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난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오랫동안 했었다. 내가 누군가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을? 거기다가 출산을? 육아를? 상상이 잘 안 되는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두 언니 밑에서 셋째로 자란 나는 우리 집 세 딸들 중 그나마 가장 여성스러운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언니들은 나와 비교할 수 없게 시원, 화끈, 괄괄한 성격이다. 난 우리 셋 중 가장 새침하고, 부끄럼 많고,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 언니들은 내게 "쟤는 남자혐오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정도로 나는 남자에 대해 무지했다. 남자들과 말도 잘 나누지 못했고, 어려어했다. 아버지에 대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가되었던 것 같다. 동생도 남자아이였지만, 동생은 내게 인형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