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는 자기만의 패션철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겹겹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작년 겨울에는 장갑을 꼭 그렇게 각 손마다 두겹을 꼈다. 그러니까 한 손에 장갑 한켤레씩을 다 끼는 것이다. 여름이 되자 모자를 세 개씩 썼다. 형아 잭은 제발 모자 쓰라고 사정해야 겨우 쓰는 모자를 둘째는 하나 쓰고, 그 위에 쓰고, 또 쓰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첫째 잭은 해가 너무 강한 날 얼굴에 썬로션 바르는 걸 피하려고 모자를 겨우 쓰는 편인데 말이다.
위 사진에 모자가 두 겹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가만히 잘 살펴 보면 줄무늬 모자 두 대 아래에 남색 창모자가 씌워져 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앞으로 썼다 옆으로 썼다 한 저 모자가.. (자주 빨아서 그런건지.. 모자 상태가 영.. 안 좋아서 부끄럽지만..)
그리고 올 겨울에는 교회 언니가 물려준 옷들에서 겨울 모자가 잔뜩 나오자 마음에 든다며 한겹, 두겹, 세겹, 네겹.. 겹겹이 쓰고 좋아하는 뚱이.
우리 귀여운 뚱이야. 너무나도 다양한 너의 표정을 보니 니가 너무 보고싶구나.
엄마는 너희를 키우며 엄마 일을 (맘껏)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속상할 때가 있고, 요즘 들어서 그런 속상함과 우울함이 커져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너희의 예쁜 모습을 글로 담아 기록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가 하고 있는 일들은 너희와 이 아름다운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마음에 새기기 위해 글로 남긴다.
그 누구도 엄마가 하는 일을 알아주지 않지만, 너희의 "엄마하기"에 대해 엄마 스스로 나에게 "엄마하기" 배지를 달아줘야겠다.
엄마라는 훈장을 셀프 수여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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