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만 5세 첫째 아이 공부를 돕기로 결심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3. 1. 30. 09:04

요며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굵직한 일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만 5세인 저희 첫째 잭의 공부를 돕기로 결심한 일입니다.  

아이 공부를 돕는건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그게 왜 결심히 필요하냐 하실 수 있을텐데요. 

제게는 꽤 큰 결심이 필요했던 일입니다. 

그간 아이 공부를 시키지 않았던 이유

만 5세 아이의 공부를 돕는다... 말이 돕는다는 거지,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이고, 그건 부모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아이의 협조도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잭이 이제 겨우 만 5살.  한국 나이로 하더라도 일곱살이에요.  사실 한국에서는 요즘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도 다 떼고, 영어도 좀 배워서 들어간다고들 하긴 하지만, 전 그런 교육관을 그리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었던지라 아이에게 따로 공부 비스무레한 것도 시켜본 적이 없었어요.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었어요.  제주변에서 색칠공부 책이나 숫자 공부 책, 한글 공부 책 같은 것을 물려받거나 선물 받은 게 있어서 아이에게 때때로 색칠 해보자고 권해보기도 하고, 숫자를 가르쳐주려고 해 본 적도 있고, 알파벳도 인지시켜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충만한 저희 아들은 늘 싫다 하기 일쑤였는데, 그 아이를 어루고 달래며 더 해 볼만한 능력과 에너지가 저에게는 부족했어요.  잭 보다 두살 더 어린 동생이 늘 함께 있다 보니 애들 둘 뒤치닥거리하며 꽉 채운 3년간 재택근무하는 남편까지 챙기며 삼시세끼 밥을 하며 살림을 해야 하다 보니 아이 공부는 뒷전이었죠. 

사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알파벳도 소개하고, 숫자도 소개하며 공부를 조금씩 시켜주는 것 같아서 더 관심을 내려뒀던 점도 있었어요.  저렇게 노출되고 있으니 알아서 하겠지 생각한거죠.  

학교 공부 진도가 버거운 아이

그러다 얼마전 아이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걸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대로 뒀다가는 큰 일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딱 사흘 전의 일이었지요.  아이가 겨울방학 마치고 개학한 후 열흘쯤 학교를 갔다가 고열에 심한 감기 증상으로 일주일간 학교를 결석했어요.  그리고 좀 나아져서 학교에 갔지만, 다시 학교에 간지 이틀째 되던 날은 학교에서 아이 몸이 안 좋은 거 같다며 일찍 데려가라는 연락이 와서 부득이 강제조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아픈 아이를 데리고 씨름을 하다가 저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영어를 잘 못 따라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학교에서 매주 영어 발음을 조금씩 배우는데, 그 진도에 맞춰서 아이에게 스스로 읽을 책을 과제로 내어줘요.  일주일에 한권.  말이 책이지, 처음에는 그림만 있는 책을 주며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문장으로 지어내서 말하게 했고, 그렇게 두달쯤 하더니 이젠 단어 서너개로 구성된 짧은 문장 몇 개가 전부인 그림책을 숙제로 내어줍니다. 

학교에서도 그 책을 일주일에 한번 선생님과 일대일로 5분에서 10분 정도 함께 읽는 시간을 갖는데, 그 때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를 독서앱에 선생님이 기록을 해주세요.  그 앱을 열어봤더니 아이가 예전에는 조금만 도와주면 스스로 읽는다는 코멘트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도움을 줘야 읽을 수 있다는 코멘트들이 돌아왔어요.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을 했다가, 하루는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 발음들이 적힌 종이를 꺼내봤더니 매주 조금씩 배우던게 그새 그렇게 쌓여서 진도가 확 나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적인 일이지만, 크리스마스 직후에 한국에서 가족들이 방문해서 1월 중순까지 저희와 함께 지내서 얼마 전까지 저희 집에 거주한 식구가 7식구였어요.  아이들은 사촌누나들과 신나게 노느라 정신이 팔려있었고, 저도 가족들 챙기랴 정신이 없어서 요즘 애가 뭘 배우는지 신경 쓸 경황이 없었어요. 

거기에 아이의 일주일간의 결석과 저조한 컨디션까지 합세를 하자 영어도 더 잘 안 되고 있다는 걸 느낀거죠.

그간 공부를 시키기 힘들었던 이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도 사실 아이가 학교를 시작한 후 마음은 아이 공부를 좀 시켜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주변을 보면 다들 조금씩 시키는 것 같은데 저만 너무 두손놓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둘째까지 돌보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있었고, 첫째 공부 좀 시키려들면 둘째가 달려드니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도 힘들었고, 그런 상황적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첫째 아이 공부를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만한 심적 여유도 없었어요. 

