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의 원래 취지는 육아 컨셉이 아니었는데, 당장 쉽게 쓸 수 있는 글 위주로 글을 쓰다보니 내 생활을 가득 채운 육아 이야기 위주의 블로그가 되었다. 그런데 육아 중에서도 우리 큰 아이 잭 육아 이야기로만 가득하고, 둘째 이야기는 너무 적은 것 같아서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리하여 이제는 둘째 뚱이 이야기도 좀 적어볼까 한다.
우리 귀염둥이 둘째.
뚱이는 말이 빠른 편이다.
11개월의 나이로 한국에 갔을 때 이미 이 아이는 "우유" 라는 말은 했던 것 같다.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엄마는 뚱이를 정말 좋아하신다. 엄마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신다. 그런데 잭보다 뚱이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것 때문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가 얼마나 잭이 마음에 쓰였는지.
뚱이가 더 어리고 작다 보니 더 좋아하시는 것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둘째 뚱이는 출산예정일 즈음에 영국으로 오셔서 우리와 함께 머무시면서 뚱이가 태어난 날부터 엄마가 함께 계셨던 몇 주간 엄마가 직접 손주를 돌봐주시며 아이와 나눈 첫 교감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만큼 뚱이는 엄마에게 특별한 손주인 것이다.
엄마는 뚱이의 모든 것을 특별하게 여기셨다. 이런 애가 어딨냐, 얘는 정말 희한하다, 얘는 말을 빨리 할 것이다, 이런 순둥이가 어딨냐, 얘는 기저귀도 금방 뗄거다 등등 엄마는 좋은 건 모두 다 갖다붙이셨다.
엄마가 예견한 것들 중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그 중 적중한 것은 말이 빠를 거라는 예상. 사실 말도 빠를 것이다, 안 빠를 것이다, 둘 중 하나이니, 확률은 반 반이다. 그러니 그걸 맞춘 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엄마 말씀대로, 또 잭과는 달리 뚱이는 말이 제법 빨라서 나와 틴틴도 놀란다.
15개월 현재 우리 뚱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정말 많다.
먹을 것:
사과
자두
배
우유
물
밥
동물:
공룡
멍멍
기린
코끼리
인사말:
안녕
헬로우
하이
바이
사랑해
잘자
대답:
응
아니야
노노
기타 표현:
나가자
일어나
같이
같이 가자
올라가자
빼 줘(하이체어 안전벨트나 카시트 안전벨트를 풀어달라고 할 때)
더 줘
우와~ (감탄사)
막상 적고 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저 아이 수준에서 저 정도 어휘면 왠만한 자기 표현은 다 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우리가 가장 무서워 하는 말은
"일어나."
매일 아침 가장 일찍 일어나는 뚱이는 일어나자 마자 우리를 보고 하는 말이 저 말이다. 일어나. (방에서) 나가자.
아이와 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라도 바닥에 누우면 곧바로 다가와서, "일어나."하고 우리를 일으킨다.
현관이나 가든 문만 열렸다 하면 "나가자, 나가자"하며 우리 손을 끌고 나간다.
뚱이는 나가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 때만큼은 뚱이와 잭이 한 마음이다. 오죽하면 내가 얘들에게 바깥귀신이 붙은 게 아니냐고 할 정도. 나는 그간 내가 꽤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두 아이를 보면서 나는 아주 정적이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이제 뚱이와 잭을 데리러 갈 시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운데, 왜 이 시간만 되면 아쉬운 걸까?
누가 나에게 신체에너지를 좀 나눠주면 이 시간이 덜 버겁게 느껴질까?
다시 육아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시간, 행복한 시간(자기최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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