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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스트라제네카 1차 백신 접종 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5. 24. 18:03

안녕하세요.

오늘 대박사건이 일어났어요.  며칠전 코비드 백신 1차 주사를 접종했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정신이 없어서 제 백신 접종 카드를 확인할 틈도 없었던 저는, 오늘 드디어 제 접종 카드를 잘 보관해둬야겠다는 생각에 지갑에 처박아 둔 백신 카드를 꺼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제가 맞은 백신이 화이자인줄로만 알았는데 (도대체 왜??!!!!!!) 오늘 카드를 꺼내보니 AZ 라고 적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제가 맞은 것은 화이자가 아닌 아스트라제네카였어요~~~!!! 어쩜.. 제가 맞기 전날, 남편이 같은 병원, 같은 장소에서 화이자를 맞는다고 해서 저도 철썩같이 화이자일 거라고 믿었던 저는 오늘에서야 제가 맞는 백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철썩같이 믿고 있어서 접종 당일에 백신 종류를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백신 카드에 적어준 내용을 확인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거 아니겠어요.  옴마야.. 정말, 이런 일이 있다니요!  하하하하하.  사람은, 믿고 싶은대로 믿는다더니, 제가 딱 그랬습니다!

그리하여, 며칠전 화이자 1차 후기를 올렸던 것을, 이제는 갑자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기로 변경하여 올리고 있습니다.

접종 후 12시간 후: 약한 한기

결과적으로, 정말 별 증상 없이 지나갔어요.  맞은 날 밤에 아주 살짝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어서 전기담요를 살짝 켜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잤어요.  요즘 영국 날씨가 5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영국 겨울 날씨인지라 평소에도 전기담요를 켜고 자는 편이라 이게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저는 백신이 아니고도 평소에도 가끔 너무 피곤하고  힘들면 오한이 잘 드는 편이에요.  살면서 오한을 아주 심하게 겪은 적이 워낙 여러번 있는지라, 이 정도 오한은 오한도 아닌, 그야말로 살짝 으슬으슬한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잠을 자는 중에는 마치 알러지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약에 취한 느낌이 살짝 있었어요.  살짝 앓으면서 개꿈을 꿨죠.  저는 워낙 그 어떤 약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남들 매일 먹는다고 하는 그런 알러지 약을 아이들 복용량만큼만 먹어도 몽롱하고, 밤이면 이상한 개꿈을 꾸고, 낮에도 아주 졸려하는 편이라 알러지 약을 최대한 먹지 않고 버티려고 애쓰는 편인데요.  접종 첫날밤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접종 1일차-4일차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주사맞은 부위는 살짝 뻐근한 정도.  주사 맞을 때 최대한 힘을 빼고 맞았고, 그래서 그런지 피도 나지 않았고, 근육통도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어요. 

주사를 맞은 게 맞는지 별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좀 졸린 느낌?  가끔은 너무 졸린 느낌?

이 졸린 느낌은 여자분들이라면 생리 기간이 되면 아주 졸음이 오는데, 딱 그 정도의 졸린 느낌이었어요.  너무 졸리고, 그래서 누우면 바로 잠 들고, 그렇게 든 잠 치고 잠이 깊고.  그런데도 일어나면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그 정도의 졸린 느낌.

타이레놀이니 뭐니, 아무런 약도 필요가 없었습니다.  열도 없고, 아프지도 않고, 그저 좀 노곤하고 졸릴 뿐인데, 아쉬운 점이라면 졸릴 때 잘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사실 저는 평소 두통으로 타이레놀만 먹어도 졸려하는 편이라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파도 되도록 약은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먹으면 너무 졸리기만 하니.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주말었던지라 졸려도 졸린다고 잘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나는대로 잠을 좀 자긴 했어요.  토요일 오후에는 아이를 제 가슴팍에 뉘여 아이와 함께 짧게나마 낮잠을 잤고, 일요일 오후에도 낮잠 자는 아이 옆에 누워 30분간 꿀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일상생활에도 당연히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참 다행이지요. 

만약 돌봐야 할 아이들이 없고, 꼭 해야 할 일이 없었다면 집에서 느긋하게 낮잠도 좀 즐기며 피로를 풀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는 점이 좀 아쉽죠?  그래고 그렇게 주말이 지났고 백신 1차 접종 후 4일이 지났네요. 

독감 백신과의 차이?

저는 모릅니다.  저는 독감 백신을 한번도 맞은 적이 없어요.  2007년부터 영국에서 지내며, 신종플루 H1N1 감기가 유행했을 때도 영국에 있었던지라 독감의 유행과 독감 백신에 대해 제 일 같지 않게 여기고 지내와서 독감에 걸려본 적도 한번도 없지만, 독감 백신을 맞아본 적도 없거든요.

다만, 저는 원래 평소에도 몸은 아주 약하지만 감기는 잘 걸리지 않는 편이라는 점. 저희 남편은 저보다는 확실히 지구력은 뛰어난데, 체력은 저 못지 않게 골골하는 편인데다 아이들이 감기만 걸렸다 하면 바로 그 감기를 옮아서 아이들과 함께 앓는 편인데, 그런 저희 남편도 백신 여파는 별로 없네요.  

그렇게 저희 부부는 남편은 화이자, 저는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니.. 제가 나이가 세 살이나 더 어리니, 제가 혈전의 위험이 남편보다는 더 높을텐데 제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남편이 화이자를 맞았네요.  옥스퍼드 대학에서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다는 점에서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훌륭한 연구로 값싸고 편리한 백신을 개발해준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에게 감사를..  그리고, 그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정부의 정책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개발이 성공하기 전부터 1억회 분량을 선주문하며 개발을 지원했다고 하니, 영국 정부가 하는 정책들 중 못마땅한 것이 정말 많지만 백신개발에 있어서의 정책적 결단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안타까운 뉴스에는 마음이 참 아픕니다.  그런데 이런 뉴스는 한국 포털에서 보는 것이 전부이고 영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만큼 민감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영국에서는 워낙 코로나19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후유증을 앓고 있고, 코비드로 인한 의료마비, 생활붕괴에 많은 이들이 다방면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지라 현재로서는 백신에 대한 걱정보다는 백신이 없던 상태, 백신이 없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전세계 모든 이들이 코비드로부터 안전해지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