게다가 일부 지인들은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 스스로 다 배운다고 걱정 말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저조차도 학교에 들어가서야 한글을 배웠던지라 아이가 교육기관에서 천천히 배워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믿고 싶은대로 믿었던거죠. 아이들 스스로 다 배운다고 하신 분들도 막상 붙잡고 이야기해보니 그래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 숫자도 좀 가르치고, 알파벳도 좀 가르치고 했더라구요.  저처럼 숫자도 안 가르치고 정말 손놓고 있던 분들은 아직 한 가족도 보지 못했어요. 

막상 리셉션 학년에 입학하고 보니 저는 이때부터 천천히 다같이 공부를 배워나가겠거니 했는데 이곳 엄마들도 어릴 때부터 아이들 공부를 많이들 시켜서 벌써 영어 기본 발음과 단어를 다 알고, 100까지는 숫자도 다 읽는 아이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문화충격!!  누가 한국만 교육열이 높다고 했던가요!!!!  어느 사회나 교육열 높은 인구 집단은 있는 게 당연한데 말이죠.

그런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저는 제가 아이 공부를 너무 안 시키고 학교 입학시킨 것 같다고 걱정하는 이야기를 한 엄마에게 이야기했어요.  그 엄마는 걱정 말라며, 지금 모르는 거 하나도 문제될 거 없고, 아이가 금방 다 배울거라고, 공부 따로 시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웃긴 건, 그 엄마는 자기 아들을 두살, 세살때부터 알파벳과 포닉스(알파벳의 발음나는 소리)를 다 가르쳐서 그 집 애는 단어를 보면 읽으려고 든다는 것이었죠. 하하하.  지난 가을에 한번 저희 집에서 그 집 아이와 함께 노는데, 그 아이가 단어들을 읽으려고 하는 걸 제가 감지하고, 얘가 단어를 읽으려고 한다고, 글을 읽을 줄 아는 것 같다며 감탄하며 칭찬하자 예전에 이미 다 가르쳐서 예전부터 할 줄 아는 거라고 실토를 하더군요.  

어쨌거나, 이런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핑계로 아이 공부를 손놓고 있었어요. 

그래도 자기 전에 몇 권의 책은 읽어주고, 숙제로 나오는 책은 아이를 독려해서 스스로 읽도록 도와주고, 매주 배운 포닉스는 한번 정도라도 복습시켜주는 걸 최소한으로 하고 있었어요.  이것만 해도 어디야 하고 위안삼으면서 말이죠.  

그렇게만 해도 겨울방학 직전이 되자 아이의 영어가 부쩍 늘어서 이 상태대로라면 조만간 아이의 영어가 한국어를 전복해버릴 것만 같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져서 아이 영어 공부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한국 가족들의 방문과 함께 예상치않게 아이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오히려 부쩍 느는 시간을 가졌고, 그 몇주간 영어 노출이 줄자 포닉스도 아이 머릿속에서 함께 사라져버렸나봐요.  하하하하하. 

이제라도 현실 파악이 된 게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시키겠다는 결심은 쉬이 서지 않았습니다.

공부 시키는 게 힘든 일이다 보니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었고, 그래서 최대한 안 해도 될 이유를 계속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공부 시키기로 결심한 이유

이젠 정말 안 되겠다,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단순히 아이가 학교에서 포닉스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어요.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니 아이가 제법 기본적인 단어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영어로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발견됐어요. 

그 때마다 '뭐지, 이 정도 수준의 영어 단어도 모른다고?' 하고 스스로 놀라곤 했어요.  그러면서도 차차 배우겠지 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죠. 

그러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였어요.  목요일은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가 선생님과 1대1로 책을 읽어보고, 그 책을 마저 읽고, 계속 읽는 걸 숙제로 가져오는 리딩데이예요.  학교에서 선생님과 이미 개시를 한 그 책을 꺼내 아이에게 읽어보자고 하는데, 아이가 예전에비해 첫째, 너무 못 읽고, 둘째, 잘 못 하니까 더 읽으려들지 않는 거예요. 

못 하겠더라도 제 도움을 받으며 좀 더 해봤으면 좋겠는데, 잘 못 하겠으니까 힘들고, 힘드니까 그걸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었어요. 

앗.. 뭐지.. 어떻게 해야 하나..  좀 당황했어요.  

