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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하며 생긴 일

옥포동 몽실언니 2021. 5. 14. 19:01

오늘은 코비드 백신 접종을 예약하며 생긴 일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가족들의 백신 접종 현황

틴틴과 저는 형제 자매가 많습니다.  틴틴과 저의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 살고 있어요.  틴틴은 한국에 살고 있는 형이 하나, 영국에 살고 있는 누나가 하나 있고,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언니가 둘, 미국에 살고 있는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

양가 가족들이 한국, 미국, 영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보니 작년 초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각자의 상황들을 서로 공유하고 걱정하느라 참 바쁜 시간들이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에는 서로의 백신 접종 현황을 공유하고 있어요.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맞으신 분은 미국에 있는 남동생의 장모님과 장인어른.  두 분 모두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이었고, 모더나 백신을 맞으셨습니다.  

그 다음은 한국에서 저희 아버지께서 화이자 백신을 맞으셨어요.  사실 저희 시아버지께서 연세는 더 많은신데 시아버지는 아직도 백신 접종 연락도 못 받으셨다고 하시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얼마 전 2차 접종까지 마치셨습니다.  

아버지의 1차 접종 후 한달쯤 지났을 때려나요.  한국에 있는 큰 언니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습니다.  몇 년전부터 제 2의 커리어를 시작하겠노라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저희 큰 언니는 "놀이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몇해 전부터 언니는 중증발달장애아동 특수학교에서 매주 놀이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언니도 우선접종 대상 중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하루이틀 열이 났는데, 타이레놀을 먹으니 괜찮았다고 해요. 

그 다음은 제 남동생 부부.  미국이 백신접종 속도가 빠르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저보다 7살이나 어린 남동생인데도 벌써 한참 전에 백신 순서가 왔더군요.  부부가 같은 날 화이자를 맞았고, 별 탈 없이 잘 지나간 모양입니다. 

그 외 가족은 아니지만 저의 가족같은 친구. 그 친구는 의사라서 우선접종대상이 되었고,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는데 이 친구도 하루이틀 좀 힘들긴 했다고, 여파가 

우리 부부의 화이자 백신 예약

그리고 다음 순서. 이제 다음주면 저와 틴틴이 화이자를 맞게 됩니다.  틴틴은 19일 오전 10시 30분, 저는 20일 오전 11시 50분. 

지난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저는 동네 GP에서 문자가 와서 백신 접종을 예약했습니다.  접종 링크를 하나 보내줬는데, 그걸 따라서 들어가면 제 생년월일을 입력하게 되어 있었고, 그것만 입력하면 바로 예약 가능한 시간 슬롯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예약가능한 날은 단 하루, 5월 20일 목요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오전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었어요.  저는 틴틴의 점심시간 즈음하여 틴틴과 함께 가기 위해 슬롯 중 가장 늦은 시간인 11시 50분으로 예약했습니다.  

저의 백신 접종 일정이 확정되면서, 틴틴은 그 전날인 5월 19일쯤으로 예약을 잡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귀신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이틀 전 틴틴이 달리기를 하러 나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때였어요.  제 옆자리 틴틴 책상에서 핸드폰이 울려서 슬쩍 봤는데, 화면에 "Abingdon Surgery"라고 떠서 제가 잽싸게 받았습니다. 

이건 틴틴 전화인데, 틴틴이 지금 부재 중이라 부인인 제가 받았다고 설명을 했더니, 틴틴 백신 예약 때문에 전화한 거라고, 저에게 대신 예약을 잡겠냐고 묻습니다.  그것도 자그마치 우리가 가장 원하고 있던대로 5월 19일 수요일에 동네 GP에서 말이죠!

 

"Yes, that would be great!"

 

그렇잖아도 5월 19일에 접종할 수 있도록 예약하려던 참이었는데, 먼저 전화가 와서, 그것도 동네 가까운 GP에서 접종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잘 된 일이지요!  게다가 두 번에 걸친 접종은 반드시 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해서, 1차 접종을 차 타고 가서 맞을 수 있는 카쌈 스타디움이나 옥스퍼드 시내에서 맞게 되면 2차를 맞으러도 갖은 장소를 또 가야 해서 꽤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내 GP에서 맞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10시 30분. 

혹시 무슨 백신인지 알 수 있냐고 물으니 화이자 백신이라고 이야기하네요.  화이자 백신이 냉동보관해야 하는 백신이다 보니 동네 GP에 들어오는 기간이 딱 정해져있다고 하더니, 그런가봅니다.

사실 저희는 백신 종류에 대한 특별한 선호는 없었어요.  다만, 40세 미만에 대해서는 혈전이 생길 위험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타 백신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영국내 방침이 내려오자 딱 만 40세인 저는 약간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40세 미만에게 적용하면 딱 40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더라구요.  그러던 중에 막상 화이자를 준다고 하니 그것도 겁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사용되는 새로운 방식의 백신이라고 하는데, 이건 맞아도 안전한 걸까 하고. 

