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생후 7개월 1주, 12킬로를 돌파한 우리 아이 체중의 미스테리

옥포동 몽실언니 2018. 7. 25. 10:47

오늘 나는 금기를 깨뜨렸다.

7개월을 맞이한 후 우리아이 체중이 11.5킬로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제는 아이 체중을 재어보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아이가 무겁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육신이 힘들 때마다 무거운 우리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났기 때문에. 

그러나.. 요 며칠 아이의 얼굴생김도 달라지고, 몸집 또한 어딘가 모르게 달라지고, 특히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업었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 이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아이를 안고 체중계 위에 올라서 있었다.  

꺄악... 우리 아이체중은.. 12.2-12.3 정도로 추정.. (위 사진에 보이는 아날로그 저울이라 정확한 체중은 측정 불가)

6개월이 되기 전부터 11킬로였던 우리 아이.. 7개월 하고 일주일 지나자 12킬로를 넘어버렸다. 

유모차에 애를 태우고 남편 회사 근처로 가서 점심시간에 잠시 만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틴틴, 나 틴틴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놀라지 마."

"뭔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응 안 할게.  말해봐."

"우리 잭, 12킬로 넘어!"

"진~~짜?  그래, 아무한테도 말 하지 않을게!"

그러고는 우리 둘이 마주보며 웃는다.  우린 이런 싱거운 소리를 주고 받으며 서로 재밌어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체중이 늘지?  잭 잘 먹지도 않잖아?  진짜 내 찌찌가 영양이 좋은가?  잘 먹지도 않고 똥은 이렇게나 싸는데.. 오늘도 새벽 4시에 한번, 5시에 한번, 그러고 나서 오전에도 두번이나 더 쌌어."

"먹은 게 있으니 싸는 거겠지."

"근데, 얘 요즘 진짜 별로 안 먹잖아?"

"그러게..잭, 몽실 네 찌찌도 좀 먹다 말아버리고.  분유도 잘 안 먹고, 이유식도 몇 숟갈 먹이기가 힘든데..."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게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싸기는 또 엄청 싸고 있고, 게다가 잠을 팍팍 많이 자는 것도 아닌데, 얘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체중이 느는거야?" 

그러고 보니 딱 두달 전에 구입한 6-12개월용 모자도 이제는 작아서 머리에 들어가질 않는다. ㅠ

아이 체중이 뭐 고민이냐 하겠지만, 다른 것보다 아이가 무거워 내 온 몸이 아프고 힘드니 우리에게는 꽤 큰 고민이다.  4개월부터 10킬로가 넘는 아이를 들었다 놨다, 업었다 내렸다, 기저귀를 가느라 안았다 내렸다.. 하다 보니 이제는 온 손가락은 물론 발바닥이며, 허리며, 목이며, 안 아픈 데가 없다.  

그런데 이것도 딜레마다.  아이의 체중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면 나의 모든 육아방식들이 "문제"로 여겨져서 괴롭다.  혹시라도 내가 아이의 신체활동을 너무 제한하고 있나? 아이가 엎드려서 노는 tummy time을 충분히 갖지 않고 있나?  이렇게 엎드려서 잘만 노는데~

어제 저녁에 분유를 먹여서 그런가?  (겨우 80미리 먹었을 뿐인데 ㅠ) 얘가 요즘 찌찌를 문채로 낮잠을 자서 그런가?  온갖게 다 의심된다.  

"틴틴, 내가 뭘 잘못 하고 있는 건가? ㅠㅠ"

"아니야, 너무 잘 하고 있어.  얘 봐, 너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잖아~" 

결국 우리의 결론은 "그래도.. 아이는 건강하니까." 내가 아프고 힘들어서 그렇지, 아이는 건강하니 그걸로 됐다는 것.  애가 아프기라고 했다면 우리는 아이 대신 우리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바랬을테니 말이다. 

아이의 체중을 인정하기 힘들었던 우리는.. 아침 공복 체중을 다시 한번 재어보기로 했다.  재측정 결과....왕똥을 싸고 아침 수유 전인데도..12킬로는 확실히 넘는다.  12.1-12.2kg 사이.

서른아홉에 키우는 첫 아이는 이렇게 힘들다.  내가 스물아홉이었더라면 얼마나 체력이 더 좋았을까.. 잭.. 엄마가 체력이 딸려서 미안해.  아빠 건강만 좀 회복하면 엄마도 슬슬 운동을 시작할게.  더 튼튼한 엄마가 되어서 우리 잭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해!!!

(Written on 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