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생활정보

Life in the UK 시험 준비 및 시험 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2. 7. 1. 08:00

영국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Life in the UK 시험을 쳐야 한다. 

영주권은 무엇인고 하니, 비자 갱신 없이 영국에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외국인이 타 국가에 입국할 때는 일정 기간에 대해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아서 들어오게 된다.  비자는 일정 기간에 대해서만 유효한 거라서, 그 유효기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그러니 비자 갱신 시에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다시 만료가 된다.  그래서 장기간 계속해서 체류할 사람들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영주권'을  취득함으로써 비자 갱신과 비자 갱신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영주권을 취득해도 국적에는 영향이 없다.  한국인으로 계속 남는다.  그러므로 영국에서의 투표권은 없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고(일은 영주권이 없어도 비자 종류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들과 일을 못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비자가 있다), 영국에서의 복지 지원도 일부 누릴 수 있다는 게 비자 소지자와의 차이점이다.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인 비자로 영국에 체류했을 경우 5년간 세금을 내고 일한 기록이 있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10년 이상 영국에 살았을 경우에도 거주 조건에 기반하여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남편의 배우자로 5년간 체류했을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6월로 내 기존 비자가 만료됨으로써 나는 영주권을 신청할 시기가 되었다.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Life in the UK라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 외, 재정 조건, 영어시험 조건도 필요한데, 재정 조건은 틴틴의 월급명세서로 증명 가능하고, 영어시험은 나 같이 영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경우 학위증 제출로 대체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딱 저 Life in the UK 시험에 합격하는 일이었다. 

Life in the UK 시험은 시험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영국에서의 삶에 대한 시험이다.  한국에서 연예인 강남이 치렀다고 하는 한국 귀화 시험 같은  거다.  시민권(한국 국적 상실하고 영국 국적 취득하는 것)을 취득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Life in the UK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시민권을 신청하기 위한 조건이 영주권 취득이다.  굳이 영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나처럼 앞으로 비자 갱신에 돈을 쓰지 않고 장기간 체류하고자 할 때, 즉 영주권을 취득하고자 할 때도 저 시험을 쳐야 한다.  

Life in the UK 시험 예약하기

시험 비용은 2022년 기준으로 50파운드이다.  정해진 지역과 장소에서 시험을 칠 수 있다.  구글에서 life in the uk test booking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정부 웹사이트가 맨 위에 뜬다.  거길 클릭해서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고, 시험 장소와 시험 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https://www.gov.uk/life-in-the-uk-test

Life in the UK 시험 공부하기

시험을 예약했으면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  

시험 공부 방법은 다양하다.  정석으로 할 것이냐, 속성으로 할 것이냐 나뉜다.  결국 각자 상황과 스타일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정석으로 하는 방법은 Life in the UK 시험을 위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책을 한 권 읽으며 내용을 숙지하고, 여러 종류의 모의 고사를 통해 시험을 연습하는 것이다.  

Life in the UK official book 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책이 나온다.  

이 책을 사면 시험에서 다뤄지는 모든 영역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온라인으로 연습할 수 있는 사이트도 제공된다. 

속성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온라인에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무료 테스트를 반복해서 풀면서 그 내용들만 숙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합격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주위에서 가장 실제 시험과 유사하고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는 사이트는 바로 다음에 제시한 이 사이트이다. 

https://lifeintheuktestweb.co.uk/

시험 문제 수 및 합격선

시험은 총 24문제.  이 중에서 75%를 넘어야 합격선이다. 총 6개까지는 틀려도 합격.  18문제는 맞혀햐 한다. 

시험장에 가면 컴퓨터 화면으로 시험이 나오는데, 본 시험 전에 연습용으로 4문제인가 6문제인가 연습문제를 몇 개 준다. 연습문제를 풀면서 문제에 답하는(결국 클릭 하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연습을 하고 나면 본 문제로 들어갈 수 있다. 

알쏭달쏭한 문제에는 flag를 남겨서 다음 문제로 넘어가되, 이후 flag 남긴 문제로만 다시 돌아와서 답을 수정할 수도 있다.  

시험 장소 및 시간 변경

시험 장소는 전국에 몇 곳이 있어서 시험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기 집에서 가까운 위취로 정하면 된다.  시간도 편한대로 정할 수 있다. 

시험 일정은 시험일로부터 3일 전에는 수수료 없이 변경할 수 있다.  나는 4월 말에 처음으로 예약을 했다가 시험을 계속 미뤘다.  미룰 수 있는 만큼 계속 미뤘다.  비자 만료일에 거의 가까운 날짜까지 미루게 됐는데, 혹시라도 시험에 떨어지게 될 경우 곤란해지므로 나처럼 너무 임박한 날짜까지 시험을 미루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일정 넉넉히 시험을 예약하고, 차분하게 공부해서 시험을 치면 영국 사회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고, 간만에 머리를 쓰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난 너무 급하게 시험을 준비해서 그러지를 못했다). 

시험 공부 방법 및 공부 기간

위에서 적었듯이, 시험 공부 방법은 두 가지이다.  아니, 총 세 가지가 되겠다.