잭은 놀이를 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이 분명히 있는 편이라 자기 의식의 흐름대로 주도적으로 놀이를 만들어하던 아이였어요.  그러다보니 예전에도 아이가 관심없는 것들을 권하고 시키는 게 참 힘들기도 했어요.  자기 안에서 호기심과 동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였던 거죠.  그게 제가 아이에게 영어든 뭐든 공부의 기초가 되는 것들을 소개하고 시도하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했어요.  스스로 할 마음이 일게 해야 하는데, 그건 제게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세요.  밤새도록 아이들에게 치이며 내 한몸 편하게 뻗고 자지 못하다가 일어나서 온종일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애들 돌보는데, 아이 공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안타깝지만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학업성취도 차이가 있는 사회현상과도 연관이 있죠... 맥도날드에서 온종일 서서 일하는 부모는 집에 돌아가서 애들 숙제를 봐주고 공부를 챙겨줄 여력이 없으니까요.  저는 비록 밖에 나가서 온종일 고되게 일하는 상황에 있지는 않지만, 집안에서 또다른 방식으로 온 체력을 고갈하고 있어서 아이 공부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그걸 꼭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었고, 그것은 다시 제가 아이 공부에 무관심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됐었습니다. 

자꾸 이야기가 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제 오랜 친구 지현이에게도 제 고민을 이야기하고, 저의 큰 언니와도 제 고민을 나눴어요.  그 둘의 이야기는 공통됐어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오래 할 필요도 없다.  조금씩.  10분, 그게 안 되면 5분이라도. 

지현이는 예전부터 한결같이 말했어요. 글을 잘 읽어야 다른 공부도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만 해주면 아이들은 금방 늘고, 자기가 는 걸 스스로도 느껴서 아이들도 더 의지를 보인다, 매일 습관처럼 해나가면 나중에는 일상이 되어서 시키는 게 수월해진다는 거였죠. 

큰 언니는 제게 그러더군요.  학교에서 다 배울거라고 믿고 냅둘거면 집에서도 한국말 하지 말고 영어쓰라구요.  독하죠?  ㅋㅋㅋ 가족이니까요.  집에서 한국어만 쓰고 한국어에만 노출되다가 학교가서 '한글'을 배우는 것과, 집에서는 완전히 다른 언어와 문자를 쓰면서 학교에서만 영어를 쓰는 아이의 언어학습이 어떻게 똑같이 되겠냐고.  잭이 영어로 인해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인데,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마저 잘 따라가지 못하면 얼마나 더 힘들겠냐고.  그걸 잘 따가랄 때 아이도 자신감이 생기고, 학교 생활도 더 쉬워질거라고.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는 걸 알았다면 도와주는 게 제가 할 역할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더군요. 

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어요.  동생 뚱이가 덤벼대서 첫째 공부시키기가 더 힘들다.  그리고, 솔직하게 내가 아이 공부에까지 신경쓸 에너지가 없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뭘 할 수 있냐고요.

언니가 좋은 팁을 줬어요. 둘째를 다르게 취급하려 하지 말아라.  첫째와 똑같은 걸 두고 둘이 똑같이 그냥 시킨다고 생각하라고요.  그래서 둘째는 뭐든 다 일찍 배우고 수월하게 배우는 거라고.  그렇게 옆에 붙어서 다른 애들보다 일찍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게다가 지금 그렇게 하고 나면 둘째가 학교 갔을 때는 첫째 학교 보낼 때보다는 수월하지 않겠냐고. 

이렇게 언니의 현실 조언까지 들었어도 저는 멍~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아이가 따라올까.  둘째까지 끼고 같이...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을 했죠. 

그러다가 탁! 하고 머리를 한대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1년 넘게 다녔는데도 영어가 그 '지경'이었다는 사실이 기억이 난거죠.  저희 첫째는 언어에 큰 관심이 없어요.  노래는 좋아하고, 소리에는 민감한데, 언어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어려서 말만 늦게 터진 게 아니라 옹알이도 정말 적었어요.  웃거나, 울거나, 아니면 입을 그냥 꾹 다물고 있었어요.  반면, 둘째는 언어가 빨라요.  겨우 만 세살인데 말이 청산유수예요.  이 어린 애가 어떻게 이렇게 말하나 매일 놀라고 감탄해요.  똑같이 어린이집을 일년 넘게 다녔는데, 둘째만 영어를 배워온 것 같을 정도예요.  어린이집을 안 다닌지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도 영어로 티비보고, 자기 전에 영어책 한두권 읽는 것만으로도 영어를 유지하고 심지어 영어도 더 늘어서 신기해요. 

거기에, 제가 요즘 발견한 잭의 여러 성향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졌어요.  저희 잭은 자기가 잘 못하는 건 안 하려고 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충분히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 아예 도전도 안 하기도 해요.  그래서 특정 부분은 또래에 비해 뛰어나지만 특정 부분은 이 나이에 아직도 저러나 싶게 뒤쳐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바로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그리고 영어!

