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4개월, 인형놀이를 시작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2. 15. 07:5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잭은 인형놀이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몇달전, 한국에서 큰언니가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면서 조카들이 쓰던 인형을 두어개 함께 보냈는데, 당시에는 관심도 없던 곰인형을 이제는 아래처럼 돌아다니기도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합니다. 


사실 곰인형을 보고 먼저 저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길래 최근 들어 제가 인형을 꼭 안고 인형을 이뻐해주는 모습을 한두번 보이자 아이가 금방 그 행동을 따라하더라구요.  

껴안다 못해 요즘은 곰인형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곰인형을 괴롭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곰인형에게 쌀과자를 먹여주는 모습입니다. 


사실 저희가 영국에서 12개월 발달검사를 하러 갔을 때, 발달과정에 대한 질문지 내용 중 하나로 “아이가 곰인형 같은 것을 껴안습니까?” 하는 게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저희 잭은 인형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터라 그 질문에는 “No”를 대답하였습니다.  보통 12개월즈음되면 이미 인형을 안고 포옹하고, 사람처럼 인형을 대하는 아이들도 있나봐요.  그러나 저희 아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저희 아이가 인형에 흥미를 들인 것은 한국에서 15살 “츄츄”를 만나면서부터이죠.  츄츄는 바로 아래 사진 속 인형입니다.  


꽤.. 표정이.. 심각한 사랑을 하는 사람같이 나왔죠?  그러나 그런 츄츄에게 뽀뽀하기도 하고,


발을 물기도 합니다. 


저 당시 저희 애가 저희들의 “발”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저희 발을 만지고, 발가락을 물려고 난리를 치던 시기인데, 어김없이 츄츄의 발도 물더라구요.  --;;; (아래 사진은 한국에서 조카 -츄츄 원 주인- 발 앞에서 신이 나 있는 잭)


이 츄츄는 위 사진 발의 주인공인 저희 큰조카가 15년전에 사용하던 인형이에요.  

저희 잭이 기저귀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것을 본 작은언니가, 갑자기 이 인형을 꺼내오며 “츄츄~ 기저귀 갈자!” 하고 인형에게 기저귀를 하나 씌운 후 저희 잭에게도 기저귀 갈자고 아이를 눕혔습니다.  왠걸, 평소에는 매일 울면서 도망가던 아이가 순순히 기저귀를 갈겠다고 인형 옆에 눕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 휴가 중에 저 인형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했는지!! 

그 바람에.. 저 인형은.. 저희와 함께!  영국까지 오게 됐지요. 

츄츄는 영국에 와서 잭과 딸기도 함께 먹고, 잭이 가끔 실로폰을 칠 때는 “너도 연주해~” (직접 말로 하지는 않지만 ㅋㅋ) 하며 실로폰 봉을 인형 손에 쥐어주기도 합니다.


저 인형은 크로와상 모양의 자기 빵이 있는데, 그 빵도 츄츄 입에 넣어주기도 해요.  

아이가 인형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실제 사물이 아닌 것을 마치 사물인 것처럼 대입해서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요즘은 책에 있는 딸기그림을 보고는 딸기를 달라고 난리를 치는 통에, 책에 딸기 그림 속 딸기를 집어서 입에 넣어주는 시늉을 했더니, 그 때부터 자꾸만 책 속 딸기를 저에게 먹입니다. ㅋ  컵 같은 모양으로 생긴 것으로는 뭐든 자꾸 마시는 시늉도 하구요.  

어느 책에 보니 이런 것들이 소꼽놀이의 기본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시기별로 알아서 해내는 발달들을 보면 정말.. 아이들 자라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우리 아이에게 또 감사하구요.  

감사한 건 참 감사한데, 요즘 저희 아이는 열시가 되도록 잘 생각을 않는 통에 아주 애를 먹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한 것과 육체적/현실적 고충은 별개 인 것 같습니다. --;;;;

그렇긴 하지만, 시기별로 제 할 일을 척척 해내고 있는 잭을 보면.. 정말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고맙다, 잭.  엄마는 이제 잘게.  내일도 잘 부탁한다.  (부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