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공부하기/석박사과정 공부

관정 이종환 장학금으로 옥스퍼드 유학을 오게 된 사연..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7. 07:46

얼마전 영국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 중인 한 방문자께서 저에게 어떻게 관정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로 유학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고 하여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사실 이제는 너무 오래 된 이야기라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민망합니다.  그러나 정보공유의 차원에서 혹시라도 영국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어봅니다. 


관정 장학금과 옥스퍽드 박사과정 모두에 합격


저는 관정 장학금을 받고 영국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관정 장학금의 장점은 제가 유학 오던 당시 영어권 국가로 유학가는 문과생이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으로는 관정 장학금이 액수가 높았습니다.  또한 국비장학생이나 그 외 시험이 필요한 장학제도와는 달리 별도로 치는 시험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단점은 나이 제한이 있다는 것 (지금은 제가 지원하던 때보다 나이 제한이 더 엄격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별로 특정 학교 입학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시 나이제한 커트라인에 겨우 들었던 것 같고, 관정에서 지원해주는 영국 유학 가능 학교 중 제가 전공하려는 전공이 유명한 학교는 LSE와 옥스퍼드 정도였는데, 저는 런던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 옥스퍼드만 지원했어요. 

그렇게 저는 옥스퍼드 박사과정을 지원하고, 관정도 지원하고, 관정 장학금이 먼저 발표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옥스퍼드 입학허가도 받으면서 저는 옥스퍼드로 관정 장학금을 받고 올 수 있었습니다. 

옥스퍼드 말고 다른 곳은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 한 군데 원서 내고, 딱 한 군데 장학금 지원해서 둘 다 합격하게 된 참 운이 좋았던 케이스지요. 


옥스퍼드 지원 계기: 뜻밖의 이유


옥스퍼드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다소 개인적입니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하던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권하셨거든요.  당시 저는 영국 외 다른 유럽 국가, 프랑스나 네덜란드로 박사과정을 가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 국가들에 어떤 교수가 유명한지 알아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에 지도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어떤 학교, 어떤 교수 밑으로 가야 할 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그냥 확 좋은 학교를 가버리면 된다고.  그 이유는 좋은 학교는 전공과 교수를 불문하고 그 학교의 학문적 표준이 높게 정해져 있어서 최소한 그에 걸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구요.  

프랑스나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게 될 경우, 어디로 가야할 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지만 제 2 외국어를 새로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는데,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영국의 유명한 대학인 옥스퍼드나 캐임브릿지로 마음이 기울었고, 캐임브리지의 경우 제 전공이 없어서 제 전공 분야에 박사과정이 있는 옥스퍼드로 결정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 박사과정 지원 과정


사실 저는 아주 운 좋게 옥스퍼드 입학 허가를 받고 관정 장학금도 받은 경우라 제 이야기는 다른 분들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옥스퍼드 입학 허가는 제가 생각해도 어떻게 받았는지 신기한 일이거든요.  관정 장학금도 제법 치열한 장학금인데 제가 받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저의 경험이 다른 분들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저는 입학 지원을 준비한 기간이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을 하며 틈틈히 지원 서류들을 준비했습니다.  영어성적은 석사 시절 토플 성적 받아둔 게 있어서 그 성적으로 지원가능했습니다.  제가 지원하던 당시 CBT 토플 성적으로는 270점이 커트라인이었는데, 제가 갖고 있던 성적이 딱 그 점수였고, 옥스퍼드 지원하던 그 해까지만 유효한 성적이었어요.  이것도 참 운이 좋았죠.  별 생각없이 쳐 둔 시험이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였으니까요. 

기타 준비 서류로는 제 이력서, writing samples 두 개, 연구계획서, 추천서 정도로 아주 심플했습니다.  영국 대학들은 미국 대학원들처럼 GRE 성적과 SOP (Statement of Purpose)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 과정이 더 간단합니다.   writing sample은 석사 학위 논문 요약, 석사 시설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 요약본을 영문으로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추천서는 당시 지도교수님, 안식년으로 저희 학교에 visiting scholar로 계셨던 외국인 교수님 한 분, 연구원으로 일 할 때 수퍼바이저였던 한 연구소의 박사님 추천서를 받아 제출했어요.  

게다가 저는 면접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같은 해에 들어 온 다른 분들의 경우 전화 인터뷰를 본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인터뷰 없이 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합격 요인을 찾아보자면, 석사 시절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 주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한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굳이 찾자면 학부/석사 시절 성적이 좋은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구요.  학부 성적도 아주 우수했고 (졸업하는 날 알게 되었는데 제가 학과 수석 졸업이더라구요.  저도 놀라고 과 동기들도 모두 놀랄 정도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하게 제가 수석이었거든요.  친구들은 '어떻게 니가??'하는 반응이었답니다. 허허), 석사 성적도 딱 한 과목 빼고 모두 A+였어요.  대학원은 원래 성적을 아주 후하게 주는 편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좋은 성적인데, 저도 그랬을 뿐인데, 이런 성적이 결정적인 영향은 주지 못하더라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관정 장학금에 합격하다


당시 관정 장학금을 지원하려고 장학 재단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그 첫 화면에 "꿈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청년들을 지원한다"는 문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보는 순간 저는 "어, 이거 난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오글거리죠?  당시만 해도 제가 꿈과 열정이 제법 있었나봐요.  지금은 그런 게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  열정...?  그거 먹는 건가요???

