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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첫 교통사고: 폐차(total loss) 보상금 협상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7. 20. 00:14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약 열흘 전 남편이 혼자서 운전하던 차량을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코치가 와서 받으면서 저희 차가 폐차 판정을 받게 되었어요.  이 글이 올라오기 전 마지막 글이 올라왔던 그 날, 바로 그 날 저녁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살면서 남편도 저도 자동차 사고를 처음으로 경험한지라 사고 처리에 우왕좌왕했는데, 현재는 자동차 배상금에 합의했고, 조만간 한정된 기간 안에 새롭게 차를 구매하고 렌터카를 반납해야 할 상황입니다.

사고로 인해 차량이 폐차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을 영국에서는 토탈 로스(total loss)라고 하더군요. 차를 완전히 잃은 상태. 수리비가 현재 차의 시세보다 더 높게 나올 경우, 수리를 진행하지 않고 폐차하고, 운전자에게는 그 시세만큼의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해요.

사실, 주변에서 저희처럼 차량 토탈 로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둘이나 있었는데, 이들 모두 첫 사고였던지라 다들 사고 초보였어요. 저희도 마찬가지였는데, 혹시 저희 경험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적어봅니다.

일단, dash cam(블랙박스)이 없으신 분들께는 dash cam 구입과 설치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희는 전적으로 타 운전자 과실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어요. 좌회전해서 저희 lane에 들어오려는 코치 운전자가 우측을 전혀 보지 않는 것이 저희 대쉬캠에 다 찍혔거든요. 남편도 당황하여 사고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는데, 대쉬캠 덕분에 모든 정황이 기록되어 있었어요. 그 덕에 저희는 이렇다 저렇다 크게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전적으로 상대방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5년간 대쉬캠을 달고 써 왔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쓰인 것을 경험하더니 남편이 마음 같아서는 후방에도 하나 달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희 지인 중 한 분은 저희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대쉬 캠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요즘 코비드 때문인지 자동차 사고 접수는 인명피해가 없을 경우 온라인으로 사고 접수를 하나봐요. 남편이 뭣모르고 경찰서까지 차 끌고 갔다가, 경찰서에서 접수 안 받는다고 온라인으로 하라고 되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셋째, 누구의 과실이든지 간에 본인의 보험사에 연락하셔서 사고 접수를 하시면 됩니다. 본인의 과실이 없을 경우 no fault claim으로 처리되어 본인의 보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희 보험사가 다음날 바로 렌터카를 어레인지해줬고, 대쉬 캠 정보도 저희 보험사 담당직원에게 보내주었습니다. 모든 처리는 저희 보험사가 해주는데, 비용을 아마 상대보험사에 구상권을 행사해서 되돌려받는 식인가봐요.

넷째, 토탈로스로 자동차 비용을 배상받게 될 경우, 첫번째 제의받는 비용을 그 자리에서 바로 accept 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영국에서 가장 큰 중고차 중계 사이트인 AutoTrader라는 곳을 통해 동일 연식, 동일한 스펙의 차량을 조사했고, 그 정보를 갖고 있었어요. 저희측에서 얼마만큼을 요구해야 할지 대략적인 선을 가늠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상대측에서는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꽤 낮은 금액을 전화로 제시해왔고, 당황한 남편은 그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저에게 전화를 넘겼습니다. 저는, 우리가 찾은 비슷한 스펙 차량은 그 보다 높은 값이라고 이야기했더니, 그에 항의(dispute)하고 싶다면 자기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 차와 동일연식이지만 저희 차보다 조금 더 오래됐고, 마일도 좀 더 높은 차가 저희 차에 가장 가까웠는데, 그 차와 그보다 좀 못하지만 좀 더 싼 차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제시한 차보다는 비싼 차량, 이 두개가 유일하게 찾을 수 있던 가장 흡사한 차량이라 이 둘의 링크를 보내며, 저는 그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 가장 유사한 차량보다 저희 차가 몇달이지만 더 새차에, 마일도 낮으므로 그 차 값에 몇백 파운드 더 붙은 금액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대망의 오늘, 저희 차 가치를 산정한 해당 직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전화로 말을 하는데, 직원이 상당히 빠르게 말을 다다다다다다 하더라구요. 제 혼을 쏙 빼놓는 방식으로. 알겠다고,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데도 제 말은 안중에도 없이 다다다다다...

그러면서 제가 제시한 금액이 왜 안 되는지, 그러면서 자기는 이 금액이 최대라고 하며 처음보다 조금 높은 금액을 제시했어요. 그러면서 본인도 AutoTrader에서 찾은 자동차 두 대 예시를 보내주며 자기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 차들은 저희 차보다 연식이 높거나 엔진이 두 급이나 낮은 엔진이었고, 그 중 한 대는 개인 딜러가 판매하는 차량이라 신뢰도가 더 떨어지는 점 등을 주장하며 저와 실갱이를 하다 결국은 그가 제시한 값에 합의를 해버렸습니다.

이번 벨류에이션 금액에도 제가 합의하지 않게 되면 공식적으로 다시 리벨류에이션을 해야 하고, 그럴 경우 뭐가 어떻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엄청 피곤해질 거라는 식으로 말을 하길래, 좋다고, 그 금액에 합의하겠다고 해버렸지요.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이런 경우에 이메일로 지금 말한 내용들 서머리 해서 보내달라고, 그럼 이메일로 내가 답장하겠다고 말한다고, 전화로 상대하기 힘들 때는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편하더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저희는 한번의 협상으로 450파운드 더 올려받았는데, 그것도 뒷범퍼에 아주 약간의 기스가 있다고 그것에 대해 150파운드를 제하고, 결과적으로는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300파운드 더 받게 되었어요. 남편은 그거라도 어디냐고, 수고했다고 해 주는데.. 전 뭔가 아쉽네요. ㅠㅠ 사고, 고장 없이 잘 타고 다니던 차를 이렇게 갑작스레 보내게 된데다, 요즘 중고차 너무 비싸졌어요. ㅠㅠ

남편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지만, 당장 렌터카 끌고 다니며 새로 차를 보러 다녀야 하니 번거롭게 됐습니다.

모두들 안전운전하시고, 사고 없이 편안한 생활 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