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생활정보

영국에서 만족스러운 고객서비스를 제공한 딱 두 곳...

옥포동 몽실언니 2021. 8. 18. 19:25

오늘은 오전에 청소기를 열심히 돌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어봅니다. 

영국에서는 무엇 하나 일 처리를 하려고 해도 그게 어쩜 그리 번거롭고 힘든지... 특히 전화로 고객서비스에 연락해야 할 때가 정말 힘들다는 생각.

어떤 지역 악센트를 가진 어떤 직원이 전화를 받을지도 걱정이지만, 한참 대기해서 통화를 해도 속시원한 일처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 곳.. 제가 예전에 전기/가스 고지서를 몇 번이나 받은 일에 대해 쓴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런 곳이 영국이에요. 

2017.11.06 - [영국에서 먹고 살기] - 한달 전기/가스세 고지서를 7번이나 보낸 영국가스회사

 

한달 전기/가스세 고지서를 7번이나 보낸 영국가스회사

영국에서는 이사를 하고 나면 늘 가장 번거로운 일이 "Bill을 관리하는 일"이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 기숙사 생활만 해 온 나는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인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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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친절한 서비스, 만족스럽지 못한 일처리를 겪을 때는 영국에서 돈을 벌며 생활하는 남편과 시누이가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영국에서 돈을 벌기는 쉬워도 돈을 쓰면서 얻는 만족감은 낮다고..  시누이는 좀 더 나아가 영국처럼 돈 벌기 쉬운 곳이 없는 것 같다고.. 어떻게 이렇게 일하면서도 다들 월급받고 사는지 놀라울 정도라며 자신이 경험한 불친절한 서비스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곤 해요.

사실 그런 직원들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월급을 받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긴 해요.  한국에서는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의 감정노동이 심한 것 같아서 보기 안쓰러울 때가 있으니까요.  또, 영국의 불친절한 고객서비스는 노동자 개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그렇게 일하게끔 하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저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지나가곤 했는데요.

영국에 살면서 전화로 하는 고객서비스에 만족한 적이 딱 두번이 있었는데, 그 중 첫번째가 애플에서 산 컴퓨터 문제로 애플 케어에 연락하여 상담을 받은 일이에요.  와.... 이렇게 친절한 전화 응대는 영국에 수년간 살면서 처음이었어요. 얼마나 친절하고 제 입장을 헤아려주며 인내심을 갖고 제게 설명을 해주던지..  당시에는 이게 미국회사라서 그런가, 하고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놀라움을 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번째는 A Plan 이라는 보험 브로커 회사 서비스였어요. 영국에서 운전 연수를 받을 당시 연수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곳이었는데요. 제가 운전을 배우며 운전미숙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절실히 느끼며, 운전 선생님에게 어떻게 나같은 학생들만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냐고, 불안하고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자기 부인이 자기 앞으로 아주 많은 보험을 가입해뒀다며 하하하 웃으시더군요.

보험은 어디서 알아보고 어떻게 드냐고 물었더니 A Plan이라는 곳에 가면 여러 보험을 비교해서 제일 좋은 딜을 소개해준다고, 거기 괜찮다며, 자기가 여러 사람들 소개해줬고 그들 모두 그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하니 너도 이용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영국에서 집을 구매하며 집 보험, 모기지용 생명보험을 들기 위해 저희도 A Plan을 찾았는데, 와... 영국에서 이렇게 친절한 서비스 받아보기는 애플에 이어 딱 두번째. 참 친절하고 저희를 존중해주는 듯한 고객응대 태도. 해마다 보험 갱신을 위해 연락을 주는데, 그 때도 항상 친절해서 감동을 받아요. 영국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있구나 놀라게 하는 곳입니다.

 

A Plan 을 광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곳을 추천할 만한 것이, 저희가 은행에서 20% 우대 할인율까지 적용된 보험료보다 A Plan에서는 더 낮은 보험료에 보험 커버리지는 더 좋은 것으로 찾아주더라구요.

영국에서는 큰 돈 내고 뭘 사도, 일단 사고 나면 사후서비스가 정말 불만족스러운 편인데, A Plan 의 서비스는 언제나 만족. 이런 시스템이 영국에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주는 곳이었지요.

서비스가 너무 친절하고 좋아서 내친김에 자동차 보험도 거기서 들려고 했더니, 저희가 인터넷으로 찾은 좋은 딜보다 더 비싼 딜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자기네가 소개하는 보험 가입을 권하지 않고 오히려 저희에게 자동차 보험은 그냥 인터넷 보험으로 가입하라고 하며 돌려보내기까지 했어요.

그렇지만 이것도 지점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서비스가 좀 다르긴 했어요. 옥스퍼드에서 만났던 직원들은 좀 젋고, 보험 상담에 임하는 태도도 조금은 무성의해보였는데, 저희가 사는 아빙던 지점의 직원은 매우 친절하고 좋았어요.

외국에 사는 게 참 만만치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성인기 시간이 총 7년 반.  그리고 영국에서 14년.  한국에서의 시간보다 영국에서의 시간이 더 길었고, 그 영국에서의 시간 동안 영국 학교에 몸담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몸과 마음은 한국에 길들여져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항상 걱정입니다.  그간 사고 처리를 하며, 아이들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하고 지냈던 저의 고민과 생각들을 차차 올려볼게요. 

오늘도 제 이야기에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