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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고민하는 분들께 올리는 출산장려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2. 7. 13. 19:52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 중 해외 이주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남에 떡이 커보이는 법이니 그럴 법도 하죠.  

그런데 막상 해외에 오래 살다 보면 해외 살이는 딱 몇 년, 2년에서 3년 정도 한정된 기간만 하는 게 좋지, 주구장창 외국인으로 가족을 일궈서 살아간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삶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현지 출신인 경우에도 삶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한쪽이라도 가족이 같은 나라에 있고,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익숙하니까요. 

그러나 저희처럼 부부 모두 외국인으로 해외에 정착해서 살 때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당장 이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도 모르고, 아이가 다니게 될 교육시스템도 잘 모르다 보니 모든 것은 0에서 시작해서 직접 알아보고 배워나가고 경험을 통해 모든 정보를 새로 쌓아나가야 하거든요.

당장 아이들 학교 신청하는 것, 아이들 교복 준비하는 것, 아이 학교 신발과 가방 준비하는 것부터가 저 같은 외국인에게는 큰 일이에요.  학교에서 사라고 하는 거 사면 되지 뭐 대수냐 하겠지만, 이렇게 하면 되는건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정보가 전혀 없다 보니 하라는 대로 하면서도 이게 맞나..?? 하고 자꾸 의문이 드는거죠.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낳은 후 우리의 삶이 이렇게까지 이어질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사실 결혼을 했을 당시에는 제가 한국에서 취업할 준비를 좀 하다가 한국으로 취업하는 게 계획이었어요.  남편 직장을 어떻게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볼 문제고, 당장은 공부가 끝난 제가 취업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나, 결혼식을 치르고 5일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당장은 먹고 살아야 하니 남편 직장을 유지하면서 남편과 함께 머물며 아이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를 하나쯤은 더 낳아야 할 것 같아 둘째를 계획하고 둘째를 낳고, 둘째까지 함께 키우다 보니 어느새 학업을 마치고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저희는 외국인 4인 가족이 되어 영국에 살고 있네요. 

해외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육아가 힘든 건 한국에서나 영국에서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국에서는 주변 도움받을 데가 더 적고, 하물며 김치나 반찬 하나 사는 것도 더 어렵고, 입맛에 맛는 배달음식 하나 시켜먹는 것도 더 힘들다 보니 애 키우는 게 정말 더 힘든 거 같아요. 긴 학교 방학 동안 사촌, 조부모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죠. 

지금의 삶이 힘들긴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내가 생각하고 그려왔던 삶의 모습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인생이 언제 자기가 원하고 계획하고 그려왔던대로만 됐던가요.  다 그렇고 그런거지. 

전 사실 싱글로 오래오래 살다가 결혼을 느즈막히 한터라 제 몸의 fertility가 있다면 아이를 한번 낳아보는 경험도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많았어요.  외국에서 아이 키우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은 해보기도 전에 덜컥 아이가 생겨버렸죠.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인생이 정말 달라지더군요.  좋은 쪽, 힘든 쪽 모두 있었어요.  출산 후 당연히 '나'라는 사람이 없고 그냥 '엄마'만 있었어요.  그게 참 힘들긴 한데 나쁘지만은 않아요.  싱글로 계속 살거나, 아이 없이 살았다면 '나'는 있지만, 그것만 꼭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싱글이던 당시, 특히 공부하느라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던 시기에는 사치스럽도록 저만의 시간이 차고 넘쳐서 좋았지만, 그게 그저 좋기만 하지도 않았어요.  또, 저는 자녀없이 늙었을 때에 대한 두려움도 컸어요.  나처럼 외로움 타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혼자서 계속 살아간다?  일만 하고 살아간다?  상상하기가 싫었어요.  그 일은 도대체 뭘 위한 일인가, 나혼자 일만 하고 커리어만 있는 인생으로 수십년 살면 그게 행복할까? 어떤 분들은 거기서 정말 큰 충만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일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사람과 관계로 채우고 싶은 감정의 부분이 큰 사람이었던지라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지금도 싱글여성으로 계속 나이들어갔을 때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하면 지금 육아하는 시간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 낳은 게 마음에 듭니다.  자녀없이 계속 나이들어 갈 때.. 남편과의 사랑만으로 남편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거... ㅋㅋㅋ 저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ㅋ 전 아이들 통해서 남편과의 유대감이 더 강해진 지금의 삶이 참 좋아요.  아이들 생기고 나니 시댁 식구들도 더 진짜 가족같이 느껴져요.  가족이 커진 느낌?  내 가족이 커진 느낌? 그게 전 정말 좋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주는 사랑.. 그게 어마무시해요.  전 아이들에게 내가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아이들은 정말 미쳤나 싶게 엄마를 좋아해요. ㅋㅋㅋㅋㅋ 벅찬 사랑, 과한 사랑~ 지나친 사랑!  그게 가끔(사실 자주) 버겁긴 하지만, 누가 날 있는 그대로 이렇게 무조건 좋아해준 적이 있던가 생각하면 아이들이 정말 고마워요.  엄빠에게 받은 사랑은 뭔가 그냥 당연한 거 같고, 형제자매와 나눠가진 거 같은데, 아이들이 주는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차고 넘쳐 흐드로독 엄청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쓰다 보니 아이들이 보고 싶네요.  귀염둥이들.  온종일 싸우고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법석이지만, 그래도 참 이쁩니다.  이것도 모두 한 때이니. 지나가겠지요.  누군가가 자라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참 큰 행운.  그 행운을 가져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주는 선물.  이런 싱그러운 미소를 매일, 항상 볼 수 있다는 사실!!(엄청난 괴성과 울음도 매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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