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3개월, 말이 청산유수가 된 첫째.

옥포동 몽실언니 2020. 9. 17. 06:55

저희 첫째 잭이 요즘 말을 너무 잘 합니다. 

깜짝 깜짝 놀라요.

얘가 얼마 전까지 "응응, 응응응" 하며 모든 걸 설명하던 그 아이 맞나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간 왜 말 못 하는 척 한 거지?' 하고 의구심이 들 정도. 

감탄사까지 따라하는 아이

말을 잘 하다 못해 너무 능청스럽게 하고, 제가 자주 쓰는 말투를 그대로 따라해요. 

배가 고플 때 맛난 간식을 내어주면, "아우, 맛있겠다!", "아우, 맛있게 생겼다." 이런 식입니다. 

입이 짧은 아이이다 보니 뭘 먹일 때마다 제가 늘 "아우~ 맛있겠네~" 하고 늘 말 앞에 "아우~ 아우~~" 하고 감탄사를 붙였더니 애가 그걸 그대로 따라하네요.

밥 먹을 때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동생에게는, "아우~ 귀여워!"

창고에 넣어두었던 장난감을 새로 꺼내면, "아우~ 재밌겠다."

예쁜 꽃을 보면, "아우~ 예쁘다!"

그네를 타러 가면서는, "아우, 좋아!"

뭐든 아우~ 아우~~ 붙이고 감탄문을 만듭니다. ㅋ

예리한 지적들

오늘은 오후 간식으로 브레드스틱을 줬어요.  빵같은 과자예요.  평소에는 세 개, 네 개 정도만 주던 것을 오늘은 그냥 많이 먹으라고 많이 내어줬어요.  저도 같이 좀 먹을 요량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이 꺼내줬지요.  딴 짓을 하고 있다가 자기 접시에 그득 담긴 과자를 보더니,

"많이 줬네?" 

"응...? ㅋㅋ 응 많이 먹어~ 많이 먹으라고 엄마가 많이 줬어.  엄마도 같이 먹자."

.

.

그리고, 저녁 시간. 

머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올라왔다가, 맘을 바꿔먹고 목욕을 하려고 물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덜컹덜컹 하더니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잭이 들어왔습니다. 

"책 읽어주세요." 

하면서 말이죠.  그러더니 욕조를 힐끗 보고는,

"물 마아~니 받았네?"

이건 마치.. 집 주인이 세입자가 물 많이 쓴다고 눈치 주는 듯한 태도 ㅋㅋ 

"응, 엄마 목욕하려고."

"책 읽어주세요!"

"엄마 목욕하고 책 읽어줄게!"

라고 제가 말 하기 무섭게 잭이 책을 욕조 안에 집어던지려고 합니다. ㅠㅠ

얼른 잭의 손을 잡아 책을 낚아채고, 잭을 구슬려 오랫만에 같이 목욕을 했습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지졌지요.  아이는 내내, "뜨거워요, 식혀주세요!"를 외쳤습니다.  


잠자리 인사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  자기 전 항상 "잘자, 사랑해."하고 볼 뽀뽀를 해 주는데, 이젠 아이도 저희에게 볼 뽀뽀와 함께 "사랑해요"라고 말을 해 줍니다.  그 말을 들으면 하루 종일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것들이 그 한 마디에 모두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에요.  물론 그 순간만 그렇고, 기분만 그럴 뿐, 피로는 그대로이지요. 

또 어떤 날은 "굿 나이트!"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영어 Good night 이라기 보다는, 굿 나이"트" 라고 아주 한국식으로 발음해요. ㅋ 참 재미있어요.  영국에서 어린이집을 일년 가까이 다녔는데, 어떤 한국어 발음들은 아주 영어식으로 발음하고, 어떤 영어는 아주 한국식으로 발음하거든요. 


그렇게 저희 아이는 놀라운 언어발달을 보이고 있어요.  말이 많고, 말로 하는 요구들도 점점 더 디테일해져가고 있어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몇 단어 밖에 말 하지 않던 아이인데,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정말 신기합니다.


다음에 저희 아이의 일년간의 영국 어린이집 생활로 얻은 "영어" 학습에 대해서도 글을 써 볼게요.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던 시기에 어린이집 생활을 했는데, 이 아이는 과연 영어를 익혔을까요?  ^^ 궁금하시죠?  굿나이트, 라는 인사가 약간의 스포일러인데, 다음에 그에 대해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