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낡은 운동화, 안녕~

옥포동 몽실언니 2026. 2. 4. 23:04

겨울에 한국에서 ㅁㅎ언니가 왔다. 열 살 조카 ㅅㅇ를 데리고.

언니와 언니 조카와 우리 아이 둘을 데리고 일주일 넘게 매일 신나게 놀러 다녔다. 몸은 힘들었지만, 몸이 고될수록 잡념은 사라지므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끊임없이 나누는 언니와의 대화. 목도 아프고 몸도 고되어도 마음이 채워지고 있었으므로 몸의 힘듦이 버겁지 않았다. 

언니가 우리집에서 지내던 그 시간들 동안 우리의 일정은 오롯이 아이들 위주였다. 아이들이 재밌어할 만한 곳으로 이곳저곳 놀러 다녔다. 

언니는 우리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밥도 한끼 거하게 사주고, 한인마트에 가서 장도 한번 봐주며 냉장고를 그득 채워주고 싶어 했지만, 어른 여자 둘이서 아이 셋을 데리고 그러기란 쉽지가 않았다. 

언니는 마지막까지도 우릴 데리고 쇼핑이라도 한번 가자고, 뭘 선물해주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한 게 떠오르질 않는데, 우리 애들 신발을 한 켤레씩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 거 다 됐고, 애들이 함께 있는 동안 그저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면 됐다고, 언니가 여기까지 오느라 차비도 많이 썼는데 그것 말고 더 무슨 선물이 필요하냐고 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언니는 극구 신발을 사주겠단다.

왜 그토록 신발을 사주고 싶어하는거지...? 

문득 생각이 났다. 

"아, 언니, 우리 애들 신발을 봤어요?"

언니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응. 그래서 신발을 꼭 한 켤레씩 사주고 싶더라고."

애들 운동화가 나달나달 낡은 것을 보고 언니가 새 신을 꼭 사주고 싶었던 거다.

이렇게 애들 신발이 낡도록 새 신발로 바꿔줄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이 어미의 무신경함에 잠시 부끄러움도 들었고, 우리 애들에게도 잠시나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언니, 그거 신발 오래되서 낡은 거 아니에요!! 낡긴 낡았는데, 두세 달밖에 안 신은 신발이에요. 신발이 너무 빨리 낡아요. 그래서 그런 거지, 돈 없어서 애들 낡은 신 계속 신긴 건 아니에요~"

물론 돈이 여유로웠다면 신발이 낡기 무섭게 새 신으로 갈아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신발이 닳자마자 새신으로 바꾸자면 두달에 한 번씩 새 신을 사줘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던 게 내 생각이기도 했다. 어차피 낡을 거, 최대한 신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바꿔주고 있었다. 요즘 신발들은 왜 이렇게 내구성이 떨어지나 괜히 신발 탓을 하기도 했다. 

우리 애들 신발이 겨우 두세달밖에 안 된 거라는 사실에 언니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언니 조카를 부르며, 

"ㅅㅇ야, 애들 신발 봐. 이게 두세달만에 이렇게 된 거래. 어머. 어떻게 신길래 그렇게 되지?"

하하하. 

"아마 맨날 뛰어다니고, 매일 신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고, 발로 바닥을 끌고... 그래서 그럴 거 같아요. 3학년부터는 그래서 학교 오갈 때는 이런 운동화 못 신게 해요. 너무 빨리 낡는다구요."

"어머... 그래, 그런 거면 됐어. 난 네가 돈 아끼느라고 애들 새 신발도 못 사주는 줄 알고..."

"그것도 맞긴 한데, 어차피 새 신을 사줘도 너무 빨리 낡아서 바로바로 안 바꾸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사이즈 새 신발 이미 사 둔 거 있어요. 그거 꺼내 신으면 돼요. 너무 자주 닳아서 같은 사이즈, 다음 사이즈까지 이미 신발을 여러 켤레 사뒀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바로 새 신발을 꺼내주었다. 

남들이 보기에도 너무 낡아보였던 신발을 여태껏 불평 없이 신어준 우리 꼬맹이. 애들의 무신경함이 어떤 때는 서운한데, 이럴 때는 또 고맙고 짠하다. 

그렇게 우리 둘째 뚱이의 운동화도 장렬히 전사했다. 첫째 잭 신발은 앞부분만 좀 낡은 상태였지만, 발에 좀 작아져서 잭 신발도 한사이즈 큰 것 - 미리 사둔 것으로 - 교체해줬다. 

우리 뚱이읭 최애 운동화. 사이즈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