펄펄 끓었다.  뚱이는 사나흘을 연속해서 열이 났고, 잭은 물집이 온몸에 빼곡하게 돋아올랐다.  배와 등, 팔 다리는 말할 것도 없고 입 안, 얼굴, 두피, 손바닥까지... ㅠㅠ

한국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수두 예방 접종을 하는데, 영국은 왜 수두 예방접종이 아직까지 의무 예방접종이 아닌 것인지.. ㅠㅠ 난 사람들이 다들 어릴 때 한번씩 걸리고 지나간다고 하고, 우리 엄마도 우리가 어릴 때 큰 언니가 학교에서 걸려온 수두에 작은 언니, 나까지 다 걸렸었다고 얘기하셔서 수두가 그렇게 무서운 병인지 모르고 있었다.  우리도 잘 지나갔으니, 내 아이들도 가벼운 감기 앓듯 그렇게 지나가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둘째 뚱이의 수두는 그렇게 가벼운 기침 감기 앓듯 쉽게 지나갔다. 

문제는 첫째 잭이었다.  잭은 온몸에 물집이 다 잡혔고, 입안의 물집 때문에 음식은 물론 뭘 마시는 것도 불편해했다.  온몸이 가려우니 참지 못하고 자꾸만 긁고, 나는 밤새 아이의 손을 붙잡고 아이가 못 긁게 막아주고, 아프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달래주며, 며칠 밤을 밤새 아이 수발을 들었다.  

첫째만 아픈 게 아니었다.  형아가 수두를 시작하기 무섭게 둘째 뚱이가 매일같이 열이 펄펄 끓었다.  설사도 두 번이나 하더니, 나중에는 기침으로 넘어가서 기침이 심해서 토하기까지 했다.  뚱이는 계속 배가 아프다며 집에서 놀다가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뚱이는 뚱이대로 걱정되는 상황.  어쨌거나, 잭의 수두가 너무 심해서 걱정이 되서 병원 진료를 예약했고, 병원에서는 수두 때문에 병원 방문 진료 대신 전화 진료를 제안했다. 

전화가 온 의사선생님은 놀랍게도 너무 따뜻한 분이셨다.  아이가 두피와 입안 수두까지 나서 힘들어하고, 열이 매일 난다고 했더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시며, 아이가 탈수되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게 해주고, 더 걱정되거나 하면 병원으로 방문해서 진료할 수도 있으니 언제든 다시 연락하라고 하셨다.  병원으로 오게 되면 다른 환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다른 통로를 이용해서 들어올 수 있게 리셉션에서 안내해줄 거라고 했다. 

전화 진료를 본 그 날 밤에도 잭은 열이 났고, 뚱이도 열이 났다.  잭은 기침도 심했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병원에 전화해서 잭의 진료를 잡았다. 

진료를 보러 가자, 선생님께서 아이의 입안, 목, 귓속을 살피신 후 마지막으로 청진기로 아이의 숨소리를 체크하셨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물으셨다. 혹시 숨 쉴 때 가슴이 답답하냐고. 

Do you feel tight when you breathe?  

그런데 그 때 아이가 "Yes" 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선생님도 "그래?  아이 가슴에서 소리가 좀 나는 거 같아요."라고 대답하셨다. 

아니, 저런 표현을 아이가 알고 있나? feel tight? 숨쉴 때 가슴이 답답하다고...?  

아이에게 숨쉴 때 답답하냐고 내가 한국말로 다시 묻자, 아이가 "응, 가슴이 닫히는 거 같아."라고 대답을 했다. 

그 말을 의사선생님께 전했더니,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며, 수두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병원 응급실로 전화해서 전문의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를 바로 응급실로 전원 조치를 시키시겠다고 하셨다. 

잠시 통화대기를 하신 후,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과 통화를 하시더니, 응급실로 가야 할 것 같다며, 지금 바로 응급실로 가라며 아이의 상태에 대해 작성한 레터를 건네주셨다.  

