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주말에 아이들 손톱을 잘라주는데, 요즘들어 주말에 아이들 손톱 자르는 걸 자주 까먹는다. 아이들이 티비를 볼 때 옆에 가서 손톱을 잘라주곤 했는데, 요즘은 애들이 티비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럴 기회가 자주 없었다. 게다가 둘째 뚱이는 손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는 족족 물어뜯는 바람에 손톱을 잘라주려고 봐도 잘라줄 게 없을 때가 많았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다 보니 첫째 잭의 손톱이 자라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번 주말에도 손톱 자르는 걸 깜빡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고 손톱깎이를 꺼내왔다. 이제 잭도 제법 자랐으니 손톱을 직접 깎는게 어떤지 아이 의사를 물어봤다.
가위질을 포함해서 손으로 도구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서 직접 깎겠냐고 물으면 하겠다고 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손톱깎이를 받아들더니 처음으로 자기 손톱을 직접 깎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톱깎이 쓰는 게 낯설어서 힘 주는 방향과 방법을 잘 몰라서 헤맸다. 오른손으로 손톱깎이를 들고 왼손 손톱을 먼저 다 자르고, 이제 왼손으로 손톱깎이를 쓸 차례가 왔다. 왼손으로 하는 건 좀 힘들어서 몇 번 하다가 나한테 부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혼자서 양손 모두를 잘 깎아냈다.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이제 손톱깎이를 들고 둘째 뚱이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자를 만한 손톱이라고는 엄지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엄지 손톱이라도 물어뜯지 않고 남겨둔 거 잘했다고 칭찬하며 손톱을 깎는데, 첫째 잭이 나에게 달려들어서 내 손톱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잭은 예전에도 내가 자기 손톱을 다 깎고 나면 이제 자기 차례라고, 자기가 손톱깎이로 내 손톱을 깎겠다고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외에도 내가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나면 이제 자기가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겠다고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정중하게 거절을 했었는데, 이번엔 아이가 너무 달려든다. 자기 손톱을 스스로 깎았으니 자신이 붙은 모양이다.
안 된다고 할 이유도 딱히 없어서 이번엔 좋다고 아이에게 손톱을 맡겼다.
"그래, 그럼 잭이 깎아줘."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둘째 뚱이도 내 곁에 다가왔다.
"엄마, 나도 엄마 손톱 잘라줄게!"
응...? 너도...????
형에게는 된다고 하고, 동생에게는 안 된다고 하기가 뭣했다. 뭐라고 거절하지... 궁리하다가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고, 손톱이야 금방 또 자라니까 내 손을 다치지만 않게 하면 된다 싶어 그러라고 했다.
"그래, 너도 잘라. 대신 엄마 안 다치게 조심해서 해줘야 돼."
당부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내 손을 붙잡고 앉았다. 오른 손은 잭이, 왼손은 뚱이가. 손톱깎이 하나씩을 들고 (하나는 아이들용, 하나는 내 전용 손톱깎이이다)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듯이 들러붙었다.
이게 뭐라고 괜히 긴장이 되고 무서웠다.
애들을 놀려주고 싶어서 괜시리 한번은 "아악!!!" 하고 소리쳤다.
화들짝 놀라는 아이들. ㅋㅋㅋ 엄마가 장난친 거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내가 아프다고 소리치자 놀라는 아이들 모습이 귀여웠다. 몇번 더 장난치고 싶었지만, 양치기 소년이 되면 안 될 거 같아서 장난은 한번으로 그쳤다.
뚱이는 손톱깎이 방향을 뒤집어서 깎으려 하는통에 내 손톱이 뒤집어질뻔 해서 실제로 살짝 아픈 순간들이 두어번 있었다.
그 외에는 의외로 애들이 손톱을 잘 깎아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뚱이 작품, 오른쪽이 잭의 작품이다. 애들이 손톱깎이를 과감하게 쓰지 못해서 여전히 손톱이 좀 남아있다. 둘째 뚱이는 끝부분면 잘라내서 끝만 일자로 다 잘려나갔고, 첫째 잭은 제법 그럴싸하게 잘라서 손톱 모양에 맞춰 잘랐다. 잭은 검지 손가락 손톱을 빼먹었다는 걸 까먹은 모양이다. 검지만 빼고 엄지를 포함해서 나머지 손톱만 잘라줬다.
아이들이 내게 뭔가를 하겠다고 딱 달라붙어 있던 모습이, 어릴 때 아이들 수유하던 시기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새로웠다. 둘째 뚱이 수유를 할라치면 첫째 잭이 달라붙어서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떼쓰던 기억. 두 아이를 내 품에 앉고 있어야 했던 시간들. 힘들었지만 행복에 벅찼던 시간들.
이제 애들이 자라서 첫째 잭은 스스로 손톱도 자를 줄 알게 되고, 둘째도 엄마 손톱을 자기가 잘라주겠다고 덤벼드는 나이가 되었다. 글을 쓰며 생각난 게, 둘째 뚱이에게 손톱 물어뜯지 말고 잘 길러서 직접 손톱을 자르라고 하면 손톱 물어뜯기를 덜 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꼭 이야기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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