그리하여,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화이자 백신의 원리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의학적인 일에 대해 저같은 일반 시민이 불안함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 문제 때문이지요.  일개 시민은 나는 아스트라제네카니, 화이자니, 모더나니 하는 것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므로, 그것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동일한 수준의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100% 신뢰하기에는 그들이 그간 코로나에 대처하며 보여준 모습들이 그다지 믿음직하지가 않지요.  게다가 화아자나 모더나는 처음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백신이라는데.. 이건 괜찮은건지, 어떤건지.. 저같은 사람은 알 수가 없습니다.

대충 정보를 찾아보다가, 뭘 더 찾아본다고 뭐가 더 달라질까 하고 마음을 내려놨습니다.  어차피 모두 3차 임상실험까지 마친 백신이고, 이렇게 대규모로 접종을 할 정도면 그 정도의 안전성은 확보되었다는 것일텐니, 그 외의 문제들은 내가 걱정한다고 어떻게 될 일이 아니겠구나 하고요. 

그리고, 옥스퍼드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했던 동생에게 오랫만에 카톡을 보냈어요.  나 다음주에 화이자 맞을 거 같다고.  너 지내는 곳은 어떠냐고.  잘 지내냐고.  

이 친구는 현재 독일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 친구도 직장 특성으로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되어 이제 곧 화이자를 맞게 될 거라고 하네요.  이 친구의 남편은 언제 맞게 될지 기약이 없다고 걱정하며.  독일은 락다운에, 통금시간까지 있는데도 하루 확진가가 만명씩 나오면서 완전 엉망진창이라고.  코로나 사태로 소위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의 민낯을 보게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각자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지내다가 부디 내년에는 얼굴 보며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눴습니다. 

우리 부부 백신 예약 접종 후에 벌어진 사태

이렇게 훈훈하게 우리의 접종 예약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더니,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제, 그러니까 틴틴 백신 접종을 예약한 다음날, 예약 확인 문자가 왔습니다.  당신은 5월 19일, 오전 10시 30분에 백신 예약이 되었다고.  그런데, 이름이 틴틴이 아닙니다.  미스터 로베르토 뭐시기 뭐시기.  이탈리아 이름이네요.  엥????? 이건 뭐지??

틴틴은 GP에 전화를 했습니다.  대기 시간만 11분 걸린다고 나오네요. 

상황을 설명했어요.  백신 예약을 했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문자가 왔다.  제대로 예약이 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

그랬더니 전화받은 직원 왈, 우리 시스템에는 니가 예약이 되어 있지 않..............

엥???

틴틴의 전화를 제가 넘겨받았습니다.

내가 어제 어떤 여자분 전화를 받고 틴틴 백신 예약을 했는데.....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는 생년월일이 뭐냐 물어 제 정보를 체크해보더니 직원이 하는 말.

우리 시스템에는 너도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엥??! 이럴 수가!! 난 예약 확답 메세지도 받았고, 링크로 들어가면 예약이 되어 있다는 화면이 뜨고, 그 화면은 지금 전화 한 네가 속해있는 바로 그 아빙던 병원인데?!!!! 

 

직원 왈, 시스템에 코비드 클리닉 관련 시스템이 바로 어제 업데이트 되어서 자기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왜 이런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따 연락을 준다고 했고, 

그 이따 전화 연락이 너무 안 와서 제가 다시 전화했더니 대기시간 18분.....ㅠㅠ

그리고 전화 연결됐더니 저와 통화한 직원은 부재중.  타직원에서 상황설명... 

결국은 그 직원 돌아오면 다시 연락하라고 하겠다는 얘기만 들으며 통화 종료.

그리고 한 시간 뒤 해당 직원의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우리 시스템이 바로 어제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고, 왜 이런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예약이 된 것이니,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장소에 가서 백신을 맞아라, 그런데 네가 맞는 백신이 뭔지 혹시 아느냐 묻길래, 남편은 화이자라고 했고, 나는 모른다 했더니 같은 날이면 무조건 같은 백신인데, 다른 날이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 화이자 접종 시 접종 후 15분간 병원 안에서 기다리면서 이상반응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 그 시간 감안하고 병원오도록 하라는 당부를 추가하며 장시간의 통화 끝.

휴우.. 어제 자그마치 이 말도 안 되는 일 때문에 시간만 한참 버렸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며칠 전만 해도 저와 틴틴은 이렇게 단시간에 이 정도로 상용화 가능한 백신을 개발해낸 영국의 저력에 감탄했어요.  도대체 이런 나라가 초기에 마스크 사용과 관련해서는 어찌 그리 어리석게 대처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런데 어제, 이 백신 예약과 관련한 시스템 운영이 엉망인 사태를 겪으며,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떻게 백신은 개발해낸 것인지 믿을 수가 없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영국, 한참을 살았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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