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남편의 한국생활 한달, 우리 부부의 대화.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 14. 13:38
남편이 한국에 온지 한달이 조금 지났다.  한달하고 3일.  사실 그 중 2주는 자가격리를 하며 재택근무를 하느라 자기 방 안에 갇혀 (?) 지냈지만, 그래도 한국의 햇살을 맞고, 한국 온돌집의 따스함을 느끼며 지낸 시간이니 그 시간도 한국 생활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 근처 파리바게트로 산책을 갔다.  걸어서 10분 거리.  

영하 4도.  춥지만 따스한 햇살이 있는 아침.  둘이 손을 잡고 걷노라니 그 잠시간의 시간이 참 평화로웠다.

"몽실, 난 너랑 있어서 너무 행복해."
"난... 그렇게 행복하지 않나봐.  누구랑 있어도 행복하기 힘든 성격인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너랑 있어서 너무 행복한데...!!"
"우리 아버지 성격 봤지?  내가 아버지 성격을 제일 많이 닮은 것 같아.  까다롭고, 예민하고, 샘 많고, 욕심도 많고.  그러니 그 누구랑 함께이든 행복하기 어디 쉽겠어?"
"하하하.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 장인어른께 다 이른다!"
"응, 일러~  아버지도 알고 계실 거라서 별로 안 놀라실거야.  아버지도 본인 성격 그런지 다 알고 계실 거니까."

그러다 틴틴이 말을 이어갔다.

"한국은 참 녹지가 없어.  온통 건물들이니."
"그렇지?  콘크리트 숲에 갇힌 느낌이야.  그런 점에서는 영국이 참 좋기는 해."
"영국은 녹지는 많은데, 녹지에 갇힌 느낌이야."
"하하하. 그러게.. 그것도 그러네."
"온통 녹지만 있고, 사람이 없잖아.  회색 건물 투성이라 콘크리트 숲에 있더라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은 것 같아."
"그러게... 그것도 그렇네..."

한국과 영국의 삶.  선택하려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참 감사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다른 것을 내려놓아야 하니 그 또한 어렵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진: 지난 주말 둘째를 엄마에게 맡겨두고 다녀온 아쿠아리움.  도심이라 건물에 둘러싸여 살아야 해서 아쉽지만, 도심이라 아쿠아리움도 가깝고, 좋은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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