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나의 출산 예정일. 출산예정일에 이렇게 블로그를 쓰고 있다는 것은.. 아직 아기가 소식이 없다는 뜻. 우리 Jack은 엄마 뱃속이 좋은지.. 아직 나올 생각을 않는다.
지난 주말, 그리고 어제에 걸쳐 우리는 대충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먼저 진통이 올 때 병원에 들고 갈 짐을 모두 싸서 Tintin의 차에 넣어두었고, 거실과 침실에 아기 공간, 아기 물건들을 모두 정리해뒀다.
출산 가방 짐싸기
산모교실 수업을 갔을 때 출산가방 목록을 받아왔고, 그에 따라 대충 짐을 쌌다. 영국은 병원에 입원한다고 해서 병원복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 분만 시, 그리고 출산 후 입을 옷을 직접 싸가야 한다. 엄마 물품, 아기 물품, 그리고 남편 물품, 이렇게 우리의 가방은 3개가 되었다.
엄마 가방: 분만 시 입을 옷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나시 2벌과 반팔 롱티, 편한 바지, 땀에 젖을 것을 생각해 여분 반팔, 긴팔 티셔츠를 몇개 챙김), 팬티 넉넉히, 수유 브라, 밤에 입을 피자마나 가운, 수유 패드, 수건, 세면도구, 위생용품 등을 챙겨오라고 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짐을 쌌다. 따뜻한 수면양말도 두켤레 챙겨 넣고, 출산 후 입을 잠옷도 두벌 챙겼고, 친구가 넘겨준 대형패드도 넉넉히 챙겼다. 참, 부드러운 간식도 꼭 챙겨오라고 해서 간식도 챙겨넣었다.
아기 가방: 아기 옷 여러벌, 기저귀, 아기 솜패드 (기저귀 갈거나 할 때 다양한 용도로 쓰일 듯), 가재손수건, 속싸개, 집에 돌아올 때 입힐 따뜻한 방한복, 아기 담요.
아빠 가방: 남편 반팔 상의 여러벌 (병원이 덥고, 분만/대기 과정이 힘들어서 땀이 많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속옷 (혹시 모르니), 세면도구, 그리고 남편의 간식! 충전 100%된 보조배터리 하나.
카시트 준비
지인에게 얻어서 깨끗하게 커버를 세탁해둔 신생아용 카시트도 남편 차에 실어뒀다. 영국에서는 신생아도 무조건 카시트에 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법!
침실 세팅
아기 침대
우리 침대 옆에서 자게 될 아기 잠자리 준비를 마쳤다. 동네에서 Gumtree에서 25파운드 (3만7천원?) 주고 산 중고 이케아 아기침대. 사자마자 깨끗이 닦아뒀었는데, 주말에 매트리스를 다시 한번 탈탈 털고, 어제는 침대의 먼지도 다시 한번 싹 닦아주고, 깨끗이 빨아둔 매트리스 커버와 시트를 모두 씌워줬다. 그래도 며칠간 혹시라도 먼지가 쌓이면 어쩌냐고 Tintin은 매트리스를 뒤집어 놓았다.
아기 이불
침대에 걸어둔 아래 하늘색 천은 아기 이불이다. 수민이의 도움으로 아스다에서 8파운드인가..주고 구입한 아기 면 이불. 영국에서는 아기 물품에 대한 안전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한국이 어떤지 잘 모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아기 이불은 12개월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이전에는 아래와 같이 구멍이 숭숭 뚤린 이불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혹시라도 아기가 움직이다가 이불이 얼굴을 덮어도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실은 우리가 침대 겉에 둘러둔 침대 가드용 pad도 신생아에게 쓰면 안 되는 게 규정인데.. 우풍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금은 둘러뒀다.
수유용 흔들의자
침대 뒷켠에는 옥스포드에서 20파운드에 중고로 구입한 수유용 흔들의자. 침실에 앉을 자리가 없는데다가 우리는 방바닥에 침대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놓고 쓰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앉을 공간이 아예 없다. 1인용 소파를 구입할지, 수유 전용 의자를 구입할지 고민하던 중 heath visitor 가 그냥 아무 의자에나 앉아서 수유하면 되고, 아기가 태어나면 돈 들어갈 데가 너무 많으니 그런 의자에 돈 쓰지 말라고 조언을 해서 우리는 마침 중고마켓 Gumtree에 올라온 흔들의자를 20파운드 (약 3만원)에 구입했다. 좀 낡긴 했으나 단단한 나무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의자인데다가 앉아보니 생각보다 편해서 꽤 잘 산 것 같다.
영국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흔들의자 (앞뒤로 흔들어짐)를 수유용 의자 (gliding chairs for nursing) 로 쓴다.
