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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폐차(total loss)한 경험

옥포동 몽실언니 2021. 8. 12. 19:4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근 한 달만에야 다시 소식을 올리네요.  영국에서 차사고를 겪으며 그와 관련하여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남편의 교통사고가 있었고, 보상과정이 진행되었고, 저희는 황급히 중고차를 다시 알아봐야 했고(현재 중고차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있어 차 구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차를 사기 무섭게 아이들 어린이집에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어린이집이 열흘간 문을 닫으며 저는 갑작스레 아이 둘을 전업으로 돌봐야했습니다.  

먼저, 영국에서 차 사고를 처리한 경험을 공유할까 해요.  혹시라도 영국에서 처음으로 차 사고로 당황하시는 일이 생기실 경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고 경위:

저희는 7월 8일.  잊을 수 없는 날짜.  그 날 오후 5시 24분경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공원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좌회전해서 남편 차선으로 들어오려던 coach(대형 대절버스)가 남편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진입하면서 직진해서 오고 있던 남편 차의 왼쪽 부분을 쳤고, 그로 인해 차량 조수석에 달린 사이드 미러, 조수석 문, 그 뒷문과, 뒷문의 뒷 부분까지 다 찌그러지면서 결국 차량 폐차 판정을 받았어요. 수리비가 최소 부품비만 9천 파운드에, 인건비 등등 더하게 되면 엄청나게 치솟고, 수리한다 하더라도 차량 구조가 심하게 틀어졌으므로 계속 고장이 날 우려가 있으므로 repairable 하지 않다고 가자리에서 판단한 거지요.

살면서 생애 첫 교통사고를 영국에서 당한 남편은 당황. 제가 없는 상황에서 남편 혼자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저도 놀라 저희 가족은 그때부터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당장 다음날부터 아이들 어린이집 드랍오프부터도 문제에, 사고처리 경험이 없다 보니 아주 당황한 거죠.

경찰 신고: 온라인으로 진행

상대방 코치 운전자는 크게 놀라지도 않고, 자기 디렉터의 명함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넘겨준 후 차량 번호판 사진을 찍으라고 한 후, 자신은 가야 한다며 자기 차에 램프가 고장난 것만 새로 교체하더니 가버리더래요. 놀란 남편은 그 상태의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 후 사이드미러를 테이프로 대충 감고 경찰서로 갔다네요. 경찰은 사고 접수는 온라인으로 하라며, 현장에서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하며 남편을 돌려보냈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온라인으로 사고 접수를 했습니다.

보험사 컨택: 진짜 보험사 맞는지 잘 확인하기

경찰 접수 후 남편은 보험사에도 연락을 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저희 자동차 보험이 Aviva인데, 남편이 아비바를 검색해서 전화한 것이 Aviva가 아닌 Aviva 홈피와 아주 흡사해 보이는 보험 처리 브로커 회사였던 것 같아요. 사고접수를 했는데 다음날 보니 아비바에 접수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아비바에 제대로 다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고, 저희는 다행히 차량에 dash cam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 카메라에 모든 게 찍혀있는 덕분에 no fault claim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사고로 보험사에 연락하실 때 반드시 진짜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 전화가 맞는지 재차 잘 확인하고 연락해야 합니다.

대쉬캠(차량용 블랙박스)의 유용성:

예전 차에서 차량번호판을 뜯기는 경험을 한 적 있는 남편은 (번호판을 뜯어가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돈 내지 않고 도망간다든지 기타 범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5년전 아마존에서 최신형 대쉬캠을 사서 차에 설치하고 다녔는데, 설치는 해두고 한번도 포맷을 하지 않고 지냈어요(한달에 한번 포맷이 권장사항). 그러나 다행히 대쉬캠이 잘 작동하고 있었고, 대쉬캠을 확인하니 신호없이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고 대기 중인 코치 운전자가 우측에서 진입하는 차량을 전혀 보지 않고 좌측만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 그대로 좌회전을 해버리는 모습이 모두 찍혀있었어요. 차량 내에서 대쉬캠 화면을 볼 때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서 이게 뭔 소용이 있을까 했는데, 컴퓨터로 녹화본을 보니 아주 선명하게 잘 찍혀있더라구요. 운전자가 어깨까지 완전히 좌측으로 돌린 상태로 우측을 전혀 주시하지 않는 모습이 말이죠.

