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in 2021

[생후15개월] 한정된 어휘로도 유려한 자기 표현

옥포동 몽실언니 2021. 5. 5. 08:10

지난 번, 둘째의 말이 빠른 편인 것 같다는 글에 대한 업데이트입니다.

2021.04.30 - [영국육아/영국에서 아이 키우기 2021] - 15개월 둘째 이야기: 말이 빠른 아이

 

15개월 둘째 이야기: 말이 빠른 아이

내 블로그의 원래 취지는 육아 컨셉이 아니었는데, 당장 쉽게 쓸 수 있는 글 위주로 글을 쓰다보니 내 생활을 가득 채운 육아 이야기 위주의 블로그가 되었다. 그런데 육아 중에서도 우리 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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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쓰고 나서 가만히 살펴보니 아이가 구사하는 말들이 더 많더라구요.

양말, 비, 가위, 딸기, 조지(어린이집 요리사 선생님 이름), 바지, 빵, 고래, 백호(로더), 꽈당, 구슬, 아홉, 셋, 기차, 자동차 등. 

아이의 이런 한정된 어휘로도 아이는 상당한 수준의 자기표현을 해 냅니다. 

 

1.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가 가장 먼저 하는 말:

"일어나."

그리하여 일어나 자기를 안아주면,

"나가자."

이 두 단어가 저희의 아침을 열어주는 말입니다. 

혹시라도 침실에서 뒹굴고 있는 젖병이라도 발견하면 젖병을 잡고 씨익 웃으며,

"우유.  또 줘."

라고 합니다. 

우유병은 이미 비어있으니, 내려가서 주겠다고 아이와 함께 내려갑니다.

식기세척기에 남이있는 식기를 정리하고, 아이 아침을 준비해요. 

하이체어에 앉아, 안전벨트를 채울 때면 자기가 안전벨트를 채우겠다고 합니다.  그러라고 내버려두면 낑낑거리다가 찰칼!  안전벨트 착용 완성!  그럼 아이가 외치지요.

"빼줘! 빼줘!"

그럼 아침을 준비하다 아이에게 달려가서 벨트를 풀어줍니다.  그럼 아이는 다시 연습.  그리고 성공하면 다시, 

"빼줘! 빼줘!"

엄마, 손~

2. 

어제는 저녁을 먹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더군요.  둘째 뚱이의 하이체어는 가든쪽 문을 향하고 있다 보니 밥을 먹으며 밖에 내리는 비가 눈에 들어왔나봐요.  

"비.  비."

응?  저는 아이가 "비"를 말할 줄 아는 줄 몰랐는데, 어제 갑자기 "비"라고 말해서 좀 놀랐습니다.  

'얘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말할 줄 아는구나."

 

3.

어제 점심이에요.  당근머핀을 구워서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다같이 식탁에 모여앉으며 뚱이를 하이체어에 앉히는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머핀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아이가 소리쳤어요.

"빠앙!  빵!!"

틴틴과 저는 빵 터졌습니다.  잭은 어려서부터 우량아에 덩치도 항상 컸지만, 먹는 것에 대한 열정은 별로 없는 편이에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그렇다고 먹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지요.  그런 반면 뚱이는 먹는 것에 정말 적극적이에요.  음식을 주면 꼭 양손에 쥐고 입에도 물고, 두 손으로 두 개를 동시에 먹기도 하는, 잭에게서 본 적 없는 먹방을 손보입니다. 

둘째의 먹방

 

4.

"바지, 바지"

아이가 '바지, 바지' 해서 살펴보니 걷다가 바짓단이 발에 걸려 걷기가 불편해졌다고 말을 합니다. 

"아, 바지가 걸렸어?  엄마가 올려줄게~" 

 

5. 

식사 준비 시간. 

음식을 들고 식탁 쪽으로 가는데 아이가 소리칩니다.

"미미미미미미!!"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영어를 조금씩 배우고 있나봐요.  자기에게 달라고, "Me, me, me!!" 하고 소리치는 것 같더라구요.

"아, 너도 달라고? 응, 줄거야, 기다려.  엄마가 줄거예요~"

아이가 직접 표현을 하니, 원하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아채고 바로 바로 해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

밥 먹으며 엉망이 된 사진을 보니 정말 귀엽네요.  육아의 기쁨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진 속에 아이가 우리 아이라는 것.  실제는 정말 힘들지만, 사랑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셋째에 대한 생각을 좀 하긴 했지만, 접기로 했어요.  우리 체력에, 우리 나이에, 우리 성격에, 우리 능력에, 셋째는 무리라는 결론과 함께.  세 아이 이상 키우시는 분들, 부럽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