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공부하기/석박사과정 공부

[영국유학] 영국 석사과정 에세이 작성하는 법(사회과학계열)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1. 15. 20:43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으로 석사과정, 혹은 박사과정으로 오시는 분들은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에세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실텐데요. 오늘은 영국에서 사회과학 계열 대학원 과정에서 유학하시는 분들을 위해 바로 이 에세이 쓰는 요령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10월 초에 학기를 시작하면 학기 중간이나 학기 말쯤 되면 에세이 데드라인이 하나 둘씩 생깁니다. 저도 처음 영국 왔을 때 첫학기 4주차(아마 11월 초중반)에 에세이 하나, 8주차(12월 초중반)에 에세이 하나 데드라인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아주 오래 전 일이 되어서 제가 경험한 것이 현재 공부하시는 분들께 얼마나 적용될지는 모르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저의 요령을 공유하겠습니다.

현재 공유하는 내용의 근간이 되는 것은 처음 영국와서 박사과정 중에 석사과정 수업 청강을 했는데, 당시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강의해주신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내용과, 제가 그 수업 청강 과정에서 과제로 나온 에세이를 작성하며 배운 것, 학교 랭기지 센터에서 배우게 된 academic writing 수업 내용, 이후 박사과정에서 논문을 쓰며 교수님과 수퍼비전을 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 에세이 작성법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사진출처: Photo by Nick Morrison on Unsplash

 

에세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으신 분들께는 영국에서 과제로 나오는 에세이가 생소할 것입니다. 사회과학 계열에서 에세이 과제는 결국 시험으로 연결됩니다. 에세이 과제 질문들은 시험에 나오는 질문과 흡사하거든요. 요즘은 코비드로 시험 스타일도 좀 변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전통적으로 자리에 앉아서 치는 시험의 경우 그 자리에서 자기가 사전에 작성해서 익힌 에세이를 한 자리에서 써내려가야 하는 형식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될 경우 논문 챕터 하나는 결국 3-4개의 2500자 에세이를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식입니다. 따라서 에세이 작성은 석박사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글쓰기를 훈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세이 작성 요령

 

1. 정확하게 질문 파악하기

에세이 질문 내용을 잘 분석하셔야 합니다. 질문을 알아야 답을 쓸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묻는 내용, 작성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쓰셔야 합니다. 반드시, 질문에 대한 답을 써야 합니다. 질문하지 않은 내용을 쓰거나, 질문에서 제시한 내용을 모두 쓰지 않거나, 질문을 잘못 분석하여 엉뚱한 답을 쓰면 안 됩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게 "에세이와 논문의 차이점"이 딱 한 가지인데, 에세이는 교수가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이고, 학위 논문은 자기가 만든 질문에 자기가 답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에세이에서는 교수가 준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답을 쓰셔야 합니다.

2. 에세이 문서에 에세이 질문을 적어주기

교수들은 여러 에세이를 읽고 평가합니다. 가끔 에세이 질문을 여러개 주고 학생들에게 선택해서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제출하는 에세이가 어떤 질문에 대한 에세이인지 교수가 바로 알 수 있도록 에세이 질문을 적어준 후 자기 글을 시작하면 좋습니다.

3. 도입 문단 꼭 쓰기

도입 문단이 꼭 필요합니다. 학생이 에세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제시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글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은 모든 학생이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지에 대한 내용을 도입문단에서 알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입장을 선택하여 그 입장에 대한 글을 쓰도록 요구하는 글이라면, 도입 문단에서 이 글은 어떤 내용에 대한 어떤 문제를 discuss 하는 글인지 쓰고, 어떤 논쟁점이 있는데 그 중 나는 어떤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쓸 거다, 먼저 어떤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들이 있는지 소개한 후, 내가 그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글을 마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이 글이 뭐에 대한 어떤 글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도입 문단에서 정확하게 써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독자(에세이의 경우 교수)가 글을 읽을 때 앞으로 나올 내용을 예상하며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4. 각 문단별 topic sentence 꼭 쓰기

영어 글쓰기에서 기본이 바로 이 topic sentence 작성입니다. topic sentence는 각 문단의 첫번째 문장입니다.