보통 가격이 15만원에서 몇십만원까지.. 의자 재질과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이 의자가 자신의 삶을 구했다는 사람들부터 비싸게 주고 샀는데 별로 안 편해서 그리 길게 쓰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만큼 중고시장에도 이런 물건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쿠션의 패드도 두껍고 해서 그런가 중고로 나오는 것도 그리 싸진 않다. 게다가 나느 이렇게 뭔가 크고 거창한 것은 부담되고, 이후에 처분도 어려우니.. 우린 그냥 일반 흔들의자를 사서 적당히 쓰고, 이후에도 이 의자를 거실에서든 어디서든 활용하기로 했다.
아기물품 수납장
아기와 함께 주로 생활하게 될 침실과 거실, 각각에 저렴하게 구입한 플라스틱 수납장에 아기 물건을 담아두었다. 이건 한국의 민아네 방문했을 때 얻은 아이디어로, 라벨까지 붙여두니 나도 남편도 물건을 정리하고 찾기 편할 거 같다.
밤중 수유 램프
침실 수납장에는 불빛 조절이 가능한 야간 램프도 올려뒀다 (아래 수납장 위에 올려진 물건). 이 램프는 남편이 5년 넘게 써 온 램프이다. 오래되다 보니 기능도 조금 불편하고, 오류도 자주 나고 해서 남편은 아무래도 아기용 수면램프를 하나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는데, 나는 몇푼 아니긴 해도 괜한 데 돈 들이는 게 아깝고, 실제로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사봤자 왠지 우리가 갖고 있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싶어 무조건 이걸 쓰겠다고 했다. 제일 약한 불빛 1단으로 하니 (15단 이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아주 약한 불빛이라 밤에도 아기가 잠에서 확 깨지 않고 충분히 수유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약한 불빛 강도에 남편도 결국 만족.
기저귀 전용 쓰레기통
위 사진의 수납장 우측에 있는 것은 기저귀 전용 쓰레기통으로, 영국에서는 꽤 많은 집들이 사용하고 있다. 아기 기저귀의 악취를 잘 막아주는 쓰레기통이라서 다들 유용하게 잘 쓰는 제품. 우리는 Gumtree 중고마켓에 누군가가 무료로 준다고 올려놓은 글을 발견하고 옥스포드까지 쌩쌩 달려가 공짜로 얻어온 것. 이 쓰레기 통의 뚜껑을 열면 아래와 같이 비닐이 씌워져 있다. 기저귀를 하나 넣고 한바퀴 돌려주면 그 기저귀가 밀폐되고, 위의 뚜껑이 냄새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2중으로 막아준다. 우리에게 이 쓰레기통을 넘겨준 사람이 전용쓰레기봉투를 2세트나 무료로 줘서 당분간 유용하게 잘 쓸 수 있을 거 같다.
기저귀 교체 매트
아래는 아기 기저귀 교체용 매트. 비닐로 된 방수패드에 그 위에는 면 커버가 달려있다. 면커버도 깨끗이 빨았고, 기저귀 교체 패드도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기저귀를 갈 때 바닥에 저걸 놓고 아기를 눕혀서 기저귀를 갈 게 될 듯.
기타: 수유쿠션, 목욕수건, 여분 이불
나머지 당장 쓰지 않을 물건은 붙박이장안에 쌓아뒀다. 아래의 회색물건은 TKMaxx에서 할인해서 구입한 Ergo 수유쿠션, 그 아래는 아기 목욕 수건과 가운. 영국에서는 생후 1개월 동안은 목욕을 권하지 않고 깨끗한 수건을 적셔 겨드랑이와 목, 가랭이 등 살이 겹쳐지는 부분만 잘 닦아주라고 한다. 그래서 당장은 목욕 시킬 일이 없으니 아기 수건과 목욕가운은 잘 빨아서 깨끗이 닦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붙박이 장에 고이 보관. 그 아래는 아기 침대를 사면서 함께 받아온 아기 이불인데, 이불과 이불보 모두 깨끗이 빨아서 보관 중이다. 저 이불은 12개월 이후에나 쓸 수 있으므로 1년간 붙박이장 신세. 아기가 어릴 때는 우리 침대에 아기 침대를 꼭 붙여 사용할 계획이라서 아기 침대 가드 한면은 떼서 그것도 옷장 안에 보관.
자, 거실에는 뭘 준비해뒀을까?
거실 세팅
아기물건 수납장
먼저 침실과 같이 동일한 수납장 하나에 아기 물품을 정리해뒀다. 초반 2-3주간은 나와 아기 모두 다락방 침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듯 해서 1층 거실에는 최소한의 물품만 담아뒀다. 모든 것을 조금씩. 옷도 두어벌, 수건 네다섯장, 기저귀 조금, 이런 식으로. 아기띠도 생후 첫달은 쓸 일이 없을테니 가장 아랫쪽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뒀다.
