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탐방

해외거주자의 손발을 꽁꽁 묶는 한국의 IT 현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 11. 10:48
한국은 더이상 IT 강국이 아니다!!

영국 IT업계 종사자인 한국인 남편이 이번 겨울 휴가 중에 가장 많이 외친 말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째 시간이 가면 갈 수록 해외거주자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해외거주자가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한국에 와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싶어도 맘대로 할 수 없게 하는 현실이다!

본인인증의 덫

요즘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의류구입은 물론 식재료까지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한국에서는 어떤 온라인 사이트를 가입하고 지불을 하려고 하면 “본인명의 핸드폰”을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만 한다.  

해외거주자가 1-2년에 한두번씩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본인명의의 한국 휴대폰을 갖고 있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본인명의 핸드폰 없이는 본인이름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끔 본인인증을 “신용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신용카드도 한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만 적용되지, 해외발행 카드로는 본인인증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신용카드들은 대개 1년간 신용카드 결제 내역이 없을 경우 3개월 정도 고지기간을 둔 이후 신용카드가 자동 해지된다.  이것을.. 나나 틴틴은.. 카드가 모두 해지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틴틴의 신용카드는 살아있었는데, 이번에 한국을 와보니 그마저도 사용하지 않아 모두 해지되었다.  카드를 다시 신청하고 발급받자니 우리는 한국에서의 고정소득이 없고 한국에서의 직장이 없으니 카드 발급 자체가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카드 신청을 하고 카드 수령하기까지 시일도 촉박하다.   이렇게 한국 신용카드가 없다는 것도 우리의 발을 묶는다.

본인명의 알뜰폰 가입에도 어려움이!

이참에 나도 본인명의 핸드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에 있으면서도 가끔씩 한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무언가를 구입하거나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거나, 공인인증서 갱신 등을 할 때 결국 본인명의 핸드폰을 통한 본인인증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 알뜰폰을 가입해서 영국에 있는 동안에도 기본요금을 내면서 핸드폰을 계속 살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해외로밍으로 본인인증에 사용할 요량으로.  영국에 있던 수민이가 그런 방법으로 한국 온라인 사이트들을 이용하면서 알려준 팁이었다.  

요즘은 알뜰폰을 대부분 인터넷으로 가입한다고 했다.  오프라인으로 가입하고자 할 때 가입할 수 있는 매장과 상품이 제한적이었다.  또 대리점 가운데 "알뜰폰"이라 광고를 내걸고 있으면서도 막상 들어가보면 알뜰폰을 취급하지 않는 곳들도 있어서 허탕을 치기도 했다.  요즘 독감에 홍역까지 돌고 있다고 하여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보니 나도 인터넷으로 KTM 모바일 (알뜰폰)을 가입하고자 했으나 이것도 결국 막혔다!!

예상했던대로 여기서도 신용카드를 통한 본인인증이나 “범용인증서”를 요구하는데, 나는 신용카드가 없으니 “범용인증서”를 발급해서 알뜰폰을 가입하고자 했다.  범용인증서는 본인의 온라인뱅킹 공인인증서를 활용하여 연간 4400원을 주면 구입ㅏ능. 

나의 주거래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SC 은행인데, 이 SC은행의 공인인증센터에서 범용공인인증서를 가입하려고 보니 다음과 같은 메세지가 떴다. 

“해당 메뉴는 Internet Explorer에서만 지원됩니다"

헐!!!

나는 맥북 에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맥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쓸 수가 없다!!  결국 나는 온라인으로는 알뜰폰을 가입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남동생의 윈도우즈 랩탑을 이용하여 범용인증서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걸.. 일단 구입만 하면 맥북에서 이용할 수 있는건지.. 그것도 의문이다.  그것도 알아봐야 한다.  

한국의 SC은행이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인터넷 뱅킹도 별로 잘 되어 있지가 않다.  신한은행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과 비교하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나도 신한은행 계좌를 열었고, 신한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서서히 옮겨가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공인인증센터는 좀 더 잘 되어 있으려나.. 싶어서 현재 공인인증서를 폐기하고 신한은행을 통해 새로 발급받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그렇게 할 경우 또 본인명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수신하거나 등의 과정을 요구할까봐 괜히 지금 갖고 있는 공인인증서를 폐기하고 재발급하기도 겁이 난다.  

이렇게..한국에서는 본인명의 핸드폰이나 한국발생 본인명의 신용카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ㅠㅠ

한국에 와서 아이 밥 먹이는 게 너무 불편해서 아이 하이체어를 이케아에서 하나 구입하려고 틴틴이 온라인 구매를 시도하다가 틴틴도 결국 아버님의 명의로 신규가입을 하고 아버님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본인은 영국에서 이케아 가입이 되어 있어서 본인의 이메일로는 신규가입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국의 이케아 비번을 이용하니 그것도 막히고, 비밀번호 찾기를 하려고 하면 해당 이메일은 가입되어 있지 않다고 뜨더란다.  결국 아버님 명의로 이케아 신규가입을 해서야 하이체어를 구입했다.  그런데 어차피 결제도 신용카드로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본인 아이디로 로그인되었어도 구매는 못했을 것 같다고 한다.  졸지에 아버님은 우리 잭에게 하이체어를 강제선물해주시게 되었다. 

* * *
오늘은 오전에 잠시 부모님께 잭을 맡기고 집 앞 커피숍에 와서 여러 온라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범용인증서 발급이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이렇게 블로그만 쓰다가 집에 가게 생겼다. 

동생을 집에 오라 해서 동생 랩탑이나 좀 이용해야겠다. ㅠㅠ 그렇게 얼른 알뜰폰을 개통하고, 지인찬스를 이용하여..한국 신용카드도 하나 발급받아야지..

지하철에서는 와이파이는 커녕 전화마저 터지지 않는 속터지는 영국에서도 런던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유료주차장 주차요금 결제까지 애플페이나 안드로이드, 무접촉 신용카드/체크카드 그 모든 수단으로 지불이 가능하다.  우리가 사는 그 작은 아빙던에서도 버스에서 이 모든 지불수단이 모두 가능하다.  기존 버스 카드를 대던 곳에 그대로 내 카드나 핸드폰을 갖대 대면 그냥 끝이다.  온라인 쇼핑도 너무 간단하게 잘 되어 있다.  어떤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든지 막힘이 없이 결재가 가능하다. 

IT 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이.. 어쩌다가 이렇게 소비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고, 이 시스템 내부에 있는 이들만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되어 버렸나 모르겠다.  어떻게든 해외 관광객을 끌어오고 국내 관광자원을 활성화하려고 하는 방향과 대치되는 모습이 안타깝다.

*** 맥북에서 인터넷 익스프로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인터넷에 검색이 된다.  뭔가.. 복잡해보이고, 그걸 이용해서 은행업무까지 가능한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