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자기주도이유식, 적절한 시기는?

옥포동 몽실언니 2018. 9. 14. 09:01

자기주도이유식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육아에 있어서 모든 것이 그렇지만, 그건 아마 아이에 따라, 또 부모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 다르며,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아이는 5개월 반 정도에 이유식을 시작했고, 약 7개월즈음부터 우리는 '자기주도 이유식' 혹은 '아기주도 이유식'을 해왔다.  영어로는 baby-led weaning이라 부른다.  말그대로 '아기주도 이유식'이다. 

미국의 한 베스트셀러 육아책 What to Expect First Year 에서는 생후 8-9개월의 발달사항에 관한 내용으로 "finger food"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나온다.  아이들의 손가락 소근육이 발달해서 스스로 음식을 집을 수 있게 되면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면서 아이 스스로 먹게끔 해줄 수 있다고.  특히 생후 9개월 차에는 스스로 숟가락으로 먹으려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땐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라고 나온다. 

우리가 다소 일찍 자기주도 이유식을 실시하게 된 것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남편과 내가 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생후 7개월즈음부터 우리는 아이에게 딸기를 잔뜩 잘라주고, 우리는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었다. 우리 아이는 낮잠이 워낙 적어서 (그렇다고 밤잠이 많거나 깊은 것도 아닌데 ㅠ) 아이 낮잠 자는 동안 남편과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럭셔리는 생후 4개월 이후에는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하이체어를 쓸 수 있게 된 이후에는 우리가 밥 먹는 동안 아이의 정신을 다른 데 팔기 위해 아이 혼자 집어먹으며 놀 수 있을 만한 것을 뭐든 내어주었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

한국에서 후배가 사다준 귀한 한국쌀과자!  한번에 다 먹이면 과자가 금방 사라져서 나중에는 과자를 아끼느라 손으로 쉽게 쥘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잘라서 우리가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끌었다. 

생후 7개월에는 이처럼 과일이나 간식 정도만 제 스스로 먹게 하다가, 본격 식사에까지 '자기주도' 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은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하면서였다.  8개월이 되어 중기이유식을 어느정도 시작하고부터 아이가 갑자기 이유식에 관심이 없고 이것 저것 뭘 해줘도 잘 받아먹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없는 시간 힘들게 내어 만든 이유식인데, 아이가 안 먹으니 얼마나 기운이 빠지던지.  애는 애대로 쓰고, 진은 진대로 빠지고, 음식은 음식대로 낭비되고.  그래서 한동안 이유식을 잘 만들지도 않았고 잘 먹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계속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유식 담긴 그릇을 보여주며 "잭, 이유식 먹자~~, 자, 이거 먹는거야~" 하고 보여줬더니 아이가 이유식을 보면서 입을 쫙 벌리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아이가 과연 눈으로 보기만 하였을까?!  눈으로 보는 순간, 손이 그릇으로 들어갔고, 손으로 이유식을 휘적휘적...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을 다시 제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의 손이 그릇을 휘휘 저어도 나는 괘념치않고 그 이유식을 열심히 퍼다가 아이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마다 아이는 왠일인지 입을 쫘악쫘악 벌리며 잘도 받아먹었다.  그걸 본 틴틴, 

"으악!! 몽실, 뭐하는 거야?  그래도 돼?!"

"나도 몰라~ 그래도 잘 먹잖아.  어차피 제 손도 빠는데, 뭘~ ㅋㅋ"

"....정말 괜찮을까?"

"크크, 그래도 이렇게 주면 애가 잘 받아먹는단 말이야~ 먹기만 먹는다면 뭐 어때~"

그렇게 우리 아이의 자기주도 이유식은 중기이유식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이유식을 먹이려고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다가 어쩌다보니 하게 된 방식이었는데, 이런 방식도 자기주도이유식의 한 형태라는 것을 나중에 육아동지 J에게 듣고서야 알았다.  그말인 즉, 우리는 의도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자기주도이유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것!

아직 제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움직일만한 능력은 없다보니, 아이가 손으로 그릇을 휘젖고, 그 손으로 하이체어의 테이블을 탕탕 치고, 얼굴도 만지고, 귀도 만지고, 머리도 긁고... 그 와중에 나는 애 입에 이유식을 떠 먹이고.. 하다보면 정말..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다. 

다 먹고 나면.. 대략 이런 식이다. 

 다 먹은 그릇을 살피시는 우리 아기님.

테이블이 저 정도로 더러워지면 바닥이 어떨지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아이는 그릇 바닥도 입으로 한번 핥아줘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꼭 다 먹고 나면 그릇을 뺏어서 그릇 뒷면을 핥는다.

그릇 안으로 들어갈 기세다.

그리고, 까꿍!

그릇 옆면도 핱아주시고,

마지막은 그릇을 들고 휘~ 내던지며 마무~으~리~

장점은.. 엄마 아빠가 밥 먹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뒷정리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ㅠㅠ

이건 웃자고 하는 소리고, 장점과 단점을 떠나, 이미 언급한대로 자기주도 이유식은 아이의 성향에 따라, 부모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기가 각자 다를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버는 댓가로, 또 아이에게 어떻게든 이유식을 먹이기 위해서 이같은 방식을 택했고, 엄청난 뒷정리는 어쩔 수 없는 우리 부모 몫이다.  사실 나의 친언니들은 이유식 잘 안 먹어도 나중에 밥 다 잘 먹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 큰언니의 경우는 아이가 이유식을 너무 싫어해서 잘 안 먹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조카도 지금은 편식이라도는 전혀 모르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서 뭐든 너무 잘 먹는다.  하지만 나는 이유식을 덜 먹이는 게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이유식을 조금이라도 더 먹여서 수유량도 점차 줄이고 싶고, 그 핑계로 아이와 노는 시간도 떼우고 싶기도 하므로 이 번거로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번 뒷정리를 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새겨가며 아직까지는 성질한번 내지 않고 웃으며 모든 과정을 마무리해왔다는 것이다.  힘들거나 귀찮은 날은 (오늘같은 날) 이유식을 평소량의 절반만 대충 먹이고 끝내기도 하고.  적당히.. 유연하게..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만한 방식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 

아.. 내일은 또 뭘 먹이나..  미리 해 둔 거라고는 생선 뿐인데, 갑자기 아이가 생선살에 흥미를 잃은 듯한데..  

우리 부부 밥 먹을 고민에 아이 먹일 고민까지 더해지니 아..나는 먹기 위해 살고, 먹이기 위해 사는 자여, 그대 이름은 '엄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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