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케줄은 병원 가서 36주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건망증 탓이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에 부엌의 식기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견과류를 구워놓으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Health Visitor가 우리집 문 앞이라고 전화를 한 것! 정말.. 까마득히 그 약속을 잊고 있었다!!! 오늘 10시에 Health Visitor인 Pauline 아주머니께서 오기로 했던 것! 거실은 빨래건조대 3개에 빨래가 가득하고, 부엌도 엉망에, 나는 세수는 커녕 양치도 안 한 상태에서 그렇게 손님 아닌 손님, Health Visitor를 맞이했다.
오늘은 임신 36주 4일차로, 첫 Health Visitor와의 만남이다.
Pauline에 따르면 Health Visitor는 Oxford Health NHS (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의 의료시스템) Trust에 고용된 직원으로, 조산사 (Midwife)와는 그 역할이 다르다고 한다. Pauline은 우리가 사는 아빙던에 있는 Health Visitor Team에 소속되어 일 하는 중이며, 그 팀에서만 연간 4천에서 5천명의 아이를 본다니.. 대단하다. 동네 아이들은 아마도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Health Visitor의 역할
Health Visitor를 한국어로 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건강관리사'라 할 수 있을까? 그 역할은 산모가 아기를 낳기 직전부터 출산 후 아기의 첫 5세 생일까지 나와 아기를 도와주는 것이라 한다.
총 5회의 공식적 만남이 있을 것인데, 약 한달 전인 임신 36주에 antenatal meeting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Health Visitor의 방문 일정:
- 임신 32주 이후 Antenatal (아기 출산 전)
- 10-14 days after the birth of the child
- 6-8 weeks of life of the child
- Around the first birthday of the child
- 2-2.5 years of the child
먼저, 출산 전에 한번, 그리고 생후 10-14일에 한번, 생후 6-8주 사이에 한번, 아기 첫돌에 한번, 그리고 2-2.5세에 한번 우리 집을 방문하여 아기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고, 아기가 그 시기에 맞는 발달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체크한다고 한다.
Midwife (조산사)의 경우 임신 초기부터 임신 기간 내내 산모의 건강을 체크하고,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하면 바로 다음날 우리집을 방문하여 나와 아기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주지만 조산사의 역할은 아기가 태어나서 10-20일 후면 끝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모유수유 상의 문제가 있거나 할 경우 조산사에게 가장 먼저 연락해보면 된다고 한다.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나면 모유수유가 되든 안되든 관계없이 나 또는 아기에게 문제가 없을 경우 24시간 이내 퇴원이 원칙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나올 때 'Red Book'이라는, 말그대로 빨간색 작은 책자를 주는데, 그 책자에 아기 발달 차트는 물론, Health Visitor가 언제 나를 방문해서 무엇을 체크하는지 등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을 거라고 한다.
지역 사회 내 다양한 아기그룹에 대한 안내
다음으로 Pauline은 내가 사는 지역 Abingdon에 있는 여러 아기 모임의 모임 일정 및 장소가 적힌 안내문을 줬다. 아빙던이 낯선 나에게는 유용한 정보. 인터넷으로 찾을 수는 있지만 모든 정보들이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테이블로 정리된 정보를 주니 매우 유용하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아기모임들이 각 요일별로 많은데, 아기 태어나자 마자 이런 모임에 가야 한다는 압박은 절대 느끼지 말라고 한다. 먼저 아기와 남편과 함께 셋이서 함께 하는 오붓한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간의 관계와 애착을 충분히 형성한 다음에 생후 6주나 8주 이후에 되어서 내가 나를 준비시키고, 아기도 준비시켜서 시간에 맞춰 외출하는 것이 가능해졌을 때 이런 모임에 나가도 늦지 않다고. 난.. 당연히.. 체력이 안 되므로.. 6주에서 8주는 커녕.. 그 이후에라도 이런 외출이 쉽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Pauline은 많은 부모들이 이런 곳에 일찍부터, 그리고 많이 나가야 한다고 압박을 가지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를 한다.
한국에서는 산모교실이나 산모요가, 산후조리원 등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아기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고는 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지역사회 내에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제공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사는 아빙던의 경우, NTC에서 운영하는 모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모임 등 다양하게 있다고 한다. 모임에 따라 참가비가 무료인 곳도 있고 1-2파운드 정도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1-2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는 경우 대부분 그 안에서 차나 커피를 제공하기 때문에 차/커피 값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아기 아빠가 아기를 데려올 수도 있도록 토요일 오전에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곳에 가면 다양한 아기 장난감들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아기가 특정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논다고 해서 그걸 부모가 사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집에서는 아기가 그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므로 아기가 거기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무조건 사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그 이유가 아기들이 그 '모임', '장소', '분위기'와 해당 '장난감'을 연결해서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노는 환경이 '집'으로 바뀌었을 때는 그 장난감과 해당 공간의 연결고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모유 수유 신생아에 대한 비타민 D 복용 안내
다음으로는 신생아에 대한 비타민 D 복용에 대해 안내해줬다. 영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타민 D가 결핍 (해가 없으니 ㅠㅠ 그러나 해가 많은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성인이 비타민 D 결핍이라는 이야기를 산부인과 의사에게 듣기도 했다)이다. 분유를 먹는 아기들의 경우 비타민 D가 강화된 분유를 먹기 때문에 비타민 D를 별도로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들의 경우 비타민 D 복용이 필수적이라 한다. 행후 3개월 이후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비타민 D 를 복용해도 되지만 신생아 시기에는 시중에서 신생아용 비타민D를 판매하지 않아서 그 필요성이 더 높은 시기에 비타민 복용이 제한되었다고 한다. 이런 신생아에 대한 비타민D 복용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재정적 이유 등으로 신생아에 대한 비타민 D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Heath Visitor의 말에 따르면 조산사들과 본인들이 오랫동안 힘들게 투쟁한 결과 이제는 신생아에 대해 비타민 D를 병원에서 지급한다고 한다. 아래는 비타민 D 복용에 대한 안내문.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나서 퇴원할 때 병원에서 신생아에게 12주간 먹일 수 있는 비타민 D를 병에 담아 줄 거라고 한다.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면 24시간 안에 조산사가 집을 방문하여 나를 보러 올 거라 한다. 집에 오고 나서 혹시라도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조산사 사무실이나 병원으로 전화를 하면 된다고 한다.
