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를 돌보고 있다.
그래서 '엄마 돌보기'라고 제목을 썼다가,
거기에 '나도 돌봄 받기'를 추가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 시간이 내가 돌봄 받는 시간임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3월 8일 일요일.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날 비행기로 한국을 가서 3월 15일에 돌아왔다. 그리고, 3월 26일에 다시 한국에 가서 4월 10일 엄마를 모시고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5월 3일.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8주가 지났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엄마는 정말 많이 우셨다. 매일 우셨고, 하루에도 여러 번 우셨고, 한번 울면 많이 우셨다. 지난주까지도 참 많이 우셨다. 이번 주가 엄마가 가장 덜 우신 주였던 것 같다. 아니, 이번 주 전체도 아니고 지난 이삼일이 그랬던 것 같다.
난 온종일 엄마와 붙어있다. 엄마 밥을 챙기고, 엄마의 말동무를 하고, 엄마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애쓰고 있다. 엄마는 혼자 사는 삶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하셨다. 아버지께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버지가 더 이상 곁에 없음에 대한 슬픔으로 눈물을 그렇게 흘리셨다. 그러다가도 툭 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쏟아내셨다. 혼란스러운 여러 감정 앞에 나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
엄마를 모셔오기로 한 날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엄마와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을 정말 소중하게 잘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또한 하루아침에 내가 아무리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엄마 아버지가 결혼하신지 올봄으로 51년이 됐다. 51년을 함께 살던 배우자를 떠나보내는 건 어떤 것일까. 내 인생 전체보다 더 긴 인생을 함께 살아본 옆자리 짝꿍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엄마.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엄마께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51년을 함께 한 배우자를 하루아침에 잃는 경험이라. 내게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면 나도 머리가 아찔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같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 매일 눈물만 흘리며 꼼짝도 하기 싫을 것 같다.
오늘은 좀 늦게까지 늦잠을 잘까 했는데 엄마가 성당에 안 갈꺼냐고 물으셔서 벌떡 일어났다. 아침 8시 30분 미사에 가기로 해놓고 깜빡하고 쿨쿨 늦잠을 자고 있었다. 순간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성당을 다녀와야 엄마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므로 일어나서 양치에 세수만 하고 성당으로 나섰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 동네로 이사온지 4년이 되도록 발길이 가지 않았던 집 앞 성당을 엄마 덕분에, 아버지 덕분에 이렇게 오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용감한 우리 엄마. 슬픔 속에 잠겨 있어도 엄마는 엄마다. 엄마, 감사해요. 사랑해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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