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을 따로 기리는 영국 (feat. 아이들의 손카드)

옥포동 몽실언니 2025. 5. 13. 19:21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나 해가 밝으면 부활절 연휴가 기다리고, 부활절 연휴를 지나면 여름 휴가들을 가진 후, 그때부터는 다시 크리스마스 휴가를 기다리며 사는 게 영국의 생활이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들을 즈음해서는 항상 학교에서 아이들이 카드를 만들어오고, 관련되는 재밌는 활동도 많이 한다. 아이들도 학교 가는 게 즐겁고, 부모들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들어오는 것들로 즐거움이 많은 시기이다. 

영국에서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처럼 긴 연휴를 가지는 기간이 4월에 있는 부활절이다.  크리스마스도 물론 크리스마스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공휴일로 지정하여 이틀을 연속해서 쉬지만, 부활절은 부활절 주일 이전의 금요일부터 부활절 다음 월요일까지 주말을 껴서 총 4일간 연휴를 가진다. 

한국에서 5월이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새기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4월에 부활절, 부활절 직전에 어머니의 날, 6월에 아버지의 날을 기린다.  한국에서 어버이날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부모들에게 카드를 써오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부활절 즈음해서 있는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에 항상 학교에서 카드쓰기 활동을 하고, 집으로 그 카드들을 가져온다.

재밌는 것은 영국에서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라는 것이다. 

부활절이 오기 전 40일간은 Lent 라고 해서 한국에서는 사순절이라 부른다. 기독교인들이 부활절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이다. 이 사순절 기간 중 네번째 일요일이 바로 Mother's Day 이고, 6월 셋째주 일요일이 Father's Day 이다. Mother's Day 는 중세부터 사순절 네 번째 일요일에 해당 지역 교회의 뿌리가 되는 mother church 를 방문하는 데에서 기원한 것이라서 '엄마'나 '어머니'와는 관련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실제 어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기리는 날로 발전하여 수백년간 그 전통이 이어졌다고 한다. 부활절이 매년 날짜가 바뀌는 만큼, 어머니의 날도 그래도 매년 바뀐다.  2025년 올해는 3월 30일이 Mother's Day 였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날도 기독교나 부활절과 관련이 있을까? 

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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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1909년, Sonora Louise Smart 라는 여성이 미국 워싱턴에서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어머니 날에 대한 설교를 듣던 중, 아버지들도 감사를 받고 축복받는 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Sonora라는 여성은 자신의 엄마가 집안의 여섯째인 막내 동생을 낳으며 사망함에 따라 아버지가 여섯 자녀들을 키워주셨고, 그런만큼 아버지들도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데에 대한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 목사님들은 Sonora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1910년 6월 19일 처음으로 비공식 아버지날이 기려졌다고 한다.  이후, 1966년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6월 셋째주 일요일을 아버지날로 결정했고, 6년 후 닉슨 대통령에 의해 법제화가 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영국 BBC에서 어린이용으로 발행한 기사를 보고 알게 된 내용이다 (자료: 영국의 BBC 어린이뉴스 참고). 영국에 십수년을 살면서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의 기원을 제대로 찾아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지난 3월 30일, 어머니 날을 맞이하여 우리 이쁜 잭과 뚱이가 어머니 날 카드를 만들어왔으니~

먼저, 우리 잭의 작품~ 

커버에 그림까지 그렸다. ㅋㅋㅋ 빨간색 하트도 두 개씩이나! 

카드를 받고 나서 그림 속의 남자는 아빠인 틴틴일지, 잭 본인일지가 참 궁금했는데, 아이에게 물어보니 자기와 엄마라고 한다. 이빨까지 디테일한 그림이다. ㅋㅋㅋ 그러고보니 눈썹, 귀, 팔이 없다.  어쨌거나 정성들여 그림까지 그려서 완전 감동. 

 

표지를 열었더니 더 감동. 평소에 글씨 쓰는 걸 제일 싫어하는 아이가 또박또박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썼는지 알 수 있는 카드. 게다가 내용은 더 감동!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는 벌처럼 바빠요. 엄마는 설탕처럼 달콤해요. 엄마는 황금처럼 소중해요. 엄마는 공작새처럼 예뻐요. 

사랑하는 선우가

 

아이가 시인이 되었나. ㅋㅋㅋ 라임을 맞춰서 적은 이쁜 카드에 감동을 잔뜩 했다. 다음날 아이에게 추문해보니, 이 때가 몇주에 걸쳐 시를 배우는 기간이었고, 그래서 선생님이 칠판에 예시문을 몇 개 주며 이런 식으로 라임을 맞춰 시로 적어보라고 했단다.  엄마는 벌처럼 바빠요, 저 첫 문장은 선생님의 예시문을 그대로 따라 쓴 거라고.  대신 나머지는 모두 자기가 직접 만들어 쓴 거라고 하는데, 믿기 어렵지만 아이가 그렇다고 하니 믿기로 했다.

 

이번엔 둘째 뚱이의 카드. 

표지엔 화분 위에 손가락 도장으로 줄기를 만들고, 손가락 끝으로 꽃모양을 만든 화분 그림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니... 알기 힘든 알파벳들의 향연!

이건 엄마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 카드의 윗부분은 뒤집어서 쓰다가, 아랫 부분은 반대로 뒤집어서 쓴 모양이다.Happy 와 To mummy 가 뒤집어져있는 걸 볼 수 있다. 엄마에 대한 사랑을 가득담아 xxxxx 키스는 다섯번이나 날려줬고, 하트도 이쁘게 그려뒀다. 열심히 쓰던 카드를 왜 뒤집었을까.  마지막 두 줄은 자기 이름만 빼고 다 알아볼 수 있게 잘 적었다. 

카드를 만들고 시간이 남았던 걸까,  또 다른 종이에도 신나게 뭔가 열심히 그리고 적어왔다. Hapee muthel dai (Happy Mother's Day) 라고 적어놨다. 엄마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 ㅋㅋㅋ 그림은.. 자기가 좋아하는 어멍거스 캐릭터와 또.. 뭘 그린 걸까.

요즘 느끼는 것이, 둘째 뚱이가 손글씨 쓰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서 둘째 뚱이는 손글씨를 잘 쓰려나 기대를 했는데, 학교에서의 첫 학년인 Reception 학년을 거의 다 마쳐가는 이 시점까지도 아이 글씨가 늘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손글씨 걱정을 했던 잭이 비슷한 시기에 쓴 글씨를 보면 그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다음달 아버지의 날을 맞아서는 아빠에게 어떤 카드를 만들어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러고보니.. 한국에 어버이 날이 며칠 전이었는데 양가 부모님 모두께 연락 한번을 못 드렸다.  전화를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