Baby cafe 안내
모유수유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매주 목요일 아빙던의 한 지역 교회 (St Edmund's Church) 에서 열리는 베이비 카페를 가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Sue 라는 전직 조산사가 운영하는 베이비 카페로, 이 또한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져있는 자발적 모임이라 한다.
과거에는 이런 모든 활동들이 "지역아동센터"라 할 수 있는 Children's Centre에서 이루어졌는데, 몇년전 보수당 집권 당시 복지재정 감축을 빌미로 상당수의 아동센터를 모두 폐쇄해버렸다. 그 때 아빙던 아동센터도 폐쇄됨에 따라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이곳 저곳에 분산되어 지역 주민의 자발적 활동으로 영위되고 있다.
그 외에도 모유수유에 대한 도움을 얻을 곳은: 옥스포드 대학병원인 JR Hospital의 Infant Breastfeeding Team (신생아 모유수유팀) 이나 지역 내 조산사 팀에게 연락하면 된다. 일단 조산사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강관리사 (Health Visitor) 의 다음 방문 일정:
아기 생후 10-14일 사이 Health Visitor가 다시 방문하니, 그 때 여러 어려움을 의논해도 된다.
기타 조언들
- 첫 12주 동안: 아기와 나의 패턴을 맞춰가는 시간. 하루 24시간 중에 약 8번 정도 수유를 하게 될텐데, 이는 곧 3시간 주기로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 이 기간 중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비상연락망을 작성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라고 한다.
- Skin-to-skin 케어의 중요성: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나의 맨 살 가슴 위에 올리게 되는데, 이 skin-to-skin care는 아기와 부모 사이의 bonding과 애착관계를 강화해주고 산모의 경우 옥시토신 분비로 자궁수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너무 겁나거나, 두렵거나, 몸이 아프거나 등 하여) 아기를 내 몸에 안아 올릴 수 없으면 남편이 그 역할을 대신 해도 됨. 다만, 병원에 대부분이 여자이니, 남편이 웃통을 벗어야 하는 것에 당황할 수 있다고. 그러니 만약 이런 상황이 되면 남편이 대신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수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 반드시 미리 이야기해둬서 남편이 당황하지 않게 해주라 한다. Tintin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상체탈의에 대비하여 상체근육을 열심히 해둬야겠다는 농담을 던져온다.
- Lullaby Trust (https://www.lullabytrust.org.uk/)의 웹사이트를 가면 아기 수면과 관련된 좋은 정보가 많이 있으니 잘 활용하라고 한다. 아래는 해당 홈페이지의 "안전수면" 관련 페이지 캡쳐. 특히, 아기침대에 아기를 재울 때 아기를 침대 아랫쪽에 두고 재우라고 한다. 아래 캡쳐 이미지의 상단 우측사진을 보면 아기를 침대 아랫쪽에 두고 재우고 있다.
아기를 아기 침대에 재울 때 주의점
아래와 같이 아기를 침대 아랫쪽에 둘 것. 그렇게 해야 아기가 자면서 버둥거리며 움직이게 되는 공간을 제한하여 돌연사를 예방한다.
엄마와 한방에서 자되, 엄마 침대가 아닌 별도 침대에서 재우는 것이 신생아 돌연사 예방에 좋음.
침대 주변에 범퍼를 두지 않을 것 (혹시라도 아기가 버둥거리며 몸부림 치다가 범퍼로 인해 호흡곤란이 올 수 있음).
마찬가지 이유로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기의 경우 베개도 아기 침대에 두지 말 것.
이런 점들을 안내해주고, Health Visitor는 다음과 같은 여러 보충 자료들도 건네주었다.
Health Visitor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물은 이야기는?
"혹시 너의 남편이 너를 집에서 못 나가게 하거나, 너를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니?"
나는 깜짝 놀라며 그는 매우 supportive하고, 사실 나에게 너무 의존적이어서 문제라며 웃었다.
혹시라도 가정에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남편에게 불합리하게 통제/억압을 당하고 있는지 Health Visitor가 조사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은 환자의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의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례를 발견할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는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영국이라고.. 얼마나 다를 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경로로 혹시라도 감춰진 채로 존재하고 있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의료종사자가 먼저 이렇게 물어온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피해구제의 길로 가기에 한국보다는 좀 더 용이한 입장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사는 한 언니는 아기 낳고 팔다리에 통증이 심해서 몇번이나 의사를 찾아갔는데, 의사는 매번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아무 처방도 해주지 않다가 급기야는 "혹시.. 너 남편이 너를 때리니?"라는 질문을 해오더라고 한다. 이처럼 의료종사가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다는 점은 배울만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10분간 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Health Visitor인 폴린은 나에게 남은 시간 몸관리 잘 하고, 아기 태어나면 만나자고 인사를 나눈 후 다음 약속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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