그 생각이 들자, 아이가 어린이집을 그렇게 오래 다녔는데도 왜 영어가 그렇게 힘든 상태일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어요.  아이는 영어에 대해서 꼭 필요한 지시어들을 제외하고는 귀를 닫고 생활한 거 같아요.  꼭 필요한 정도까지만 익히고, 나머지는 몸으로 놀고, 영어 없이도 할 수 있는 활동들에 참여하고, 말 없이 입 꾹 다물고 놀고.  그러니 어린이집 생활이 재미있을리가 없죠. 

특히, 책 읽어주는 시간은 제일 어렵고, 지겹고, 싫고, 그림 그리는 시간에도 잘 참여하지 않았어요.  다른 여자아이들은 그림을 정말 정교하게 잘 그리는데, 본인은 그게 잘 안 되니 이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제서야 깨달은거죠.  우리 잭은 자기가 관심있는 부분은 뛰어나지만, 그게 아닌 부분은 아예 귀를 닫고 차단하고 관심조차 안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영어가 그런 부분이었고, 학교에서 배우는 포닉스와 영어도 그냥 냅뒀다가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면 그마저도 아이가 등을 돌려버릴 수도 있겠다구요. 

이대로뒀다가는 Year 1, 즉 1학년으로 올라가서도 영어를 친구들만큼 못 읽고 뒤쳐지고 힘들어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그러면 안 되죠!  하아.. 그러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이건 더이상 고민할 일이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다.  무조건이다. 

두살 터울 형제 데리고 공부, 가능할까? 

자, 그럼 이제 관건은 두 아이를 데리고 내가 어떻게 공부를 시킬거냐.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사실, 고민할 문제도 아니에요.  답은 정해져있으니까요.  제가 첫째 공부시킬동안 남편이 둘째는 돌보는 방법을 주위에서 제안하곤 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큰 아이 등교나 하교로 인해 근무시간이 부족해서 보통 저녁 6시까지 일을 해요. 그런데 중간에 15분이라도 뺀다 하면, 저녁시간에 근무를 더 늦게까지 해야 하고, 그럼 아이들 저녁식사와 취침준비에까지 지장이 생기죠.  그럼 제 때 끝내고 밤에 일을 더 해도 되지 않느냐 하지만, 저희 남편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건 힘들어요.  제가 애들한테 치여 힘들듯, 남편도 온종일 힘든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니, 저는 큰언니 말대로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서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애들 둘 양쪽에 끼고, 둘이 똑같이 시키는 걸루요.  둘째는 항상 형아랑 똑같은 거 하고 싶어했는데, 이참에 같이 하면 되지 뭐가 고민인가 하며 대수롭잖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사실, 두 아이를 키우며 이미 좀 근육이 늘어난 부분이 이 부분이에요.  아이를 둘 낳은 이상, 두 아이를 감당하는 건 당연한 내 몫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근육 말이죠.  가령, 놀이터를 간다.  아이 둘을 데리고.  하아.. 생각만 해도 피곤합니다.  

그러나, 어쩔거예요.  집에만 있을 수 없잖아요.  나가서 감당해야 합니다.  저 혼자서도 아들 둘 데리고 낑낑대더라도 나가서 부대낄 버릇을 해야 익숙해지더라구요.  

재밌게도 막상 혼자 낑낑대고 밖에 나가보면 저 같은 신세에 있는 사람이 저만이 아니에요.  어떤 때는 아들 셋 데리고 혼자 놀이터에 나와서 아이들과 뛰어노는 엄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이를 보며 생각했죠.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는 엄마들은 역시 아들들 엄마들 뿐이구나..  아들 셋... 네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답니다.  

이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아이 둘 데리고 공부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실제로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4일간 그 공부를 시도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남편 덕분에 제법 성공적이었습니다.  관건은 내일부터!  

저의 목표는 매일 최소 5분, 길면 15분, 습관처럼 해보는 겁니다.

큰 언니가 그랬어요.  매일 조금씩 하는 게, 그게 본인도 그렇게 힘들더라고.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저희 가족이 죄다 P(MBTI에서 P/J 종)형이에요.  그런 P들에게는 무언가를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그 힘든 일에 제가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이틀은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작은 성공들을 모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 일이 제 일이면 작심삼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일은 아들 일이고, 아들이 힘들면 제가 다시 힘들어지므로(선생님한테 불려가서 또 한소리 들을까 늘 노심초사입니다 ㅠㅠ)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공부해나가는 과정과 그 내용, 차차 하나씩 공유할게요.  지켜봐주세요~ 

사진: 형제가 나란히 앉아 싸우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난생 처음의 경험!!!!!  저희 집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되다니, 살다 볼 일입니다!!!

형제가 싸우지 않고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