잭도 잭인데, 뚱이도 걱정이라며 나는 뚱이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이 아이도 사나흘째 밤마다 열이 38-39도를 넘고, 설사도 두번이나 했고, 배가 아프다고 걷다가 주저 앉아 엎으려 눕는다고..   선생님은 뚱이에게도 잭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검진을 하시고, 마지막으로 뚱이를 침상에 눕혀 복부 여기 저기를 눌러보셨다.  딱딱한 데가 없고, 왜 아픈지 그건 모르겠다고, 일단 아이가 활발하고 잘 놀고 있으니 잘 지켜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GP를 나와서 큰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잠시 GP에만 다녀온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먹을 베이글 하나씩에 물 한통만 담아서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응급실이라....  우리를 진료한 GP 선생님 말씀에, 잭의 수두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를 해줄 거라고 해서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할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왠걸.... 우리는 소아 응급실 내 병실 한 곳에서 격리된 상태로 장작 3시간을 대기했다.  장난감이나 책 하나 없는 병실에서....!!! 

아... 다시 생각해도 그 날은 참 힘들었다.

3시간을 대기하는 동안 간호사가 와서 잭을 한번 체크하고, 이후 소아과 의사 선생님.. 아마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를 진료하고, 이후 시니어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다시 와서 잭을 진료했다.  아무래도 chest infection 같다고 하시며 항생제를 처방해주셨다.  수두로 인한 폐렴은 아닐 것 같고, 그와 별도로 chest infection에 걸린 것 같다고..

진료 후 또 20분쯤 기다려서 항생제를 받아들고 드디어 우리는 병원에서 풀려났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섰다가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뚱이는 또 열이 펄펄 끓었고, 나는 결국 우리 뚱이를 데리고 GP를 다시 만나러 갔다.  뚱이가 viral infection.. 그러니까 바이러스에 감염되서 그런 것 같은데, 어쨌거나 애가 열이 계속 나니 항생제를 먹이자며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를 처방해주셨다.  잭도 뚱이도, 둘 다 요도감염으로 항생제를 5일간 먹고, 사나흘만에 다시 페니실린 항생제를 5일간 복용하게 됐다. 

항생제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기침이 많이 좋아졌다.  뚱이의 열도 그쳤다.  그칠 때가 되어서 그친 것인지, 항생제 덕분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항생제와 함께 아이들은 상태가 좋아졌다. 

반면, 아이들이 아픈 내내 감기를 앓고 있던 나와 틴틴은 몸이 좀 나아지나 싶더니 다시 감기가 심해졌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번갈아가며 아이들과 취침하며,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우리는 우리대로 끙끙 앓았다.   

그렇게 온 가족이 아프고, 앓는 시간이 열흘 가까이 흘렀고, 아이들은 금요일쯤부터 해서 팔팔하게 회복하고, 나와 틴틴은 주말까지 정신이 혼미했다.  우리는 그저 월요일이 되서 아이들 둘 다 학교를 가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애타게 기다렸던 그 월요일이 바로 오늘 왔고, 아이들을 보내고서야 나는 온갖 밀린 집안일들을 처리했다.  아이들 학교 일에, 집안일(가계부 쓰기 등)에 하루 일과 시간이 다 소요됐다.

그러고도 끝나지 않은 집안일 때문에 결국 아이들이 잠든 후에도 집안일을 처리하고, 그리고 잠에 들려니 너무 아쉬운 마음에 블로그로 들어와서 내 지난 3주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적다 보니 엄청나게 긴 글이 되어버렸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내 지난 3주를 기록한 글...

아..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아플 때 내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에 있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수두를 호되게 앓았으니, 이제는 수두 걱정 하나는 사라졌다. 

아이들을 키우며 후회를 한 일이 별로 없었는데, 수두를 가볍게 보고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일, 그 한가지 만큼은 정말 후회한다.  영국에 사는 교민 가족분들, 수두 예방접종 번거롭더라도 private으로 꼭 하시길, 권하고, 또 권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