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이사온 지 3년만에 나무를 다듬었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5. 5. 7. 18:24

영국에서는 5월 첫 월요일이 공휴일이다.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니 3일 연휴인 셈이다.  

긴 연휴 기간 중 토요일에는 둘째 뚱이는 안경점에 안경을 찾으러 갔다가 리치몬드 파크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고, 첫째 잭은 반 친구와 집 뒷편 공원에서 한 시간 축구를 하고 집에 와서 둘이 게임을 즐겼다.  동생의 방해 없이 친구하고만 게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통에 형제의 스케줄을 그렇게 분리했다. 

그리고 일요일. 드디어 우리는 미루고 미뤘던 나무 자르기에 도전했다.  집 뒷쪽 경계 부분에 나무들이 있는데, 마치 우리집과 뒷집 가든 사이를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이사 오자마다 뒷집 할아버지가 이 나무들이 키가 커서 자기 가든의 그린하우스에 계속 그늘이 진다며, 짐 정리하고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이 나무들을 좀 자르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시간도 없고, 사람을 써서 그 일을 할 여유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틴틴은 그 나무들의 키가 쑥쑥 자라오르는 게 보기좋고 마음에 들어해서 나무 자르는 일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 지 어느새 이번 여름으로 3년이다. 그 사이 이 나무들은 2미터 이상 자라 올랐다.  이 나무들에 지금 손대지 않으면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거라는 것을 직감한 우리는 이번 긴 연휴에 무조건 이 나무들을 손보리라 다짐했고, 바로 그 주말이 왔다 (실은, 부활절 방학이었던 4월에 이 나무들을 손보려 했으나 그것도 미뤄져서 이번 5월 연휴가 됐다). 

우리가 직접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

가든을 사랑하시는 우리 옆집 할머니는 매달 전문 업체에서 방문해서 잔디를 깎고, 나무도 다듬는다.  1년에 한번씩은 나무들 가지를 치고 다듬는 일을 업체에 맡기셨는데, 우리도 그 서비스를 받아볼까 해서 비용을 여쭤봤더니 한번에 800파운드나 든다고 해서 우린 포기했다. 나무 다듬어주는데 150만원돈을 내야 한다니.  800파운드면 한달치 우리 가족 식비를 쓰고도 남을 돈이다. 

업체를 썼을 때 얼마나 비싼 비용이 드는지 대충이라도 직감하게 된 우리에게 가든 뒷편의 병풍같은 나무는 계속해서 숙제 같았다. 숙제를 계속 미루는 마음의 불편함이란!  

그렇게 미루던 숙제에 성미 급한 내가 결국 먼저 손을 댔다.  마음이 심란하여 집중이 되지 않던 어느날, 나 혼자 가든에 나가서 가든 뒷편쯤에 있는 또 다른 병풍나무들을 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가든에 50미터 연장 케이블을 설치하고, 트리머를 꺼내들고, 얼굴과 귀 보호장비를 차고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잎과 가지들을 잘라냈고, 떨어져나온 잎들을 rake로 쓸고 가든 쓰레기 통에 담았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무서워하는터라 차마 사다리까지 이용하진 못했다. 사실 집에 있는 사다리를 펴서 세우는 방법조차 모른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제외하고 아랫부분을 이쁘게 깎았다. 

나무 자를 엄두를 못내고 있었던 틴틴이 낸가 자른 것을 보더니 드디어 엄두를 냈다.  

그럼, 사다리 꺼내서 윗부분 한번 잘라볼까?

우리 틴틴은 이렇다.  혼자서는 시작하는 게 어렵다.  옆에서 내가 뭐라도 시작해서 스타트를 끊어두면, 그제서야 움직인다. 단, 그렇게 움직이면 그때부터는 과감하다. 

나무 자르기, 시작!

잘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자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푸릇푸릇한 생명체들을 끊어내고, 단단하게 자라있는 가지를 잘라내는 일. 생명을 다치게 하는 일 같아서 마음도 불편하다. 몸에도 고된 일이다.  그러나 집 안에 두고, 집 가든에 두고 키우는 나무와 풀들을 자연 그대로의 야생의 모습으로 키울 수는 없는 노릇.  

첫 시작은 가든 뒷편 가운데에 있는 내가 손대기 시작한 병풍나무의 머리를 자르는 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윗부분을 좀 손질하더니 틴틴도 자신감이 좀 생겼다.

그럼, 가든 펜스쪽 나무도 한번 잘라볼까?

이 나무들이 정말 골칫덩이 나무들이었다.  마구잡이로 자라오르는 중에, 우리 나무에는 뒷집 할머니의 꼿이 덩굴을 치며 자라오르기 시작했고, 또 다른 끝편에서는 뒷집 할아버지 가든에 있는 아주 오래된 참나무 (oak tree) 의 빈곳을 가득채워 참나무를 찌를 기세로 자라오르고 있었다. 

