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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락다운으로 집에서 해먹는 건강 디저트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6. 08:01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도 아이가 9시반에 잠든 덕분에 이렇게 글 두 개를 연속으로 올립니다.  아이가 낮잠을 끊고 나니 확실히 밤잠이 빨라졌어요.  아이 밤잠이 빨라진 건 좋은데 낮잠이 없어지면서 내일부터 틴틴 근무시간 내내 저 혼자서 두 아이를 오후까지 돌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겁이 나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각설하고,영국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락다운이 완화되어 펍과 식당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습니다.  락다운이 완화된 토요일 저녁, Super Saturday라고들 하더군요.  그날 런던 소호에 인파가 몰린 사진을 기사에서 보았는데, 저희 동네는 어땠는지 동네를 나가보지 않아 알 수가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1월 중순 둘째 출산 이후부터 지금껏 외출이라고는 아이들 데리고 한 산책 두세번이 전부에, 마트는 둘째 아이 약 사러 한두번 간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 먹는 것은 당연하고 간식도 집에서 해결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저희가 그간 집에서 만들어 먹은 디저트를 소개할까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집에서 해 먹는 디저트들도 죄다 건강식이라 볼품도 좀 없고 맛도 좀 덜 합니다.  자고로 디저트는 내 손으로는 도저히 못 넣겠다 싶은 양의 설탕과 버터가 들어가야 제 맛인데, 집에서는 그렇게 만들 엄두가 나지 않거든요.  

먼저, 일전에 해 먹은 블루베리 머핀.  


집에서 키운 딸기.  이사 온 집 가든에 딸기가 심어져 있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해마다 딸기가 조금씩 열립니다.  조금만 익어도 벌레들이 먹어버리는 탓에 제대로 된 딸기는 몇 개 건지지 못하는데, 그래도 날 좋을 때 나가서 한두개 따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딸기는 모두 아이 몫.  몇 개 안 되다 보니 저희는 맛도 못 보지요. 

딸기에 이어, 집에서 키운 당근.  당근이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아이는 당근을 다 먹어버려요.  베이비 당근을 아작아작 씹어먹지요.  당근도 건강 간식, 아이에게만큼은 디저트예요. ^^

그리고, 최근에 해 먹은 건 우유 팥빙수. 우유를 지퍼백에 넣고 얼리고, 단팥 고명을 얹어줍니다.  단판은 영국에 파는 팥 통조림에 설탕을 넣고 블랜더에 갈았습니다.  팥 통조림이 1파운드 안팎이라 아주 저렴하고 손쉬우면서 맛난 디저트예요. 

팥 통조림이 하나 뿐이었는데, 그걸로 저, 틴틴, 잭까지 함께 나눠 먹느라 단팥이 부족해서 결국엔 남은 우유에 달콤한 콘플레이크를 얹어 먹었습니다. 

집에서 만든 바나나팬케이크.  너무 익은 바나나가 처치곤란이었는데, 바나나 2개, 밀가루 듬뿍 4스푼, 계란 2개 넣고 버무려서 기름 부은 팬에 구워줬습니다.  

아이가 계란알러지가 있어서 덜 익은 계란은 물론이고 계란 들어간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어쩐 일인지 이 팬케잌은 오전에 2개, 오후에도 1개, 저녁에도 2개나 먹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잘 먹으니 좋지만 이걸로는 영양이 부족할텐데 이것만 먹으려 해서 오히려 말썽이었습니다. 

여름이긴 하지만 고구마도 종종 구워먹습니다.  팬에 물을 아주 적게 올리고 고구마를 찌면 고구마가 거의 다 익었을 무렵에 고구마 껍질도 살짝 타며 군고구마가 완성됩니다. 

고구마는 순전히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에게도 괜찮은 간식이라 자주 해 먹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해 먹는 것은 집에서 만든 아이스 롤리.  재작년 이케아에서 무심코 담아왔던 아이스 롤리 메이커로 아이와 함께 먹을 아이스크림을 만듭니다.  플레인 그릭 요거트 베이스에 이것 저것 넣어봤어요.  아래 사진은 채에 거른 딸기를 넣어준 딸기요거트 버전.  색깔이 이쁘죠?  그런데 딸기는 즙이 많아 아이스크림이 너무 얼음맛이 난다는 단점이 있어서 딱 한번만 해 먹고, 그 후로는 딸기는 딸기로 먹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망고요거트 버전.  색깔이 참 곱죠?  냉동 망고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데, 그걸 사서 요거트와 함께 갈아줬습니다.  이건 딸기보다 훨씬 맛있어요.  식감도 괜찮고 색깔도 이쁘고!

그 후로는 과일넣고 가는 것도 귀찮아 그릭요거트에 꿀만 넣고 만드는데, 깔끔하니 맛있습니다.  특히, 요거트 싫어하는 저희 아이 요거트 먹이기에 딱입니다. 

그리고 자주 해 먹었던 머그 케잌.  머그잔에 재료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려 만드는 케잌이에요.  심플하면서 준비까지 해서도 5분이면 끝난답니다. 

밀가루 1/4컵, 소금 아주 조금, 식용유 3스푼 (향 없는 식용유), 설탕 3스푼이지만 우리는 1-2스푼, 우유 70ml 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마지막으로 넣고 싶은 과일 잘게 썰어 넣어주기.  바나나 반개를 으깨어 넣으면 설탕을 1스푼만 넣어도 아주 달아요.  그리고 나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90초면 완성.   베리류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집에 배 밖에 얹어먹을만한 과일이 없어서 배를 올려보았습니다.  

쵸코 버전으로도 해 보았어요.  비슷한 재료에 바나나 등 과일은 넣지 않고 100% 코코아 가루 3스푼 넣어주고, 똑같이 1분 30초 전자레인지에 돌려줍니다. 

머그잔에 있을 때보다 접시에 내어놓으면 제법 그럴싸해요.  식감도 아주 괜찮아보이죠?  밖에서 파는 것 같은 꾸덕하고 단맛 강한 디저트는 아니지만 집에서 아이와 함께 먹기로는 최고입니다. 

아무리 집에서 만든 디저트가 맛있어도 밖에서 파는 것만 할까요.  특히, 잘 팔리는 것은 잘 팔리는 이유가 있어요.  락다운이 완화되며 저희가 사는 지역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가 문을 열면서 저희도 한번 가서 올해 첫 외식(?)을 구입해왔어요.  빅맥 세트에 맥플러리 추가요!!  부드러운 맥플러리를 입에 머금는 순간.. 집에서 해 먹던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맛있지만 아이스크림은 이 달고 부드러운 맛이라며 틴틴과 함께 폭풍흡입했답니다. 

이렇게 락다운 중 저희의 건강디저트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언뜻 보면 매일 즐겁게 건강한 음식 해 먹으며 잘 사는구나 싶겠지만 현실은 말도 아닙니다.  집도 엉망진창, 내 머리도 엉망진창, 하루종일 정신 없이 지지고 볶느라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러나 모든 주변 지인들이 훗날 저희가 이 시절을 제일 그리워하리라고 말을 하니, 그렇게 특별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겨우 위안을 삼으며 하루 하루 버티고 있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 나름대로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텐데, 모두들 부디 건강하시고 즐겁게 이 시간을 버텨내시기 바랄게요.  저희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