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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5. 21. 08:38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의 영국일기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은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돌아온 후기를 전할까 합니다.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 배경: 

영국에서는 약 한달전 틴틴 연령에까지 백신 예약이 가능해졌고,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4월 30일, 만 40세인 저도 백신예약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 둘 모두 백신 예약이 가능해졌지만, 온라인으로 예약할 경우 집에서 한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서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접종이 가능해지기를 기다리며 시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기를 보던 중,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젋은 연령층에서 혈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만 40세 미만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타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는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몽실언니는 만으로 딱 40세.  흠..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기준이든, 사회적으로 만든 기준일 경우 그 경계가 임의적일 수 밖에 없다 보니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애매해집니다. 

그러던 중 백신을 예약하려고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이제 집에서 가까운 옥스퍼드에서도 접종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것도 바로 다음날도 가능한 것으로 나오더군요. 

그리하여 저희는 언제든 시기가 맞을 때 백신을 예약하자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찰나에, 다시 동네 병원에서 메세지가 왔습니다.  이 링크를 따라 다음날까지 백신 예약을 할 수 있다며, 동네 GP(주치의 의원)에서 문자가 온 거지요.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선택가능한 것은 오직 시간 뿐.  날짜는 5월 20일로 정해져있었고, 오전 시간 9시부터 11시 50분 사이 10분 간격으로 예약이 열렸습니다. 

그걸 보자, 이건 뭔가 화이자 백신을 주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일반적인 예약 경로와 달랐던 데다가, 제 건강보험 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이 제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거든요.  저라는 사람을 특정하여 병원에서 이 링크를 보냈기 때문이죠.  제 추측은, 화이자 백신이 들어오는 날 40대 미만에게 백신을 제공하고도 백신 물량이 좀 남으면서 40세가 넘는 사람들에게도 백신 예약 기회를 주려는 것 같다는 느낌.

사실 저는 모더나나 화이자의 mRNA방식이니, 아스트라제네카의 전통적 백신 방식이니 하는 것은 잘 알지 못했고, 뭐든 백신이 주어지는대로 맞자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진짜 솔직한 개인적인 욕심은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내가 맞는 것이 사회에 협조하는 거라는 생각, 경제가 회복하고, 다같이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나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백신을 뭐가 됐든 맞기는 맞자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의 혈전 유발 가능성이 좀 더 높다며, 딱 제 나이 아래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화이자나 모더나를 줄 거라는 정책이 발표되고나자 그제서야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될 것이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사람 마음이 참 그런 것 같아요.  바로 그런 때에 저에게 화이자를 줄 것만 같은 백신 예약 링크가 오니 저는 지체없이 곧바로 예약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오전에 할 일 좀 하다 여유롭게 갈 수 있도록 가장 늦은 시간인 5월 20일 목요일 오전 11시 50분. 

전날, 틴틴의 화이자 접종을 위해 코비드 클리닉을 함께 간 날.

백신 접종 당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동네 병원에 도입된 새로운 백신 클리닉 시스템에 혼돈이 생기면서 저와 틴틴 접종 예약이 제대로 됐니 안 됐니 하며 병원과 전화를 하느라 한참의 시간을 허비한 이야기를 며칠 전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2021.05.14 - [영국에서 먹고 살기] -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하며 생긴 일

막상 백신 접종일이 되어 코비드 클리닉을 방문하니 생각보다 체계화되어 있어서 저와 틴틴 모두 놀랐습니다.  틴틴의 표현에 따르면, 영국에서 한국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영국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운영한 경험이 많은 영국이다 보니 학회나 행사에서 입장을 관리할 때와 같은 시스템 같아서 그게 그렇게까지나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에서 구멍이 많은 영국 생활을 생각하면 틴틴이 감탄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아침부터 좀 긴장된 하루.  오전에 이런 저런 것들을 하다 보니 시간은 금새 다가왔고, 저희는 11시 30분이 좀 넘어서 집에서 나섰습니다.  틴틴은 차로 저를 시내 적당한 곳에 내려줬고, 저는 1-2분 걸어 코비드 클리닉에 도착했어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클리닉 밖으로 적당히 줄을 서 있었습니다. 

저도 줄에 조인하여 기다리다 보니 안에서 나온 아저씨가 사람들이 어느 GP(주치의 의원)에 소속되어 있는지 물어봅니다.  클리닉이 열리고 있는 멀하우스 지피인지, 저희 가족이 등록되어 있는 아빙던 설저리인지.  이 곳에서 열리는 클리닉은 이 두 곳의 환자들만 접종하는 중인가보더라구요. 

아빙던 설저리가 제 담당 병원이라 하자 저는 병원 내 "아빙던 설저리"라는 푯말을 붙인 책상 앞으로 안내되었고, 그곳에서 직원 두 명은 제 예약 시간, 이름, 생년월일을 확인한 후 카드 한장에 제 이름과 날짜를 적고, 제가 몇 번 방으로 가서 주사를 맞으면 되는지 알려줬습니다.  6번 방.  

안내해주는 곳으로 따라가니 방이라고 했지만 방은 아니었고, 병원 내부에 작은 코너를 마련하여 5번, 6번 방을 운영 중이던 한 간호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셨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저에게 몸 상태 괜찮은지, 알러지는 없는지, 최근 다른 백신을 맞은 적이 있는지, 기타 병력이나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어느 팔에 맞겠냐고 물어보시네요.

