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육아고민] 내가 원하는 육아방식과 실제 내가 행하는 육아방식간의 괴리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14. 08:00

둘째가 조금씩 자라면서 둘째와 첫째간에 싸움이 잦아졌다. 

둘째 뚱이가 어렸을 때는 둘 간에 싸움이 성립하기가 힘들었는데, 둘째가 걷고, 뛰고, 말하고, 형아가 하는 걸 다 똑같이 하고 싶어하는 나이가 된 후부터 둘 간에 싸움은 끊이지가 않는다. 

둘이 싸움이 잦아지기 시작했을 때 쯤, 내가 다짐했던 게 있다. 

바로 전후사정 묻지 않고 무조건 왜 싸우냐, 싸우지 좀 말아라고 하는 말을 하는 건 피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짐한 게 겨우 몇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 문득 거실에서 애들이 싸우고 우는 소리가 나는데, 애들에게 가보지도 않고 부엌에서 칼질하는 손을 놓지 않은채 "싸우지 마~"를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육아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아니, 우리 삶이 그렇다.  다짐한대로 행하는 게 쉽다면 어째서 언행일치니 뭐니 하는 사자성어가 존재하겠는가.  그건 그만큼 언행일치가 힘든 일이라 그런 것이겠지 하고 스스로에 대한 정당화를 해본다. 

 

싸움이 생기면 꼭 전후사정을 물어보겠노라 다짐하게 된 배경

아이들 간에 싸움이 있을 때 꼭 전후 사정을 묻고 왜 싸우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의 내 경험 때문이었다. 

어릴 때 언니와 논쟁(?)을 하는 나와 언니를 두고 엄마 아버지께서 우리가 왜 그러는지는 알지도 못하시면서 그저 싸우지 좀 마라, (동생인 몽실 너는) 언니에게 대들지 좀 마라고 하시던 게 난 싫었었다. 

나는 내 나름의 생각과 의견이 있어서 내 주장을 하고 있는데, 엄마 아버지께서는 왜 그러는지는 들어보지도 않으시고 그저 싸우지 말라고만 하시던 게 싫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않으리라, 싸움이 생기면 왜 그러는지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전후사정 물어보기 실천이 힘든 이유

아이들에게 전후사정을 묻던 초반에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그 때 그 때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들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갈등을 해결하고 둘 간의 갈등이 해결되면 아주 이상적인 갈등 해결방식을 따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내가 세운 육아 원칙을 실천한다는 기쁨도 있었다. 

그러나 왜 어느새 나는 그 원칙을 계속해서 지켜나가지 못하게 된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애들이 시도때도 없이, 시시각각 싸우니 그 때마다 매번 다 전후사정을 들어주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 

나는 애들 밥도 차려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며, 어지럽혀진 집안 청소도 해야 하는데, 매번 내가 하던 집안일을 다 손에서 놓고 아이들에게 달려가서 왜 싸우는지를 들어줄 수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어릴 때 언니들이랑 안 싸우고 자란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은 도대체 왜 저렇게나 싸우나 했더니, 나의 그 기억은 잘못된 기억이었음을.

엄마가 전후사정 묻지 않고 제발 싸우지 좀 말라고 하셨을 땐 그만큼 우리의 싸움이 잦았기 때문이었음을. 

 

아이들간 싸움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거기에 생각이 닿으니 아이들의 싸움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바꼈다. 

아이들의 저 싸움은 싸움이기도 하지만, 서로간에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갈등 해결의 노력이기도 하다고.  각자 자신의 수준에서 갈등을 맞닥뜨리고 그 갈등을 자신들의 수준에서 협상하고 있는 거라고. 

내가 할 일은 전후사정을 잘 들어주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그러한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며 찾아가고, 그걸 아이들에게 연습시켜 나가는 거라고. 

실제로 아이들간의 싸움이 일 때마다 해결 방식으로 나아 틴틴이 제안했던 것을 나나 틴틴이 없을 때도 스스로 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몇 번 관찰하게 되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아이들도 결국은 학습을 하니 계속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지긴 할 거라고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해나가기로. 


육아는 쉽지 않다.  인생이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아서 값지고,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해나가니 우리 모두가 대단하다. 그것이 모두의 인생 하나 하나가, 모두의 육아 시간 한 순간 순간이 값지고 소중한 이유이리라. 

오늘도 모두 고생많은 하루.  모두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바카스를 한 잔 해야 할 것만 같은 너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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