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3

36개월 둘째 아들의 언어구사력, 그리고 형제의 다툼과 우애

옥포동 몽실언니 2023. 2. 2. 09:36

요즘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자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문장 쓰기 무섭게 잠자던 둘째가 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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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다시 재우고 돌아왔습니다.  

제 생황이 이러니 그간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가시죠. 

애가 울어서 안아줬는데, 그래도 성질을 내며 울어서 쉬가 마려워서 그런가 해서 쉬하겠냐고 얘기해도 대답도 없이 몸을 틀며 울기만 하네요.  결국 남편 등장.  남편이 안으니 남편 품에서 쉬를 좌아악....

아이 속옷과 잠옷바지는 물론 남편도 잠옷이 모두 젖어버렸습니다. 

자기 전에 쉬를 뉘였는데도 쉬가 더 마려웠나봐요.

옷을 갈아입혀주니 언제 그리 울었냐는듯이 다시 잠든 뚱이. 

36개월입니다.  3년을 키워도 이 정도네요.

다시 본론으로 저희 둘쨰의 언어발달에 대해 얘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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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렇게 엉뚱하게 쉬를 싸는 일은 있지만, 저희 둘째 뚱이는 언어발달은 참 놀라워요.

모든 게 참 상대적이에요.  저희 첫째는 기저귀 떼고 첫 한달이 지난 후에는 소변 실수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말은 참 늦었죠.  그런데 저희 둘째는 말은 얘가 세 살 맞나 싶게 청산유수인데, 아직도 소변 실수를 하지요.  모든 아이는 다르다는 말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아이가 하루 종일 하는 말들이 모두 유창해서 뭐 하나 딱히 기억에 남는 말이 없어요.  그냥, 첫째랑 대화하듯이 둘째와도 모든 대화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좀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은 말로 하지 못하지만, 자기 의사표현은 부족함 없이 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연휴에 한국에서 온 이모와 사촌누나들과 지내며 첫째, 둘째 할 것 없이 둘 다 한국어가 좀 는 것 같기도 해요.

그 덕에 저희 뚱이는 형아와 싸움이 난 상황에 대해 더 잘 항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부엌에서 밥 준비를 하다가 둘이 울고 소리지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무슨 일이야?  왜 그래?" 하고 묻기부터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서 동생보다 언어가 뛰어난 잭이 자기가 하던 걸 뚱이가 뺏어갔다든지, 뚱이가 자길 때렸다든지 하며 뚱이 잘못을 이야기하고, 그럼 저희는 뚱이에게 그게 사실인지 다시 되묻곤 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뚱이도 자기 상황을 대변하는 말을 스스로 다 해냅니다.

형아가 선재 여기 떄렸어, 형아가 먼저 떄렸어, 형아가 선재 하고 싶은 거 안 줘, 형아가 선재한테 나쁜 짓 먼저 했어 등의 말들이 나오죠. 

형아가 뚱이가 자기를 때렸다고 이르면, 뚱이도 지지 않고 말해요. 

"형아가 선재 먼저 때렸어.",  "형아도 여기여기 때렸어."

아이들에게 사건의 정황을 물어보기는 하지만, 들어보면 대부분 누군가의 시작으로 인해 서로 때리거나 뺏거나 꼬집는 상황으로 발전해있기 일쑤입니다.  결국 누구를 때리거나 다치게 하는 행동은 이유가 뭐가 됐든 잘못된 행동임을 다시 한번 주지시켜주고, 결국 각자 모두 잘못한 게 있으니 서로 사과하고, 괜찮은지 물어보고, 안아주라고 합니다. 

가끔 누구 하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한 사람이 사과를 재빨리 하기도 하고,  뚱이는 가끔 형아를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둘째는 눈치가 빠르고 첫째에 비해 현실적인 편이라 계산이 빠르고, 계산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는데도 빠른 편입니다.  미안한 마음 하나 없이도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형아에게 '때려서 미안해, 괜찮아?  (앞으로) 안 할게~ 사랑해.' 하며 형아를 안아줄 때도 많아요.  

진심이야 사실 우리가 애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그 행동과 말만으로도 형아는 기분이 좀 풀립니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싸웠든, 형아가 동생에게 사과하고, 말이라도 괜찮냐 물어보며 팔을 둘러 꼭 안아주면 동생 뚱이도 금방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 저녁에는 잘 시간이 됐는데도 자지 않고 자꾸만 조명을 켜고 둘이 서로 장난치고 노는 형제들 때문에 애들에게 엄마 잘 수 있게 빨리 불 끄라고 했더니 둘째 뚱이가 화가 났네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애착인형 아기새를 침대 매트리스에 탁탁 치며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냅니다.

