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5.56파운드 (약 15만원) 에 우리가 구입한 고기는 소고기 우둔살 (Rump Steak) 1.2kg, Bavette Steak 1.2kg, Rib eye steak 1.3kg (226g짜리 6개), Pork loin steak (돼지 등심) 2kg로 구성된 스테이크 애호가 꾸러미 (Steak Lover Box), 아구 약 1kg, 냉동 오징어 한 봉지, 간 소고기 총 1kg, 간 돼지고기 800g, 소꼬리 1.5kg 이다.
립아이 스테이크와 바벳 스테이크를 썰어 불고기를 해 먹고, 아구를 열심히 구워먹었다. 아구는 너무 맛있어서 이후 삼겹살과 아구, 명태 등을 한번 더 주문해서 이번엔 수육과 생선파티를 벌였다. 지난 두어달간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지냈는데, 지난주부터 갑작스레 단백질 풍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아래의 냉동 오징어를 해동하여 뚱이 이유식으로 오징어버섯밥을 해 줬다. 오징어의 짭쪼름한 맛 때문인지, 오징어의 식감 때문인지 오물오물 잘 받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서 엄마가 신선한 오징어를 갓 데쳐내어 초장과 함께 내어주시면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데.. 언니들과 오징어 몸통 전쟁을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이번에는 간 고기도 구입해봤는데, 마트에서 파는 간고기보다 훨씬 나았다. 식감도, 고기 질도. 앞으로도 고기와 생선은 죽 이 집에서 배달로 받아먹으면 좋을 듯하다.
간 고기를 한번 먹을 만큼씩 소분하여 담았는데, 재빠른 잭이 부엌에서 작은 볼을 갖고 와서 그 안에 또 그 고기를 담았다. 귀여운 녀석.
난 사실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 시절 1년 간 프랑스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그 1년 간 나는 단 한번도 내 손으로 고기를 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시만 해도 제법 건강했던 것 같다. 일년 내내 거의 고기를 먹지 않고도 빈혈이 심하지 않았으니. 그러나, 영국으로 유학 온 첫 해. 난 그 해에도 고기를 사서 요리하지도 않았고, 사 먹지도 않았더니 1년이 지나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9까지 떨어졌다. 보통 12-15라고 하는데, 멀쩡한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10미만으로 떨어진 건 그다지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빈혈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서는 내 몸 속 장기 어딘가에서 내부 출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하여 복부 CT 촬영까지 했었다. 결과는 단순 영양 결핍성 빈혈이었다. 그 뒤로부터 나는 고기가 빈혈에는 가장 쉽고, 좋다고 하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의식적으로 고기를 내 입맛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와 달리, 틴틴은 빈혈은 없다. 그런 것 같다. 그러나 틴틴은 먹는 게 조금 부실해지거나 수면의 질이 좀 떨어지면 이내 컨디션이 저조해지는 편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결혼하기 전 우리 식구 중에서 제일 약하고 여리여리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나보다 몸이 더 약한 사람과 평생 살게 되다니.
틴틴을 걱정해서 틴틴 먹을 것, 틴틴 건강을 이래 저래 챙기다 보면 늘 내 건강, 내 먹을 것을 챙겨주시던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항상 돈 없다, 돈 없다는 말을 달고 사시면서도 "다른 건 몰라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돈 아끼지 말고 팍팍 사먹어라”하시던 우리 아버지와, 나에게 늘 “뭘 좀 먹을 걸 갖다줄까? 이것 좀 더 먹어라”는 말을 달고 사셨던 우리 어머니. 우리 부모님은 내 곁의 틴틴이 약골인 것에 웃음을 터뜨리신다. 우리 딸이 제일 약한 줄 알았는데, 더한 약골이 그 딸 옆에 붙어 딸을 챙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 * *
영국이 고기값은 싸지만, 야채 값이 그렇게 싼 것 같지는 않다. 싼 것은 싸지만 비싼 것은 너무 비싸다. 특히, 요즘 우리가 오카도를 통해 배달받고 있는 무는 오이만한 크기인데 가격은 1500원. 도대체 오이 값의 몇 배인지. 다른 마트보다 무를 아주 비싸게 팔고 있는데, 우리는 이 곳 말고는 무를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 비싼 무를 사다가 매 주 무나물 반찬을 해 먹고 있다.
오늘도 몽실언니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제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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