아기 바구니 (Moses Basket)
Moses Basket이라 불리는 아기 바구니.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바구니에 깨끗한 면 커버를 깔고 그 위에 단단한 매트리스를 깔아서 아기를 그 위에 눕히는 바구니이다. 일명 모세의 바구니. 이것도 Gumtree에서 20파운드 (3만원) 주고 바구니, 스탠드,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바구니 커버, 자연소재 매트리스, 유기농 매트리스 면 커버, 프로텍터까지 패키지로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바구니 커버 안에는 빳빳한 매트리스를 얹고, 그 위에는 매트리스 프로텍터도 올려뒀다. 매트리스 프로택터를 매트리스 커버 안에 넣기도 하는데, 우리는 자주 빨기 쉽게 그냥 그 위에 두기로 했다. 그러면 매트리스 커버까지 한번에 보호할 수 있으니.
단점은 아기가 작을 때.. 길어봤자 6개월에서 8개월 정도까지 밖에 쓰지 못한다는 점. 장점은 침대처럼 크지 않아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바닥에 아이를 뉘이지 않아도 되고, 부부의 식사 중에는 부엌으로도 아기를 뉘인 채로 식탁 곁에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기를 뉘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된다. ㅋ 너무 귀엽다!!!
기저귀 교체용 바가지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부엌에서 방으로 이동하지 못한 나머지 물건. 아기 기저귀 갈 때 수건을 적시는데 사용할 바가지. 아기 기저귀를 갈 때 엉덩이를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여줄 때 물을 담을 바가지이다. 영국에서는 바가지나 대야를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mixing bowl, 즉, 부엌의 조리용 볼 단단한 것을 구입해서 소형 바가지 대용으로 쓰는 것. ㅋ 테스코에서 4파운드인가..주고 바닥에 미끄럼방지 고무가 박혀있는 작은 믹싱볼을 사와서 식기세척기에서 깨끗이 씻어둠. ㅋ 이러다가 아기가 다 자라고 나면 이 믹싱볼이 부엌에 와서 샐러드 무칠 때 사용되고 있는 거 아니련가 모르겠다고 Tintin에게 농담을 했더니 Tintin이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사정한다. ㅋ
이로써 우리는 대충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급한 준비는 마친 듯한. 아직 침실 욕실에는 샤워기를 교체하려고 기존 샤워기는 뜯어놓고 새 샤워기를 설치하지 못했고 (주말에야 주문함 ㅠ), 남편 차 뒷창 와이퍼도 교체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산후조리 기간 중에 설거지를 자주 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작은 접시들을 다수 주문했는데 그 또한 2주가 되도록 아직 도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릇이 몇개 없어서 그 접시들 없이는.. 매번 설거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릇은 조금 급한 물건.. 나머지는 당장은 급하지 않는 물건들이다.
오늘이 출산예정일이라, 오늘 아침까지 아기가 나오지 않아서 오늘 내 몸이 자유롭다면 옥스포드에 가서 맛난 브런치를 혼자 먹고, 옥스포드를 돌아다니며 놀다 오겠노라 남편에게 선포를 했지만.. 아침부터 거하게 떡만두국을 끓여먹고, 야무지게 간식을 이것저것 챙겨먹으며 블로그에 글을 하나 둘씩 쓰다보니.. 시간이 훅 지나버려서 오늘 외출하기는 글러먹었다. 벌써 3시가 넘었는데 30-40분만 있으면 깜깜하게 해가 질테니..
Tintin도 긴장이 되는지 내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고, 실수로 음악을 크게 틀고 해도 미동조차 없이 쎄근쎄근 자던 사람이 어젯밤에는 나의 잔기침 소리에 잠이 깨서는 "몽실, 괜찮아?" 라고 물어왔다. 이 사람도 많이 긴장하고 있구나.. 싶다. 오늘부터는 저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저녁에 운동을 하지 않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점심식사도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먹어야 하고 하루 일과가 더 빡빡할텐데, 그렇게 하는 게 본인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별 수 있나.
이렇게 우리 부부의 아기 기다림은 초초하게 시작되었다. 영국에서는 출산예정일 이후 1주일이 지나도 유도분만을 하지 않는다. 2주차가 접어들면 유도분만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한다고 한다. 모레까지 아기가 안 나오면 나는 40주 2일차를 맞아 조산사를 만나고, 41주에도 소식이 없으면 그 때에야 가정의를 만나 선택가능한 옵션을 듣게 될 듯.
아가야.. 니가 엄마 뱃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엄마도 힘들어. 밖에 좋은 거, 맛있는 거, 신기한 거 많이 있고, 무엇보다 니가 목소리로만 듣던 아빠도 있으니.. 겁내지 말고 얼른 밖으로 나와서 엄마 아빠도 만나고 세상 구경도 하자꾸나~ 어서오렴, 우리아가!!!
'몽실언니 다이어리 > 임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산예정일 이틀이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으면 (8) | 2017.12.06 |
---|---|
출산예정일, 나의 하루 (0) | 2017.12.06 |
우리가 가진 아기포대기 매는 방법 안내 사이트 (0) | 2017.12.05 |
임신 39주, 하는 것 없이 너무 피곤한 주간 (7) | 2017.12.02 |
임신 38주, 3일간 5편 영화보기가 우리 부부에게 남긴 것 (6) | 2017.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