"아기새 그렇게 아프게 하면 아기새 아프고 싫어. 그럴거면 아기새 엄마한테 줘." 하고 아기새를 뺏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됐을까요? 

네, 그렇죠. 울음바다가 터졌죠. 

"으앙!!!!!!!!!!!!!!!!!!!!!!!!!!!!!!!!!!!!!!!!!!!!!!!!!!!!!!!!"

아... 우리 뚱이...  세 살 되면서 목청이 트여서 목소리가 정말 크고 우렁차요.  음정은 꽤 높구요. 

아이에게 말했어요.

"아기새로 이렇게 매트리스를 치면 아기새가 얼마나 아프겠어?  아기새로 이렇게 하면 아기새 정말 아프고 슬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안 할 수 있어?  아기새 안 아프게 할 수 있어?"

하고 묻자,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뚱이. 

그러더니 뚱이가 자기 전에 그러네요.

"엄마, 아기새 아프게 하면 아기새가 울거야."

하고 말이죠. 

아이가 구사하는 문장을 글로 써보려고 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생각나는 게 좀 전에 재우기 전에 한 저 말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하하하. 

제법 긴 문장도 잘 구사해요. 

"엄마는 뭐뭐 하고, 형아는 뭐뭐하고, 아빠는 뭐뭐하고, 선재는 뭐뭐하고.  좋아?"

하며 가족 전체에게 뭔가를 제안하기도 하구요. 

제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할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이면, 

"엄마, 지현이 하지마! 지현이 하지마!!!!"

하고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난 며칠 뚱이와 있는 시간에 지현이와 통화를 두어번 했더니, 그새 아이에게는 엄마전화='지현~'하고 말하는 행위로 각인됐나봐요. 

몇 달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한 후 기도시간에 저는 기도를 하고 아이는 옆에서 성당에 있는 장난감으로 놀이를 한 적이 있었어요.  며칠 후 아이에게 물었어요.

"다음주에 엄마랑 또 성당갈까?"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어요.

"응, 좋은데, 그런데 아멘은 안하고 장난감 갖고 놀고 싶어. 아멘은 안 하고."

그 말에 전 깜짝 놀랐어요. 

예배 의식 전체를 아이가 "아멘"이라는 말로 함축해서 표현한 사실에 말이죠. 

그 외에도 자기가 하는 말을 저희가 못 알아들으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영어로 말하는 paraphrasing을 해서 다른 말로 바꿔서 표현해요. 

"엄마, 삽 어딨어, 삽?"

하고 묻는데, 아이의 시옷 발음이 좀 새다 보니 삽을 말하는 걸 잘 못 알아들었어요. 

"뭐? 뭐 찾는거야?"

하니, 아이가 다시 말해요. 

"땅 파는 거. 선재 땅 파는 거 어디에 있어?"

하고 말이죠. 

아이가 말로 의사표현을 잘 하니 아이 욕구를 알기도 쉽고, 아이를 설득하거나 아이와 협상하기도 수월한 것 같아요. 

더 좋은 건 첫째 잭에게 동생 뚱이가 제법 놀이상대, 대화상대, 의지할 상대가 된다는 겁니다. 

동생이 말로 표현을 잘 하니, 잭도 뚱이에게 다가가서 이런 저런 의사를 묻고 같이 대화하며 사이좋게 놀 때가 있어요.  평화로움이 지속되는 시간은 비록 짧지만(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거예요!), 그래도 평화롭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서로 의사를 타진해서 같이 놀이를 해갑니다. 

또, 형아가 만든 레고 모형을 보고 동생 뚱이가 

"형아, 형아가 만든 거 멋있어."

하고 말해줘요.  그럼 기분 좋은 형아가 대답해요.

"고마워."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저와 남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이 다 오다니.  경이롭다는 눈빛을 서로 주고 받습니다. 

이건 순전히 부모의 욕심이겠지만, 저는 두 아들이 사이좋은 형제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의좋은 형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편인데, 저렇게 서로 멋지다고 좋은 말 해주고, 그에 대해 고맙다고 화답하는 상황을 보면 서로에 대한 저런 매너가 더 자라면서 성숙하고 깊어지고 확대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어봅니다. 

다음에는 제가 두 아들을 사이좋은 형제로 키우기 위해 들여온, 또 여전히 들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 공유해볼게요.

오늘도 저에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오늘 글은 이 정도에서 접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