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은지는 꽤 됐다.
친구와 주고 받은 메세지를 보니 10월 6일에도 이미 몸이 좋지 않았고, 그 때 친구와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10월에 내가 하기로 한 일을 13일이 되도록 몸이 아파서 시작도 못했다고 메세지를 남긴 기록이 있다. 컨디션이 계속 저조하다가 기침이 시작됐고, 편도도 부었다가, 코도 막혔다. 힘들긴 해도 일상생활을 아예 못할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내 할 일을 이어갔다.
기침은 점점 심해져서 지난 주들서는 밤사이 내 기침 소리에 틴틴도 잠을 설쳤다. 토요일에 폭풍 낮잠을 몰아쳐자고 나서 몸이 좀 회복된건지 기침이 잦아들었다. 그래서 일요일에 원래 약속대로 친구네에도 갈 수 있었다.
몸이 좀 낫나 했는데,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진한 가래가 나왔다. 아침마다 가래 색을 확인했는데, 지난 주 주로 녹색이었던 가래가 흰색으로 변하나 했는데, 오늘은 핑크빛으로 피가 묻어났다.
잉?
내 눈을 의심했다. 진짜 핑크가 맞나?
맞다.
그리고 또 기침이 났고, 또 가래를 받았다.
또 핑크빛.
흠...
병원을 가봐야하나.
채 선생님을 소환했다. 남편이 지은 이름. 챗지피티를 요즘 우린 채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채 선생님께 기침이 3주쯤 지속됐고, 가래에 핑크빛이 보인다고, 병원을 꼭 가봐야 하는지 물어봤다.
채 선생님은 병원을 꼭 가라고 했다. 가래에 피가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아닌데다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됐으므로 급성/만성 기관지염일 수도 있고, 폐렴 등 폐 관련 질환일 수도 있고, 결핵의 가능성 마저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그러나 영국의 병원 시스템은, 특히 우리 동네 병원 시스템은 아침 8시 정각에 병원에 전화하지 않는 한 당일 병원 예약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 전문의 병원도 아닌 1차 의료기관의 문턱조차 이렇게 높다. 영국에서는 병원 가기가 힘들어서 병을 키우게 된다고 하더니. 어느새 나도 그 생활에 익숙해져있다.
틴틴도 다를 바 없다. 틴틴은 나에게 기침을 오래 하다보면 기관지가 아파서 피가 묻어날 수도 있다고. 전직 감기맨의 믿을 만한 조언이다. (틴틴은 어려서 감기를 달고 살아서 별명이 감기맨이었다고. 그래서 감기 경험에 대해서는 그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경험과 안목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병원은 가지 않고 오늘 하루 따뜻한 차 많이 마시며 지켜보기로 했다.
감기야, 어서 가라. 내 체력아, 얼른 돌아 와라.
남은 방학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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