일단, 꽃들과 엉켜있는 부분부터 쳐내기 시작했다. 이 나무는 우리 집의 단풍나무에도 그늘을 지게 해서 우리 가든의 다른 나무들도 잘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라내면 우리 집 가든의 단풍나무도 해를 잘 받을 수 있다. 

사다리에 올라타고 두꺼운 가지들을 자르고 있는 중에 뒷집 할머니도 가드닝을 하러 나오셔서 인사를 건네셨다.  

아줌마 성함은 Jean 이라고 했던 것 같다.  잠시 후 아저씨도 나오셨는데, 아저씨 성함은 뭐였더라.. 벌써 기억이 안 난다. ㅠ

우리가 자르는 나무 가지들이 뒷집 가든으로 떨어지게 되면 우리집 쪽으로 던져주면 우리가 처리할 거라고 말씀을 드렸다. 우리 힘으로 최대한 해보고, 안되면 사람을 쓰든 하겠다고 하자 아줌마의 외마디 외침,

That's smashing! (정말 좋지)

펜스 뒤에서 그 소리를 들은 나는 웃음이 터졌다. 

얼머나 우리 나무 때문에 성가셔 하고 있었길래 사람을 써서라도 정리를 하겠다고 하자 저렇게 곧바로 "Smashing!"이라고 하실까. 하하. 

우리가 뒷편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야기까지 나누는 모습을 보자 아이들도 궁금해서 쫓아왔고, 잭과 뚱이 모두 차례차례 사다리에 올라서 뒷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인사도 나누고 뒷집 가든도 구경했다. 

 

사다리 부자

나는 사다리 아래에서 틴틴이 잘라내는 나무들을 부지런히 정리했다.  엄청나게 떨어져있는 가지들.. 

가지들이 틴틴의 사다리를 방해하지 않게 열심히 한 곳으로 모으고, 이것들의 부피를 줄여서 처리할 수 있도록 가지와 잎사귀를 분리했다. 튼튼하고 굵은 가지들은 겨울에 불 피울 때 쓸 수 있게 한 곳으로 모으고, 잔가지와 잎사귀들은 통에 담기 쉽게 가위로 잘랐다.  전문 도구 없이는 쉽게 끊나지 않을 작업.  앞으로 2-3주간은 부지런히 저 가지들을 정리해야 한다. 

나무 키를 줄이면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틴틴은 뒷편 병풍나무들이 쑥쑥 자라오르는 게 보기좋다고 했지만, 막상 자르고 나더니 우리 집 가든으로도 해가 더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자르길 잘했다고 만족했다.

이틀을 꼬박 일했지만 아직 1/3에서 1/4 정도의 나무들이 더 남아있다.  이건 이번달에 걸쳐서, 아님 여름이나 가을에 걸쳐서.. 아니면..올 겨울...?  그 나무들이 너무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기 전에 언젠가.. 정리하게 될 것 같다.  과연 우리는 나머지 나무들을 언제 자르게 될 것인가.. 나도 궁금하다. 


이틀에 걸친 가드닝을 끝내고 너무 힘들어서 누워있는데, 잭 반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힘들었지만, 두번이나 전화가 오는 통에 무슨 일인고 하고 전화를 받았더니 그냥 안부와 수다용 전화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데리고 놀러 오라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그 집으로 갔다.  

주말 동안 나무 자른 이야기를 하며, 돈 천 파운드 아끼려고 남편이 높은 사다리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 걸 보느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 하자 자기 옆옆집 사람들이 나무를 잘라야했던 사연을 이야기해줬다. 그 이웃도 우리집과 같은 평풍나무들이 높게 자라있었는데, 뒷집 이웃과 분쟁이 생겨 그 나무를 낮게 자르느라 천 파운드가 아닌 오천파운드를 지불했다고... 

오천파운드....!!!!!!!!! 요즘 환율로 칠백만원이 넘는 돈을!!!


그렇게 긴 연휴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어제부터 다시 일상이다. 

3월 중순부터 6주간의 휴식을 갖고 나서 일에 복귀하려고 하는데 집중이 힘들었다.  글을 쓰면 좀 나을까 했는데, 내가 겨우 써낸 최근 글들을 본 틴틴은 너무 민감한 이야기라며 비공개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고, 그로 인해 둘 간에 작은 다툼이 있었다. 작은 다툼은 틴틴이 그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었지, 의견 차이로 인한 것은 아니었기에 틴틴의 제안대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댓글 주셨던 분들 정말 감사해요.  제가 대댓글을 달았는데, 보지 못하셨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일상으로 복귀하는 의지를 다지며 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운 일상들을 적어나가보려고 한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써서 그런지 분량 조절이 안 되고, 말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다. 글이 길었던 만큼, 글 쓰는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글을 쓰고 나니 기분이 좋다.  더 자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