저는 왼팔에 맞기로 했습니다.  근육주사이다 보니 주사를 맞고 나면 근육이 뻐근하다고들 하던데, 하루 종일 아이들 때문에 오른팔을 자주 써야 하는데 그 팔이 자꾸 아프면 불편하고 힘들 것 같아 저는 왼쪽팔을 선택했어요. 

틴틴은 저와 반대로 오른팔을 선택했습니다.  지난주부터 오른팔 인대가 다친 것인지, 오른팔이 계속 불편하고 아팠던지라, 어차피 아픈 팔이니 그 팔에 주사 맞는 편이 한 팔만 아프고 나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왼팔을 선택하고 옷을 걷어올리는 사이 간호사 선생님이 날카로운 주사 바늘을 꺼내들었습니다.

'으아....' 

속으로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주사 바늘은 언제 봐도 무섭거든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팔에 힘을 쭉 뺐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팔에 힘 빼고..'

속으로 스스로 달래며 마음에 평화를 찾으려 애쓰는 사이, '따끔, 주욱...' 주사가 들어오네요. 

"으으..윽.."

결국 소리를 내고 말았어요.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 말씀.

"You are not bleeding.  No need for a plaster."

주사 부위에서 피가 나지 않으니 밴드를 붙일 필요도 없다고 하십니다.  혹시 모를 반응 때문에 15분 기다렸다가 가라는 말씀을 덧붙이시네요.  12주 후에 2차 접종이 있을 거고, 병원에서 직접 연락할 거라고.  그 때 오늘 받은 종이 카드를 다시 들고 오면 된다고. 

그렇게 주사를 맞고, 돌아서서 15분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는 장소로 옮겨갔습니다.  의자가 세 개가 서로 멀찍이 놓여져있었고, 저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 제 짐을 추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다들 그냥 건물을 나가네요...????

'응????  왜 다들 그냥 가지????'

혼자서 몇 분간 멀끔히 앉아있다가... 긴가민가 하며 저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하루 앞서 주사를 맞은 틴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틴틴, 15분간 기다리는 거 어디서 기다렸어?"

"그 안에 의자 6개 주루룩 놓여져있는 곳, 거기서 앉아서 기다렸는데?"

"그래?  오늘은 의자가 세 개 뿐이었는데, 나만 앉아있고 다들 나가버려서 나도 몇 분 기다리다가 나왔어."

"그래?  희한하네.  어제는 다들 앉아서 기다렸는데."

"흠.. 이상하지?  일단 반응은 봐야하니까 대충 이 앞에서 15분은 채워서 기다려보고 집으로 돌아갈게."

그리고 저는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다들 나와서 그냥 가버리네요...?  그걸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거참.

저는 대충 그 주변에서 15분간 시간을 보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있는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을 좀 사서 (개미약을 사러 갔는데 개미약은 없었어요 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틴틴이 점심을 준비해뒀습니다.  계란후라이 2개와 스팸에 김치.  틴틴이 즐겨 준비하는 메뉴입죠.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그리고 저희는 아이스크림을 또 먹었습니다. 

틴틴이 저에게 묻더군요. 

"몽실, 이럴 거면서 뭘 다이어트를 한다고 그래?"

"그래?  그럼 다이어트한다고 말 안 할게.  속으로만 할게!"

아이스크림을 냠냠 먹은 후, 오늘의 스쿼트 20개씩 3세트 진행.  

그 와중에 저는 '이런 건 다이어트라고 안 하는 건가...? 그럼 뭐라고 하지?  그냥 운동?  아이스크림 좀 먹는다고 다이어트가 아닌 건가...? 식이조절은 정말 힘든 건데,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하는거지?' 이런 온갖 생각을 하며, 

그래도 운동을 한 게 어딘가, 몸에서 가장 큰 다리 근육을 키우고 있으니 근육들이 내 몸에 지방을 잘 태우게 도와줄 거라 굳게 믿으며, 다이어트 갖아 뵈지 않지만 저 나름대로는 다이어트라 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진행 중입니다. 

화이자 백신 접종 여파 

접종한지 이제야 2시간 반 밖에 지나지 않아서 아직 여파는 별로 없는데요.  왼쪽 팔에 살짝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그것도 사실 주사 때문인 것인지 아닌지 알기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로 별로 느낌이 없습니다. 

틴틴은 어제 접종하고 나서 5-6시간이 지나자 너무 나른하고 졸린다고 하고, 하루 지난 오늘 누군가에게 아주 세게 팔을 한 방 맞은 것 같다고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해요.  

사실 주사 맞기 전부터 감기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던 터라서, 틴틴의 경우 화이자 백신 여파와 자신의 감기 여파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의 내일 컨디션이 어떨지 잘 지켜봐야겠어요.  접종 반응은 접종 후 2-3일 지속된다고 하니, 오늘은 별 반응이 없어도 오늘 밤이나 내일은 뭔가 반응이 있겠죠?  궁금하고 떨리네요.

그래도 1차 백신을 맞고 나니, 맞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마음이 좀 더 편하네요.  주사는 이미 맞았고, 맞지 않는 것보다는 맞는 편이, 천천히 맞는 것보다는 맞을 거면 그냥 빨리 맞아버리는 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부디 꼭 그렇기를..) 세계 많은 이들에게 하루라도 더 빨리 백신이 두루 보급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