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옥스퍼드 여행

크리스마스 데이의 옥스포드 시내 나들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6. 12. 27. 04:58

크리스마스는 역시.. 연중 가장 큰 명절이 확실하기는 하다.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도시가,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나름대로 쇼핑을 즐기던 이들이 있었던 이 도시가..거의 텅 빈 듯한 느낌.. 



사진: 늘 사람으로 북적이는 옥스포드의 Cornmarket Street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거의 텅 비었다.



가장 대표적인 마트인 테스코, 세인즈버리는 물론, 맥도널드, 스타벅스..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영업 중인 펍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데다가 공휴일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가게인 off license 를 가진 슈퍼는 시내에서 15분 거리에 하나.. 


그러다보니 크리스마스 당일에 외식을 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시내에 문을 연 펍을 잘 찾아가되, 그마저도 빈 자리가 있어야 식사가 가능하다.  자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몇 안 되는 크리스마스 메뉴 중에서만 식사가 가능.  이날 문을 연 펍은 옥스포드의 High Street에 있는 Mitre 라는 곳이다. 


평소에는 10파운드 정도에 판매하는 메뉴인 버거를 크리스마스에는 £19.95에 판매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도 손님이 호객인 날들이 이렇게 가끔씩 있다.  이브날 저녁부터 새벽3-4시까지 음식을 먹으며 놀았던 터라, 나는 스타터만 두개를, 그리고 함께 간 땡땡님은 버거를 주문했다.  바가지를 조금 쓰긴 했지만, 남들 다 쉬는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나와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이런 날은 돈을 좀 더 내더라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사진: 나는 스타터 두개, 땡땡님은 버거를 주문.  


내가 시킨 음식은 칵테일 새우 (좌), 그리고 오리간으로 만든 Pate 와 처트니, 그리고 치아바타 빵과 버터.  


테이블 왼쪽에 은색포장지에 있는 대왕사탕은 크리스마스 크레커.  커다란 사탕 모양으로 화려한 포장지에 싸여져있는 이것을 크리스마스 크래커 혹은 크리스마스 봉봉 (프랑스어로 '사탕')이라 부른다.  식사 전에 양쪽을 옆사람과 잡고서 당기면 '빵'하는 소리와 함께 한사람은 가운데 사탕쪽이 붙은 쪽을, 다른 한사람은 손잡이만 갖게 된다.  사탕 부분의 공간 안에는 작은 메모지에 재미있는 농담이나 퀴즈가 적혀있는 작은 쪽지와, 크리스마스 식사 자리에서 쓸 수 있는 각양각색의 종이왕관 하나, 그리고 조그마한 장난감이나 선물이 들어있다 (아래 나오는 사진 참고).  


이 크리스마스 크래커의 기원은 1987년, Tom Smith라는 사람이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위키백과 참고. 더 궁금하면--> https://en.wikipedia.org/wiki/Christmas_cracker).  원래 사탕 등 여러 사탕류를 판매하던 사람이었던 Tom Smith는 실제로 전통적인 사탕 포장 모양을 애초에 개발한 사람인데, 자신의 사탕을 더 잘 팔기 위해 판촉방법을 고민하다가, 사탕 안에 love messages를 넣어서 사탕포장지 안에 넣어서 판매하다가, 그것을 이후 더 발전시켜서 이런 크리스마스 크래커를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또, 이렇게 특별한 날 머리에 왕관과 같은 화려한 모자를 쓰는 것은 로마시기부터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식사비에 바가지를 씌우는 만큼,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데이블에 크리스마스 크래커도 놓여있고, 티나 커피를 마실 때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전통적 달코미 디저트인 mince pie도 함께 나왔다. (우린 어제 달코미 과식으로 패스~)




사진: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바가지가 씌워진 버거. 두장의 패티가 들어가 있는 이 버거가 이 펍의 주력메뉴 중 하나인데, 크리스마스라고 가격이 두배가 되었다. 



사진: 코오슬로와 함께. 영국에서 여름에 기온이 1도씨 더 올라가면 판매량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이 코오슬로라고 할 정도로 사실 코오슬로도 영국인들이 참 많이 먹는 사이드 디쉬 중 하나. 두툼한 버거의 단면.  잘려진 모습이 좀 그렇지만 맛은 좋다는!



사진: 사실 크리스마스 이브 디너 때 크래커 하나를 썼기 때문에 굳이 또 할 욕구를 못 느꼈지만 블로깅을 위해 하나만 빵~ 하고 터트림. 오늘의 퀴즈가..은근.. 병맛코드.




사진: 어제의 내 왕관은 주황색이었는데, 오늘은 보라색 당첨. 과거에 황제만 쓸 수 있었다고 하는 보라색이다!


사진: 각자의 왕관을 꺼내 쓴 일가족의 식사모습.


옥스포드는 대학도시인 만큼 도시 전체가 대학이나 다름없는데, 그러다 보니 오래된 칼리지들이 소유하고 있는 시내 건물이나 집들이 상당히 많다. 이 펍도 링컨칼리지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세를 들어 있어서 펍 내부에 링컨칼리지의 Rector (학장? college의 president라고 할 수 있다.  교장이라고 해야 하나..) 들의 이름과 부임기간이 기록된 현판이 벽에 걸려있다 (위 사진의 우측 벽면 액자). 링컨칼리지는 1427년에 세워진 칼리지로 옥스포드에서 아홉번째로 오래된 칼리지이다 (위키백과 참고. 더 궁금하면 --> https://en.wikipedia.org/wiki/Lincoln_College,_Oxford).  


이렇게 옥스포드 당일 점심 외식은 마무으~리.  도시가 텅빈 덕분에 평소에는 절대로 찍을 수 없는 시내 사진들을 몇장 건짐. 건물의 아랫부분은 늘 2층 버스나 관광객, 택시들로 가려져서 도통 사진으로 찍어내기가 힘든데, 도시가 텅 빈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이런 사진도 가능하더라는..



사진: 옥스포드의 St Aldates로, 왼편은 해리포터 촬영으로 더 유명세를 탄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 길이 이렇게 한적할 수가 없다. 


사진: 왼쪽 건물은 크라이스트처치 계속. 성 같은 왼쪽 건물의 높은 벽 다음에 보이는 작은 문이 관광객들이 출입할 수 있는 뒷문으로 연결되고, 칼리지 메도우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옥스포드 시내의 Carfox Tower. 


위 사진에 있는 카팍스 타워는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 중의 하나이나 시내의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한 곳. 이 타워 벽면을 이렇게 관광객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있다니! 놀라운 발견!


12세기의 St Martin's Church의 남아있는 부분으로, 현재는 옥스포드 시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저기 타워에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 Oxford High Street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옥스포드에는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시내 두세곳의 저런 타워를 올라가면 옥스포드 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날이 맑은 날에는 정말 멀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