1. 정석으로 책 읽고 내용 이해한 후 연습문제 풀기

2. 속성으로 문제들만 계속 풀면서 틀리는 문제 관련된 내용만 집중해서 외우기

3. 혼합형으로, 책을 대충 적당히 읽고, 연습문제를 풀어보는 방법

나는 이 셋 중 3번 방법을 썼다고 할 수 있는데, 3번도 딱히 아닌 게 책을 너무 일부분만 읽었고, 연습문제도 풀어보긴 했지만 달달 외우는 정도까지는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본인이 어느 정도의 공부시간이 필요한 지 알기 위해서는 공부 전에 연습문제를 풀어보면 감이 온다. 

나 같은 경우, 공부를 전혀 안 한 상태로 문제를 풀어봤을 때 운 좋으면 75%를 넘기도 했고, 모르는 문제가 많을 때는 11%가 나오기도 했다.  연습문제를 몇 개 풀어보고 나니 적어도 일주일은 공부해야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틴틴은 미리 미리, 천천히 준비하는 스타일이라 적어도 시험 2주 전부터는 틈틈히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연습문제 같은 게 있는지도 몰라서 책만 보고 시험을 쳤다고 한다.  대단하다.  난 그렇게 했으면 아마 떨어졌을 거다.  

시험 영역

Life in the UK 시험에서는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  영국 시민이 된다는 것의 의미부터, 영국 역사, 사회, 정치, 문화, 법까지 아우른다. 

나 같은 경우 여러 영역 중 역사 부분이 제일 취약해서 역사 부분은 80% 정도 다 책으로 읽은 것 같고, 나머지 부분은 연습문제로 풀면서 모르는 내용만 익히는 정도로 공부했다. 

시험 후기

시험장에 도착하면 건물 입구에서부터 핸드폰을 꺼야 한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자기가 잘 틀리는 문제를 복습하고 싶을 때는 이 때 해야 한다!  아니면, 종이에 적어가서 그걸 보고서라도 외워야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시험장 도착하기 6분 전까지 두 아이 점심 떠먹이다가 집에서 나와서 후다다닥 6분간 달려서 시험장에 도착한 후 핸드폰 전원끄기.......를 당하는 바람에 마지막 벼락치기 암기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나는 사실 공부를 너무 짧게 했고, 좀 설렁설렁했다.  현실적으로 시간도 없었고, 주위에서 연습문제만 90% 이상 잘 맞히면 합격에 문제 없을 거라고 해서 딱 그 정도만 했다.  1.5일 정도를 꼬박 공부했고, 이후 2일 정도는 틈날 때 연습문제 몇 세트씩 풀어봤다. 

그런데 이 정도만 공부해서는 시험 칠 때 엄청나게 심장이 쫄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와.. 간만에 심장 쫄리는 그 느낌이 얼마나 새롭던지!!!  알쏭달쏭한 문제에 flag를 남겨보니 깃발 꽂힌 문제가 딱 6문제가 아닌가!!!!!  그것만 다 틀려도 합격이긴 한데, 혹시라도 내가 확신한 문제들이 모두 정답이 아닐 경우에는 낭패이므로 다시 돌아가서 6문제를 검토해야 했다.

시험을 마치고 컴퓨터 방에서 나오면 일단 웨이팅 룸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내 결과가 업로드 되는대로 결과를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려준다.  결과를 받고 나서 건물에서 나오면 잠시 후 이메일로 내 합격 결과와 영주권 신청 시 써 넣어야 하는 내 시험 결과에 대한 레퍼런스 넘버를 준다. 

나는 시험 장에서 나오자 마자 내가 알쏭달쏭했던 문제들의 답을 찾아봤다.  운 좋게도 딱 한 문제 빼고는 모두 맞았다!!!!  결과적으로는 한 문제 빼고 다 맞았지만, 이 정도 공부해서는 큰 일 날 뻔 했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은 의외의 소득

단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사실 이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고 나면 얻게 되는 이득이 있다.  시험용 교재가 얇은 책 한 권이지만 그 책을 읽다보면 영국이라는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석기시대부터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역사적 이벤트와 인물들에 대해 읽다보면 영국이라는 사회가 이렇게 형성된 것이구나, 또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이런 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들을 통해 현 사회를 이루게 된 근간을 알 수 있다.

또, 영국을 이루는 4개의 nations 즉,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간 전쟁과 투쟁 화합의 역사, 각 국가별 같으면서도 다른 정치 행정 법 체계 등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의외로 영국에서 시작된 놀라운 발견이나 발명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들도 시험 문제로 나온다.  티비를 만든 사람, 레이다를 만든 사람, 인슐린을 발견한 사람 등등.  

1차 대전, 2차 대전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것과 또 다르게 영국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것이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이민의 역사가 매우 길다는, 나 같은 이민자에게 위로가 되는 역사적 사실은 은근 위안이 될 정도다.  영국 전체 인구의 10%가 조부모가 외국출신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이 아직도 왕실을 가진 나라면서 동시에 의회 민주주의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나라라는 것, 그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었으면서도 노예 거래 폐지를 처음으로 입법화한 사람이 영국 사람이라는 것.  귀족이 존재하고 완전한 자본주의 사회이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를 도입했다는 점 등 영국 사회가 가진 독특한 특징들이다. 

이 시험 교재의 앞머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 시험은 당신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으로, 당신이 이 사회의 영구적인 구성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거라고.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 속하는 한 구성원이 된다...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는데, 이 시험을 계기로 내가 '영국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 되새겨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모두에게 건투를 빌며, 오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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