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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순서가 찾아오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1. 5. 12. 08:30

사진출처: https://unsplash.com/photos/VWqvVNbBWyI?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ShareLink

 

남편에게는 2주 전쯤, 나에게는 지난주, 백신 접종 가능 연령이니 백신 접종을 예약하라는 문자가 왔다. 

예약을 위해서는 각자의 NHS (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의료서비스) 넘버와 생년월일 정보만 있으면 된다.  NHS넘버는 영국에 정식으로 거주하면서 각자 동네 GP에 등록하면 받게 되는 번호이다.  

남편의 정보를 입력하니, 문자를 받은 당시에는 가장 가까운 접종센터가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으로 나와, 우리는 좀 더 가까운 지역에서 접종이 가능할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만 40세 나에게까지 백신 순서가 찾아왔다.

핸드폰 문자를 받고 며칠 후, 편지로도 연락이 왔다.  혹시라도 내가 내 NHS번호를 모를 경우에 대비하여 너의 번호는 무엇무엇이니, 이 번호로 온라인 혹은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는 편지.  우리는 영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중요한 일은 뭐든 이렇게 편지로 우편물로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뭐든 스마트폰으로, 심지어 카톡으로 공공서비스 문자가 오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카톡이 없거나, 인터넷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도 레터를 받자 마자 백신 접종 가능 지역을 검색했더니 옥스퍼드 시내에 있는 Boots 매장 내 약국에서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바로 다음주.  

예약 가능했던 그 "다음주"가 이번 주였는데, 당장은 이미 예정된 일들이 있다 보니 백신을 맞기에 좋지가 않고 (심지어 두 아들은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 틴틴이 일단 자기가 먼저 맞고, 그 후에 나에게 맞으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한 때에 틴틴이 먼저 맞고, 그리고 내가 맞기로 했다.  우리 잭은 만 3세 4개월에 맞는 예방접종이 5월 말에 예정되어 있어서 5월은 온 가족 백신의 달이 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간 조용한 오전.  틴틴이 다시 한번 백신 예약 가능 장소를 검색했다.  이번에는 옥스퍼드보다 더 가까운 곳이 떴다.  우리집에서 옥스퍼드 가는 길에 있는 카쌈 스타디움.  여기는 차로 가서 백신을 맞고 바로 차로 돌아올 수 있어서 옥스퍼드 시내에서 맞는 것보다 더 편리하다.  옥스퍼드 시내에서 맞을 경우, 시내 적당한 곳에 차를 대고, 부츠 매장까지 걸어간 후, 다시 차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게 별 게 아니지만 은근 귀찮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오가는 길에 사람이 많은 것은 덤.

현재 우리가 원하는 접종 일정은 틴틴 코로나19 백신 접종 (5월 19일 수요일 희망), 첫째 잭의 생후 3년 4개월 예방접종 (5월 28일 오전 11시 50분 예약), 아이가 백신 여파에서 모두 회복되면, 그 때 엄마인 나의 백신 접종 (6월 중순쯤?)이다. 

수시로 예약가능한 장소를 찾아보면 가깝고 편리한 곳이 뜰거라 생각은 했는데, 막상 그렇게 백신 예약이 가능해지니 조금 떨리면서 겁도 났다.  

점심을 먹고 틴틴과 함께 15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요즘 점심 시간의 짧은 산책은 틴틴 말에 따르면 "약"같은 것이다.  약 먹듯이, 하고 싶든 하기 싫든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그 짧은 산책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틴틴이 제일 먼저 한 말. 

 

"아, 이렇게 하는데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휴우.. 저 놈(이건 내 남편을 칭하는 '놈'이 아니라, 이 놈의 뭐시기는... 하는 수식어로서의 '놈'임을 분명히 밝힌다)의 몸은 언제쯤 좋아지려나.  이 놈의 내 몸은 또 어떠며.  

산책 후 남아있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둘이 함께 집안일을 했다.  틴틴은 빨래를 널고, 나는 거실 청소기를 한 바퀴 돌린 후 틴틴을 도와 남은 빨래를 마저 널었다.  남은 빨래널기를 하러 다가온 나에게 틴틴이 말했다.

 

"몽실, 내가 백신 맞기 전에 너에게 내 마스터 키를 모두 공유할게."

"응? 마스터 키?"

"응.  내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키."

"아..."

"혹시라도 내가 백신 맞고 뭔 일이 생기면 몽실이 모든 일 처리를 할 수 있게..."

"응... 그러게, 그런 것도 필요하겠구나."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떻게든 다 처리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비번을 다 알고 있으면 훨씬 처리하기가 쉬울 테니까."

"응..  틴틴이 뭔일이 생겨서 혹시라도 못 깨어나면... 그럼 이 집은 온전히 내 것이 되는구나."

 

영국에서 집 대출을 받을 때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서는 대출금에 대한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게 한다.  이 집은 명의는 나와 틴틴이 공동으로 갖고 있지만, 대출은 온전히 틴틴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틴틴이 사망하게 되어 남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이 보험에서 남아있는 모든 대출금을 은행에 납부해주는 보험이다.  그럼, 이 집은 자연스레 은행 대출이 하나도 없는 내 집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 부부가 이런 농담을 주고 받게 되는 배경이다. 

 

"그럼, 나는 이 집을 내 명의로 두고, 아이들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얼른 다시 결혼할 남자를 물색해봐야겠네."

"응, 이 집은 렌트줘서 월세 받아서 생활하고."

 

이런 별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빨래널기를 마치고, 우리는 믹스커피를 한잔씩 타서 다시 자리로 돌아와 각자 할일에 집중.  그러다 이 이야기를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잠시 짬을 내어 블로그 글을 쓰자 그 모습을 본 틴틴 왈.

"와.. 몽실.  넌 성공할 거야!  난 정말 걱정이 안 되네. (한국으로 돌아가서) 53세에 퇴직을 하게 된다고 해도 말이야.  왜냐?!  니가 성공할 거니까~~~  난 53세에 퇴직하면 그 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개발만 하면서 살아도 될 것 같아!"

 

푸하하하하.  

일을 하던 중에 갑자기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은, 틴틴이 일을 하던 중에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웹툰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활동인데, 왜 일 하다 말고 놀고 있냐고 다그치지 않고 나의 놀이를 이렇게 봐주니 나야 뭐 고맙지~  

 

틴틴.  나도 성공하고 싶어.  성공해서 우리 틴틴 53세든 몇 세든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되더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내가 해 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반찬은 계란참치구이만 하지 말고 좀 더 다양하게 해 주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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