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영국이민생활] 일년 내내 비추는 따사로운 햇볕, 한국에는 있지만 영국에 없는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24. 4. 24. 20:10

오늘은 영국 이민 생활 중에서도 영국 날씨와 이민 가정의 삶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저희 아이들은 한국으로 치자면 전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나 다름 없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도심을 벗어나서 아이들에게 마당이 있는 주택 생활을 해주게 하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걸 보면 저렇게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만큼은 참 마음에 듭니다. 

영국에서는 전원생활이 한국보다는 좀 더 저렴하고 쉬운 편이에요.  영국에서는 대도시나 농어촌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가든이 있는 주택이고, 플랫(아파트)이 밀집한 도심이라 하더라도 그 밀집도가 한국의 아파트 촌과 비할 바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어디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는 물론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공동 녹지가 마련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해요.  녹지는 누구에게나 좋은 환경일 수는 있는데, 영국같이 날씨가 좋지 않고 우울하고 개인주의적인 서구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나마 녹지라도 이렇게 가까이 있어야 살지, 그조차 없다면 삶의 재미와 낙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마지막으로 한국게 간 게 3년 전, 2021년입니다.  자그마치 넉달이나 되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왔어요.  당시 저희가 살던 영국 집에서 10분만 걸어나가면 강이 흐르고 녹지가 펼쳐진 곳에서, 주방에서 문을 열면 잔디가 깔린 가든이 있는 집에서 살던 우리 가족이 과연 한국의 아파트 생활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실제로 한국에 갔더니 큰 도로, 도로에는 늘 차가 많이 다니고, 빵빵 거리는 경적소리도 많이 들리고.  만 세 살이던 아이는 집 앞 도로에서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걸 보며 놀라고 무서워했던 거 같아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라고는 아파트 단지 내의 작은 놀이터 공간 뿐.  그게 아니면 부모님 차를 타고 30-40분 가야 있는 커다란 공원.  

주택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외투만 걸치면 공원에서 거위와 오리를 보며 뛰어놀던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삭막한 도심 속에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많았어요.  저와 남편도 조용한 공원을 걸으며 휴식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그것 또한 걱정이었어요.

역시나 한국의 도심 생활은 삭막했고, 집 밖을 나서면 늘 도로 소음에 시끄러웠어요.  그러나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생활을 활력있게 해 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햇볕!!!!!  한 겨울, 추운 바람에 코를 베어갈 것만 같은데도 쨍하고 내비치는 햇볕. 

오늘도 해, 내일도 해, 모레도 해.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비춰주는 따사로운 햇살.  와... 한국 도심에는 공원은 없지만 그걸 대체하고도 넘어서는 굉장한 자연, 바로 햇볕이 있구나! 햇볕 또한 귀한 자연 중에 하나인 것을, 그걸 모르고 살았음을 깨달았더랩니다. 

오늘로 4월 24일.  2024년이 한 분기를 지나고 어느새 5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 되도록 영국에서는 따사로운 해를 본 날이 며칠 되지 않습니다.  아마 손꼽아 세자면 네다섯번은 되는 것 같은데, 온종일 해가 비춘 날은 아직까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잠시 일이십분이라도, 길면 두세시간 해가 있었던 날이 그래도 하루 이틀은 될 거 같아요.  그러나 그 외의 날들은 지난 겨울부터 올해 4월 말이 되도록 해 보기가 이렇게나 어렵다니! 

영국 초등학교에서 글을 갓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글 읽기 용으로 읽는 책이 있어요.  Oxford Reading Tree라고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어린 아이들 글 읽기를 배울 때 쓰는 책들인데요.  저희 첫째 책이 0학년 Reception 일 때 읽은 Oxford Reading Tree에서 나온 책 중에도 그런 책이 있었어요.  "It's the weather!"라는 제목의 책이었죠.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기분이 쳐지고, 날카로워지고, 이유없이 화가 나 있어요. 그 날들은 밖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비와 바람이 함께 몰아치는 날씨.  그러다 마침내 해가 났어요!! 아이들 모두 기분이 좋아서 신이 나서 행복해합니다.  그리고 그 책의 마지막 문장.  "It's the weather!" 자연스러운 한국말로 번역을 하자면 "다 날씨 때문이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너무 흔해서 귀한 자연으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따뜻한 햇살에 spoil 되어 있던 나같은 사람만 영국 날씨를 힘들어하는 게 아니구나.  영국의 어른들도, 심지어 어린 아이들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영국의 날씨에 힘들어하고, 영향을 받는구나 깨달았던 날입니다. 

이렇게 한국 생각을 하면 한국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한국에서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여유로운 유럽여행을 꿈꾸고, 유럽인들의 느긋한 삶의 방식을 소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느긋한 삶의 방식, 느려터진 행정처리, 빡빡한 월급쟁이들의 생활, 어딜가나 서비스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 가정에게는 한국의 햇볕과 열정적인 삶의 속도와 활력이 그저 꿈만 같습니다. 

(한여름 제외) 영국 날씨는 언제나 흐림 (비 안 오면 다행)
한국에는 구름조각, 영국에는 하늘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