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프텀 1주 차는 아무 계획 없이 비워두는 게 계획이었고, 그때그때 상황이 되는대로 계획해서 움직였다.
그런 계획을 세우게 된 연유는 일단 아이들도 나도 피곤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스케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매일 비 예보가 있어서 실제 날씨가 어떨지 몰라 뭘 계획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날씨 변화에 따라서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망의 2주차는 계획이 있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집중코스를 가기로 등록해 뒀다. 오전 10시 50분에 시작해서 11시 30분에 끝나는 수업이다. 집에서 밥 먹고 좀 놀다 수영을 다녀오면 오전 시간이 모두 지난다. 수영장에서 씻고 돌아오니 저녁에 따로 씻길 필요도 없어서 일도 하나 줄어든다. 10월 말의 영국은 매일 비가 와도 이상할 게 없다. 비가 와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수영이니, 이런 시기에 수영이 딱이다.
10월 27일 월요일: 수영 & 우리집 플데
오전에 집에서 놀다가 수영을 다녀왔고, 수영 후에는 곧장 이웃동네에 사는 동생네를 픽업하러 가서 동생과 그 집 아들을 우리 집으로 태워왔다. 그 친구네 근처 놀이터에서 놀다가 만나게 된 쌍둥이 아들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과 동생네 모두 우리 집에 와서 노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우리 아이들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만 놀러 온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어린 아이들이 북적북적했다.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곧 여덟살이 되는 우리 잭. 그 외, 만 3세 1명, 다음 달에 만 4세가 되는 아이 2명, 두달 후에 만 6세가 되는 우리 뚱이, 만 8세가 되는 우리 잭. 이렇게 다섯 아이 모두 남자아이들이었다. 남자아이만 다섯!
오랫만에 어린아이들이 북적거리니 집 안에서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것 같았다.
여기서 짹짹, 저기서 짹짹.
정신이 없어서 손님들 오면 주려고 준비한 과일을 내어놓는 것조차 깜빡했다.
쌍둥이네가 갖고 온 디저트만 나눠먹고, 내가 대접한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는 걸 손님들 모두 돌아가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아이들이 저런 나이들이었는데, 그때가 어느새 까마득하게 느껴진다는 것에 놀랐다. 두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10월 28일 화요일: 수영, 벤츠월드 재방문 & Brooklands Museum
이날 첫 일정은 수영 수업. 잭과 뚱이 모두 이 날따라 수영을 잘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각자 자신의 수영반에서 그날의 'Star of the Day'로 뽑혔다. 잭은 배영 훈련을 많이 한 날인데 배영을 잘했다고 칭찬받았다고 했고, 뚱이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들을 열심히 잘 해냈다.
늘 잭에 대한 걱정이 많다 보니 잭 수영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수영하던 중간에 뚱이가 왜 엄마는 형아만 보냐고 그래서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뚱이를 바라봐줬다.
수영 후 지난주에 갔던 벤츠월드를 다시 방문했다.
원래는 지난주에 가려다 못 간 곳, Brooklands Museum을 갈 예정이었는데, 아이들이 벤츠월드에 가서 거기서 했던 시뮬레이터를 또 해보고 싶다고 했다.
두 곳이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벤츠월드도 가고 브룩클랜즈 뮤지엄도 가기로 했다. 이번 방학에는 별달리 하는 게 없으니 너희 해 보고 싶은 것 실컷 해주마. 시뮬레이터도 하고, 레이싱도 하고, 차 구경도 하다가 브룩클랜즈 뮤지엄 방문.
브룩클랜즈 뮤지엄은 참 좋은 박물관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자. 우리 가족은 3년 전에 연간회원권을 끊어서 정말 자주 갔던 곳인데, 2년 만에 다시 오니 아이들이 그새 자라서 똑같은 박물관이지만 경험하는 게 달라진 게 눈에 보여 신기했다.






10월 29일 수요일: 수영, 친구집 & 트람폴린 파크
날씨: 비
바로 어제다. 오전에 원래 예정된 수영을 하고, 수영이 끝난 후 옆동네 동생네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아이들끼리 놀았다. 세 살배기 그 집 아들은 나만 봐도 좋아한다. 차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모가 가끔 새 자동차도 주고, 이모 차도 태워주므로. 그 집에서 두 시간쯤 놀다가 다 같이 근처 트람폴린 파크를 갔다. 난 몸이 안 좋았지만, 이날까지 아이들 신체활동을 최대화시켜 놓고 그다음 날인 오늘 목요일은 아무 계획 없이 푹 쉬는 게 목표였다.
수영: 잭이 왜 그런지 집중을 정말 못했다. 수영장 안에서 쉴 새 없이 선생님이 잭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썬누, 썬누, 썬누!! 어디 보니, 난 여기 있는데!!! 하고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계속해서 우리 아이를 향했다. 두세 번을 부르고 나면 선생님은 꼭 나를 한번 흘낏 봤다. 아.. 그럴 때 난 정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더 힘들었을 텐데, 이젠 이런 일에도 굳은살이 생긴 건지 민망해하면서도 그럭저럭 그 시간을 버텨냈다.
친구네: 수영이 끝나고 동생네 집에 가서 잭은 핫도그를 두 개나 먹고, 치킨까스도 먹고, 귤도 먹으며 배를 채웠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다. 속을 가볍게 해서 운동을 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 주려고 일부러 간식을 먹이지 않고 수영을 데려갔는데 (수영하기 두 시간 전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긴 했음), 배가 고파서 더 집중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배를 적당히 채우고 운동을 가기로 하자.