한국에서는 체계적인 academic writing을 배운 적이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어에서는 각 문단의 내용이 각 문단의 첫번째 문단을 통해 잘 드러나도록 써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 독자의 경우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읽고도 글 전체의 내용을 대충 가늠할 수 있도록 써줘야 합니다.

처음부터 topics sentence를 완벽하게 쓰고 문단내용을 쓰려면 힘듭니다. 글 전체 개요를 짜서 글을 전개해나가며 각 문단이 완성됐을 때 각 문단의 첫번째 문장이 문단 전체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잘 보여주는지 확인하며 topic sentence를 새로 만들거나 이미 써둔 topic sentence를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5. 결론 문단 써주기

결론 문단에서 이 글이 무엇에 대한 글이었는지 잘 요약해서 다시 한번 독자에게 리마인드 시켜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추가적으로 적어주면 좋고, 그게 어려우면 간단히 요약이라도 꼭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의 글이 제대로 완결되는 것입니다.

6. 글자수 제한 절대 넘지 말기

기본입니다. 글자수 제한을 넘기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이런 건 기본 중에 기본이므로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한 글은 글 내용을 읽기도 전에 글에 대한 인상, 저자(작성한 학생)에 대한 첫인상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몇 자 넘는다고 알까 싶지만, 200자만 넘어도 알 수 있습니다. 200자면 논문 초록 하나, 문단 하나 정도가 더 길어지는 길이라서 교수들은 글자수를 확인하지 않아도 길게 쓴 글은 한번에 알아봅니다.

7. 데드라인 반드시 지키기

이건 너무 당연한 소리죠? 그래도 이게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세이 데드라인을 못 지키는 건 수업에 지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데드라인을 절대 지킬 수 없을 경우, 미리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세요. 미리 사전에 조율된 게 아닌 이상, 데드라인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8. Self-editing

글을 다 쓰고 나면 반드시 다시 한번 탈고 과정을 거치세요. 자신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쓴 글을 다시 보면 자기가 잘못 쓴 부분이 보입니다. 글을 완성하고 나서 반드시 다시 한번 읽으면서 최종 수정, 편집, 영어교정 작업을 거치세요. 이건 학교 랭기지센터 academic writing을 다년간 가르치던 교수님께서 강조, 또 강조하셨던 말씀이에요. 그 후로 저도 셀프에디팅을 반드시 하게 됐는데, 다시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썼나, 이런 기본적인 걸 왜 틀리게 썼지, 하는 게 한두개 이상 꼭 나옵니다. 원어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보면 글을 쓰면서 자각하지 못한 오류가 꼭 보이거든요.

9. 영어교정

원어민이 아닌 이상 문법을 교정하는 과정은 글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논리적으로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영어 문법에 오류가 많으면 글에 대한 인상이 나빠집니다. 더 임팩트 있을 수 있는 글이 그냥 그런 보통의 글로 느껴질 수 있어요. 물론 내공이 깊고, 학생에 대한 sympathy가 있으면서, 외국 학생들이 유학기간을 거치면서 영어가 나아지는 과정을 많이 지켜본 교수님들은 문법이 좀 틀린 글에 대한 이해심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그런 게 전혀 없는 인정사정 없는 교수님들이 어딜가나 꼭 한두분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교수님이 내 에세이를 평가하는 교수님이 될 수 있는 확률도 꼭 있구요. 내용적으로 좀 부족한 에세이가 에세이라도 영어라도 잘 써져 있으면, 이 학생이 에세이 질문을 잘 못 이해했나, 요령이 없나, 공부가 부족했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지만, 내용적으로 좀 부족한 에세이가 문법까지 오류가 많을 경우 이 학생은 이 과정을 공부할 자질이 충분히 없는 게 아닌가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글을 사전에 완성해서 전문 proofreader에게 교정을 받고, 그게 힘들다면 Grammarly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서라도 최소한의 문법 교정은 반드시 하시기 바랍니다!!


영국에서 특히 사회과학 계열에서 에세이 작성은 학위 과정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소양입니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고, 자신이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에세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질문을 잘 파악하고, 그 질문에 관련되는 공부를 한 후(=관련 아티클 읽고 이해하며 분석하기) 그것을 논리적인 글로 잘 표현해내면 됩니다.

학업을 위해 귀한 시간과 큰 돈 들여가며 먼 길 오신 만큼 많은 것을 얻어가시는 학위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