어쨌든, 이번 사고처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저희 잘못이 있든 없든 사고 처리는 저희 보험사에 연락하는 것이고, 저희 과실이 전혀 없을 경우 사고 처리를 저희 보험사에서 일단 모든 것을 지원해주고 상대편 보험사에 구상권을 행사하여 상대편 보험사에게 돈을 청구하여 지급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저희 보험사에 연락하여 렌터카 회사를 안내받고, 그날 오후 렌터카 회사에 가서 차를 픽업하고 그 때부터 렌터카 신세가 되었습니다.

보험사에서 진행해 준 것:

가까운 렌터카 회사 Enterprise에 연결해줘서 1파운드의 보증금(?)을 내고 차를 픽업했습니다.

차량 garage(차량 정비소)로 견인: 견인 트럭이 와서 저희 차를 갖고 갔어요. 가라지로 가져가서 수리 가능한지 알아본 후 연락준다고. 그날인가 다음날인가 연락와서 수리 불가를 알려왔습니다. 이럴 경우 폐차하는 것을 "write off"한다고 표현하더군요. total loss(전체 상실)로, 차량의 현재의 가치(valuation)만큼을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이후, 저희 차는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car valuation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옮겨졌습니다. 그곳에서 valuation이 진행됐고, 첫번째 제시받은 금액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어서 dispute을 하면서 결국 300파운드 더 받고 합의했습니다. 저는 500-800파운드는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만만치 않더군요. 사람 혼을 쏙 빼놓는 따발총 말투로 다다다닥 쏘아대며 자기만의 논리를 늘여놓는 바람에 침실에 널부러져있다 전화받은 제가 졌습니다. 300파운드라도 더 받은 것으로도 감사.

--> 300파운드라도 더 받을 수 있었던 요령: 차량 total loss 판정이 난 후 valuation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저희 차와 가장 유사한 스펙의 차량을 찾아서 대략적인 시세를 파악해둔 상태였습니다. autotrader를 계속 검색해서 최대한 유사한 차들의 가격 범위를 확인하고 화면을 캡쳐하고 링크를 저장해뒀지요. 그게 아니었으면 dispute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사실 그쪽에서 제시한 금액 자체도 아주 나쁜 금액은 아니었지만 요즘 중고차 시세가 워낙 오른 탓에 이런 상황에 차를 구해야 하다 보니 저희도 한푼이라도 더 받는 게 중요했어요.

valuation 을 통해 결정된 보상금액 산정이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좀 낮은 것 같다는 말을 하자, valuation회사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럼 너희가 생각하는 금액과 그 근거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안내하더군요. 즉,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이 아주 특이한 과정이 아니라 흔하고 일반적인 과정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니, 저희처럼 total loss 되어서 보상을 받을 때 금액이 좀 적은 듯하다는 느낌이 있으실 경우 dispute 해보실 만 합니다.

자동차 안에 아이들 카시트가 두 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차량 폐차 판정을 받은 차에 설치되어 있던 카시트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카시트 구입한 invoice를 제출하고 카시트 비용을 지급받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당시 구입할 때 존루이스 기프트카드를 할인가에 구입하고, 거기에 더하여 카시트도 20% 할인하는 아주 좋은 딜에 카시트를 구입했는데, 지금은 같은 것을 같은 값에 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런 것이 감안되지 않는 방식으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Tom Fisk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남편 사고 후유증 처치:

GP(담당 주치의): 사고 이틀 후부터 어깨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여 GP에 연락했고, GP에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이라 그런지 당일 전화상담 약속을 잡아줬습니다. 의사는 차가 휘청하면서 몸이 흔들려서 아프게 된 게 맞는 것 같다며 물리치료사에게 refer를 해줬고, 일주일 후 물리치료사와 전화 약속이 잡혔습니다.

