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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영국 주유소 기름 대란!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니요!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4. 23:39

한국은 연일 정치뉴스로 시끄럽지만 영국은 연일 코로나바이러스19 상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여파로 인해 시끄럽다.  최근 들어 발표된 영국의 코비드 상황 중 주요한 소식은 현재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서 기름 사재기(!)가 일어나는 중이고, 내년이면 세금이 대폭 인상되며, 전기가스요금도 약 30% 오르게 될 예정이라 한다.

1. 영국의 코비드 확진자 규모

영국은 9월 23일 신규확진자 35,764명.  지난 7일간 평균 32408명.  한국이 확진자 3000명이 넘어 심각한 문제 상황에 돌입한 것과 달리, 영국은 확진자가 그 10배 수준인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었지만 영국이라는 사회는 그것에 큰 동요가 없다.  영국은 워낙 아래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지난 겨울에는 확진자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고 그와 함께 사망자도 엄청났는데 요즘은 백신접종 확대로 인해 사망자 수는 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 코비드 확진자 규모 그래프

 

사망자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사망자가 180명 수준이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영국인들이 이제는 이런 통계조차 잘 찾아보지 않을 것이다.  많이 나아진 수준이고, 부디 계속 완화되기를 바랄 뿐.  정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모든 코비드 관련 규제를 푸는 상황에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많지가 않다.  아래를 보면 영국 1일 신규사망자 그래프이다.  최근 180명대인데, 지난 겨울을 보라.. 하루 사망가 1700-1800명 수준이었으니.. 그 때의 영국의 분위기는 다시 떠올리기가 싫다.

그래프 출처: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country/uk/

 

2. 주유소 기름 대란!

이 와중에 영국은 기름이 없어서 난리이다.  어디에 기름이 없냐고?  바로 주유소!!!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

영국이 코비드 상황과 브렉시트 여파가 겹치며 대형트럭 운전사들이 심각하게 부족하게 되었다.  이들 상당수가 유럽에서 들어온 근로자들이었는데, 브렉시트로 이들의 비자가 까다로워지고, 코비드로 인해 이들에 대한 행정절차가 상당기간 밀리게 되면서 영국에서는 현재 약 11만명의 대형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현실이라고 한다.  

코비드 전부터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 중이던 물류대란은 코비드 확진자 접촉자에 대한 격리까지 이루어지면서 운전사들 품귀현상이 더 심해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대형트럭 운전자는 확진자 접촉시에도 격리 면제까지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서 주유소마다 기름을 배달하는 운전사들이 부족해지며 주유소 기름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갔는데 기름이 없어서 못 넣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이 소식은 어제 뉴스를 뜨겁게 달궜고, 영국 정부에서는 오늘 토요일, 대형트럭 운전사에 대한 비자를 완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름없다고 적혀있는 셀프주유소(영국은 모두 셀프주유소이다) 기름 호스. 사진출처: https://www.bbc.co.uk/

3. 2022년 세금 인상

이렇게 팬데믹으로 난리가 난 중에 영국은 몇주 전 드디어 내년 사회보험료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인상하는 주된 이유는 소셜 케어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세금 인상의 주요 대상은 바로 월급쟁이들이다.  신문지상에서도 부자들에 대한 상속세나 자산에 대한 세금을 올리지 않고 애먼 월급쟁이들의 세금만 올린다고 비판이 잠시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을 뿐.  

영국에서 오래 살아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이런 점이다.  한국에서는 사회보험료를 10%씩이나 인상한다면, 그것도 1년만에 갑자기 그렇게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 연일 뉴스가 난리나고 데모도 일어날 것 같은데, 영국은 조용하다.  다들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듯.  연간 약 1만파운드(1620만원) 미만 소득자는 국가보험료(NI)를 내지 않는다고 하고, 그 외에는 대부분 자기 연봉의 약 10% 정도 되는 금액을 추가적으로 더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 1% 인상하는 것도 그렇게나 어려워서 수십년째 연금기금 고갈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써가면서(영국이나 주요 선진국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수백조의 연금기금 같은 건 애초에 없다.  아예 연금 기금 없이 현재 세대에게 걷어서 노인 세대에게 지급 중이다) 연금 보험료 인상하려는 노력을 해도 늘 불발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이렇게 별스럽지 않게 월급쟁이들의 연봉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가로 걷어내겠다고 발표하고 그게 큰 반대없이 수용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영국 2022년 국가보험료 인상 도표. 출처: https://www.bbc.co.uk/news/uk-politics-58436009

 

그렇잖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 식비를 반으로 줄인 통에 우리는 내년..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  최후의 수단으로는 한국에 부모님께서 오셔서 아이들을 좀 봐달라고 부탁드리거나(아이들 어린이집 비용이 너무 비싸서 ㅠ), 아니면 내가 아예 일을 접고 내년 상반기까지 아이들을 직접 돌보거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4. 2022년 전기/가스료 인상

사회보험료 인상 만으로도 가슴이 막막한데, 내년이면 전기가스료도 인상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기가스 공급 회사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난리가 났는데, 그 중 한 회사가 알고 보니 우리가 계약하고 있는 회사이다!!!!

영국은 전기가스를 포함하여 철도 등 상당부분의 공공 기관시설을 민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영화 선두주자?! 하하.  그런 민영화의 여파는 바로 이런 것이다.  갑자기 회사가 망한다!! 우리 전기 가스 회사가 망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새로운 공급자를 자동으로 지정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줄 것이니 기다리라고 한다.  휴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영국은 공공요금이 회사마다 달라서 매년, 제일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회사를 직접 찾고 그리로 계약을 옮겨야 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핸드폰 요금 내는 회사를 매년 바꿔야 저렴한 요금을 쓸 수 있는 방식이다.  1년 계약이 만료되고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면 늘 요금이 확 올라버리기 때문이다. 새롭게 옮겨가는 회사에서는 얼마의 요금에 어떻게 계약하게 될지 모르겠다.  당장은 예전 계약을 이어주는데, 이후에도 저렴한 딜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브렉시트에, 코비드에, 주유소 기름 대란까지.  

살다살다 별 일을 다 겪는다.

영국의 상황은 언제쯤 진정될까.  

이 나라의 상황을 보면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개발될 수 있었는지.  백신을 개발해낸 것을 보면 특정 분야에 저력은 분명히 있어보이는데, 그 외 모습들을 보면 긴가민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