트람폴린: 트람폴린 파크에서는 세 아이 모두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신나게 놀았다. 그러고 나서 동생네를 드롭해 주고 우리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은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수영하고 샤워를 했어도 다시 땀을 많이 흘렸으므로 따뜻한 물에 저녁 목욕을 하고, 곤히 잠들었다.
난 이날도 컨디션 난조가 이어졌는데, 오후에는 정말 꼼짝도 못 할 만큼 힘들었다. 저녁도 되기 전에 이미 목도 다 잠겨버리고, 머리도 너무 아프고, 이명도 크게 들렸다. 저녁식사를 차리고 밥을 먹자마자 이부프로펜을 두 알 먹고 침대에 누워서 꼼짝 않고 있었다. 뒷정리와 아이들 목욕 등등은 모두 틴틴에게 맡겼다.
11월에는 마무리하기로 한 논문 작업이 있는데, 이 상태로 과연 내가 11월에 일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PI(연구책임자)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는 시간은 얼마든지 더 줄 테니 내 몸부터 회복하라고 한다.
나 실은 일 아예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전화한 거라고 했더니, 시간은 12월까지 해도 되니까 얼마든지 더 가지랜다. 아니, 나 안 하고 싶다고!!!
친구는 안 된다고, 시간은 얼마든지 연장 가능하니 일단 몸 회복에 집중하란다. 어떻게든 내가 연구활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친구의 바람. 그 마음을 아니까 나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그 마음을 받기로 했다. 나도 연구가 재밌긴 한데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좀 더 재밌다. 일단, 천천히 내 몸부터 추스르고, 그리고 체력이 나면 작업을 하기로.
10월 30일 목요일: 수영 & 휴식 (그리고 안경점???)
오늘은 수영을 하고 휴식할 날이다. 어제 약을 먹고 그대로 잠들어서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났다. 틴틴은 혼자서 출근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하다가 기차가 캔슬되는 바람에 가방까지 멘 채로 다시 침실로 들어왔다. 본인이 평소 타던 기차와 그다음 기차까지 캔슬됐다고 했다.
캔슬된 사유는 기관사가 부족해서.
요즘 감기가 많이 돌고 있어서 기관사들도 병가로 출근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기차까지 캔슬될 정도로.
이런 일을 한국에서 살면서는 겪어보지 못했는데, 틴틴은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참 궁금하다고 했다. 한국 기관사들도 감기 다들 걸릴텐데, 기차가 캔슬되지 않고 어떻게 잘 돌아가는지.
한국은 아마.. 인력관리 시스템이 좀 더 체계화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파도 약 먹고 어떻게든 '무리하게'라도 출근해서 일하는 풍토가 있을 수도 있고.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젠 나도 한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한국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아침을 먹고, 간단한 디저트도 주고, 아이들은 또다시 게임 세상에 빠졌다. 30분 타이머가 맞춰져 있고, 타이머가 울리기 전까지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그 사이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를 돌리고, 내 방에 와서 이렇게 급하게 이번 주 일정을 기록한다.
오늘 일정이 휴식인 이유는 내일부터 모레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Paultons Park를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짐도 싸고, 그간 쌓인 피로도 풀며, 내일과 모레 이틀 쏟을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
다른 일정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제저녁에 뚱이의 안경이 부서지는 바람에 안경점에 안경 고치러 잠시 다녀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 왜 하필 여행 직전에 안경이 부서진 건지... (뚱이가 화장실로 가려고 거실에서 나서고 있는데 얼굴에서 안경이 흘러내려 버렸고, 그 안경을 본인 발로 밟아버리면서 안경테 한쪽 다리가 똑하고 부러지고 안경알도 튕겨 나와버렸다)
내일과 모레 여행에서 다녀오면 일요일은 휴식. 어쩌면 교회를 다녀올지도.. 그리고 나면 월요일, 다시 개학이다!! 개학 후엔 개학 후대로 일일 많다.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 힘들고 정신이 없는데, 그래도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연관글:
2025.11.05 - [가족 일상/여행] - [가족활동] Paultons Park - 페파피그 월드, 생애 첫 놀이동산으로 강추
[가족활동] Paultons Park - 페파피그 월드, 생애 첫 놀이동산으로 강추
2025.10.30 - [영국 초등학교 생활] - 10월 하프텀: 2주차 활동 기록2주간의 하프텀 방학 여정의 대미는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로 놀이동산을 가는 것이었다. 올해 5월 말, 여름학기 하프텀 방학에 우리
oxchat.tistory.com
2025.10.08 - [영국 초등학교 생활] - [영국 초등학교] 학사일정, 등하교 시간, 등하교 형태
[영국 초등학교] 학사일정, 등하교 시간, 등하교 형태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과 비교해서 영국 초등학교가 가지는 특징 중 가장 큰 특징이라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의 등하교 시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oxchat.tistory.com
'영국 초등학교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주간의 화려했던 하프텀 이후, 장렬히 전사하다... (3) | 2025.11.13 |
|---|---|
| 10월 하프텀: 1주차 활동 기록 (2) | 2025.10.29 |
| [영국 초등학교] 영국의 방학: 하프텀 방학이란? (1) | 2025.10.24 |
| [Year 1] 첫 교사-부모 면담 (0) | 2025.10.17 |
| 육아 고민: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0) | 2025.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