물리치료사: 물리치료사와 먼저 전화 상담 후 병원에 내원하여 물리치료사가 몸을 봐줬고, 어깨 부상(통증으로 인해 열중셔 자세가 안 됨)을 낫게 하기 위한 스트레칭 몇가지를 알려줬습니다. soft tissue의 문제로 보이며 다행히 신경이나 이런 곳에는 문제가 없다고, 6주쯤 통증이 계속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고 스트레칭 잘 해주고 무리한 동작은 하지 말라는 말을 해줬다고 합니다.

멘탈헬스 서포트: 남편이 심적으로 많이 놀라서 운전할 때 다른 레인에서 끼어들려고 하는 차량만 보여도 깜짝 깜짝 놀라는 게 보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남편이 GP에게 전했고, 그러자 GP가 Mental Health and Wellbeing Support Worker가 있다며, 거기에 연락해보라고 해서 그곳에 연락했습니다. 이 분들은 medical staff은 아니고 지역사회에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지지해주는 일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통화를 하고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긴했는데, 남편은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자동차 보험 관련하여 후회되는 점:

법적 커버(Legal cover)를 들지 않은 것: 저희 차 보험에 legal cover 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남편의 부상과 저희의 시간적인 낭비와 손해(중고차 알아보기, 중고차 뷰잉 다니고, 차 사러 다니는 시간, 남편의 정신적 충격 등)에 대해 보상을 받으려면 저희가 직접 personal injury portal이라는 곳을 통해 직접 보상 청구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년 보험회사를 옮기며 보험을 갱신할 때(그렇게 해야 보험료가 싸지거나 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법률 서비스 커버가 딱히 필요할 일이 있을까 했더니, 사고가 나면 이런 보상금 신청 과정을 대신 해주고 결과적으로 적절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legal cover가 하는 것이더군요. 그리하여 올 가을에 보험을 갱신할 때는 legal cover를 꼭 들자고 결심한 상태입니다. 상대방 보험사에 이런 보상금 신청을 문의하니 아주......불친절하더군요. ㅠ 난관입니다.

차량 보험에 렌터카(courtesy car 와 hire car)를 포함하지 않은 것: 이것도 아주 약간 후회되는 점이었어요. 사실 저희의 현재 차량 보험 상태는 "우리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는 것을 가정하여 종합보험(comprehensive cover)에 견인 서비스(breakdown coverage)만 추가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사고를 겪고 보니, 차량 보상금이 결정되고, 그 금액이 저희에게 지불되고 나면 상대방 보험사에서 저희에게 차량 렌트를 제공하는 기간은 딱 일주일, 7일입니다. 연장을 안 해줘요. 절대 안 된대요.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는 해당 기간에 새로운 차량을 구하지 못하고 차가 없을 경우 저희가 저희 보험에 hire car가 cover로 포함되어 있으면 저희 보험사에서 저희에게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희는 차량에courtesy car와 hire car를 포함해두지 않은 상태라 보상금 지급받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차를 구해야 해서 아주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리하여 다음에 보험갱신할 때는 차량 렌트도 포함하려구요. 만약 차를 기한 내에 구하지 못해서 저희가 렌트를 해야 했다면 차량 렌트 5일에 400파운드쯤 되는 비용이 나가는데, 그 금액은 차량 보험에 렌터카를 10년은 추가할 수 있는 금액이니까 보험에 추가하고 돈을 좀 더 내는 게 마음에도 평화요, 심신에도 안정을 주는 길 같아요.

***

그렇게 저희는 긴급한 사고처리는 마친 상태이고, 이제 시간을 내서 상대편 회사에 개인부상에 대한 보상만 신청하면 되는 상태입니다.  갑작스런 차 사고로 차까지 폐차되며 다행히 밤낮 없이 중고차를 찾아 헤매다가 적당한 차를 찾고 한숨 돌리기 무섭게, 아이들 어린이집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레 준비없이 아이 둘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몽실언니...!!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전할게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