당시 저는 관정 장학금도 아주 급하게 지원하고 있었어요.  그 때가 언제였더라..  연구소에서 지방 출장을 갔다가 부모님 댁에 주말에 쉬기 위해 들렀던 날인가.. 피곤하기도 하고 제가 과연 이런 장학금에 합격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에 지원할까 말까를 아주 고민했어요.  그날이 지원 마감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안 되면 안 되는거지 지금 좀 피곤하고 귀찮고 혹시라도 불합격할 게 두려워서 이걸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몸을 추스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한 항목 한 항목을 작성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로 작성하게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컴퓨터 앞에 앉아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모든 항목을 작성해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참 대책 없는 사람이었네요.  그런 중요한 일을 그렇게 하다니.  

그런데 참 운 좋게도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도교수님께서도 아주 좋은 추천서를 써 주셨고, 석사 시절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은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학부 시절 제 전공과 관련한 자원봉사 활동을 오랫동안 (3년) 했던 것도 저의 꿈과 열정을 보여주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당시 장학재단 홈페이지에서 "꿈과 열정을 가진 청년"을 찾는다고 한 만큼, 저는 그에 걸맞게 제가 얼마나 꿈과 열정을 갖고 박사 과정에 도전하는 것인지 어필하려고 애 썼던 것 같아요. 

합격 후 국외장학생들의 1박2일 워크샵이 있어서 참석을 했었는데, 전체 국외 장학생 중 80%가 이과 전공이고 20%가 문과 및 예술계열이더라구요.  제가 그 중에 포함되다니,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관정 국외장학생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지정 대학 (저의 경우 옥스퍼드)의 입학 허가를 받음으로써 최종 확정이 되는 것이었는데, 관정에 합격한 후 몇 주 지나 옥스퍼드에서도 입학 허가가 날라오면서 관정 장학생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최종 인터뷰 


관정에서는 당시 1차 합격을 하고 나면 2차 추가 서류 심사가 있고, 최종적으로 면접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쨌거나 마지막은 면접이었어요.  명동에 가서 면접을 본 날이 기억납니다.  그 날 면접을 보고 나서 그날을 기념하고자 롯데백화점에 들러 악세사리도 하나 사고, 인사동에 가서 친한 언니 선물도 하나 사서 언니와 번개를 하고 회포를 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계천 베니건스에서 청계천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더랬습니다.  다시 면접 이야기로 돌아가면, 면접 장소로 들어가니 여러 분이 앉아계셨어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네다섯분 정도 앉아계셨던 것 같기도 해요.  박사과정 지원 계기와 관련한 간단한 한 두가지 질문을 받은 후, 마지막 질문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장학금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이 질문은 왜 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어떤 의도의 질문인지, 무엇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인지.  학업에 대한 의지를 묻기 위한 질문인지..  

생각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적당히 대답하고 나왔습니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최대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학업에 임하고 싶다고.  그렇게 할 거라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별 다른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어쨌든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그 날 함께 면접을 봤던 옥스퍼드 학부 합격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안타깝게도 장학생으로는 뽑히지 않았어요.  집안 형편이 아주 많이 넉넉한 편이어서 그랬을까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지원하던 당시에는 최종 면접시였던가... 부모님의 재산세 신고서?  뭐 그 비슷한 어떤 서류를 내도록 되어 있었거든요.  가정형편을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었나 합니다. 


*** 


합격, 그 후.. 


다시 생각해봐도 당시 저는 아주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옥스퍼드 합격도, 관정 합격도.  

어떻게 그렇게 운이 좋을수가!  세상은 불공평한 것  같은가요?  그렇다면 마음 놓으세요.  반전이 있거든요.  두 곳에 합격하는 데에 제 운을 너무 많이 써 버렸는지, 저는 옥스퍼드에 진학하여 굉장히 고생스런 시간을 보내게 되었거든요.  아주 인색하고 차가운 지도교수를 만났고, 휴학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졌습니다.  그리하여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고, 결국 지도교수는 다른 분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사는 즐거운 이야기들만 쓰고 있지만, 사실 제가 영국 온 후 겪은 고생담은 책 한권은 거뜬히 써 낼 분량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제가 깨달은 것은, 인생 참 별 것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일, 절대 모르는 거다. 그리고, 겉 보기에 좋다고, 겉보기에 훌륭하다고 속도 다 좋고 훌륭한 것은 아니다.  굉장한 성취를 한 사람이라고 해서 인격도 훌륭하다는 법은 없다.  유학할 학교를 고민한다면 희망 지도교수가 얼마나 뛰어난 연구를 하는 사람인가보다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지를 고려하라.'  뭐 이런 것입니다.  그리고, 유학을 잘 마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살아보니 정말 (성적 순이) 아니더라구요!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되었기를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