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영국과 한국의 아기 분만 방식의 차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8. 22:39

12월 4일, 어제는 임신 40주 2일 되는 날.  출산 예정일이 2일이 지난 날이었다.  영국에서는 임신 40주에도 아기가 태어나지 않으면 조산사를 만나게 되고, 41주에도 태어나지 않으면 조산사를 또 만나야 한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조산사를 만나고 돌아왔고, 언제나처럼 혈압측정, 소변검사, 배 길이 측정, 아기 머리 위치 확인 (손으로 배를 눌러보고 아기 머리위치와 아기 자세를 확인한다.  NO 초음파 검사!), 아기 심박수 측정이 전부.  그리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분만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영국의 분만에 대한 의료적 접근과 분만 방식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고령산모 기준

한국에서는 38주 가량 되면 내진을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타 블로그에서 많이 보는데, 영국에서는 이렇게 40주가 되도록 진행이 없을 경우에 권하게 된다.  내진은 조산사가 자궁경부로 손을 넣어 양수세포막과 자궁경부를 분리시키는 거라고 한다.  양막에서 자궁경부가 분리되면 호르몬이 자극되어 자궁수축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짐으로써 진통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는 35세 이상을 고령산모로 분류하는데, 영국의 경우 만 40세 이상을 고령산모로 분류한다.  나는 방년 37세.  한국나이로 치면 38세에, 내년이면 39세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나는 40세 미만이라 고령산모가 아니다.  40세가 넘을 경우 "high risk", 즉 고위험 여성으로 분류해서 검사나 관리가 좀 더 철저히 이루어지지만, 나이가 40세 미만이면서 특별한 지병이나 가족병력이 없을 경우에는 임신 기간 전체 중 소변검사와 혈압측정만 자주 할 뿐, 두어번의 빈혈 수치 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두세번에 걸친 초음파 검사가 임신 기간 중에 이루어지는 검사의 전부이다. 

출산 예정일이 지나야만 내진을 실시하는 영국

영국의 경우, 예정일이 지나야 첫 내진을 실시한다.  어제 만난 조산사는 나에게 내가 원한다면 오늘 자궁경부 자극을 통한 진통 유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했다.  Cervical sweeping으로, 소위 internal examination,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내진"이 아마 이것인 것 같다.  그러나 조산사는 그 자체가 무조건 진통 유도로 이어진다는 보장을 없으며, 그저 아프고 따갑고, 약간의 출혈도 있을 수도 있다고, 나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나는.. 일단 아직 예정일이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다음주까지 기다려보겠노라 했다.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 41주 1일이 되어도 진통이 없을 경우 그 때는 내진을 하기로 했다. 

또한 특별한 상황이 없는 이상 출산예정일이 2주 지나서야 유도분만 (induced labour) 을 하게 될 거라 했다. 

유도분만은 얼마나 이루어질까? 

영국의 경우 5명 중 1명이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도분만을 하는지.  그런데 한국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자주 해서 막달이 되었을 때 아기가 좀 크다 싶거나, 예정일이 좀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으면 일찌감치 의사가 유도분만을 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예정일에서 2주가 지날 때까지는 대부분 대기를 시킨다.  본인도 이미 예정일이 3일이 지났으나, 병원에서는 예정일 2주를 지나도 아기가 나오지 않으면 그 때 유도분만을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영국에서 유도분만을 하는 경우는, 42주, 즉 예정일이 2주가 지났는데도 진통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아기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유도분만을 실시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4주 이후 양수가 먼저 터져버렸거나, 산모의 건강상태나 아기의 발달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참고: https://www.nhs.uk/conditions/pregnancy-and-baby/pages/induction-labour.aspx). 

영국 옥스포드 대학병원의 조산원 (의사 없이 조산사들의 도움만으로 분만하는 곳; 사진출처: https://www.which.co.uk/birth-choice/maternity-units/amu-oxford-spires-midwifery-led-unit-the-john-radcliffe-hospital-oxford)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제왕절개 하는 한국

한국에서는 주변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분만 중 응급한 상황이 발생해서 제왕절개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사전에 계획한 제왕절개로 분만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미리 계획해서 제왕절개를 한 사람을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분만 중에 발생한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제왕절개를 하거나, 쌍둥이를 가졌는데 산모의 건강이 좋지 않아 제왕절개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본 것이 전부.  그래서 궁금증에 찾아보았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왕절개를 하고, 또 영국에서는 어떨까?

영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 비중

한국의 2015년 출산비율 가운데 제왕절개 분만 비율이 자그마치 39.1%라고 한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마저도 1999년에는 43%까지 올라갔던 제왕절개 비중이 좀 내려가서 40% 미만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 15년간 36%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그렇다면 영국은 어떨까?  영국도 나름대로 제왕절개 하는 수준이 높다고 뉴스에 나오는 것이 네 명 중 한명 가량이 제왕절개를 한다고 한다.  약 25% 정도가 되나보다.   OECD 국가 평균 제왕절개 비율이 26.9%라고 하니, OECD 평균에 가까운 수치이다.   그 중 분만 중 응급상황 발생으로 인한 제왕절개 시술은 15% 가량이고, 사전에 계획된 제왕절개가 9% 라고 한다.  열명 중 한명 정도만 미리 계획된 제왕절개를 한다는 것 (참고: http://www.bbc.co.uk/news/health-31766715). 

유럽 다른 국가들의 사정은? 

국가들마다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진통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제왕절개를 하는 비중은 사이프러스가 38.8%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도 25%나 된다고 하니, 한국처럼 사전 계획된 제왕절개가 많다.  그러나 그 외 국가들의 경우 매우 낮은 비율로 사전 제왕절개를 실시한다.  핀란드의 경우 6.6% 밖에 되지 않고, 네덜란드 7.7%노르웨이 6.6%라 하니.. 이들 나라에 비하면 영국이 9%,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11%, 북아일랜드 14.6%로 영국은 다소 높은 편이다. 

고령산모가 많으면 제왕절개 비중 높나?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고령산모 증가로 인해 제왕절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들도 고령산모가 많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제왕절개 비율은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스웨덴의 경우 17%.  

한국과 영국의 유도분만의 성공률

한국의 경우, 41주 이상된 여성의 경우 유도분만을 했을 때 별 의료적 개입없이 분만에 성공하는 경우가 51%에 불과하고 나머지 49%는 결국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서 분만을 한다고 한다 (자료: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214933/).  그러나 이것은 41주 이상된 여성들에 대해 유도분만을 한 경우의 실패율에 한정되어 있을 뿐, 그 이전에 유도분만을 한 여성들의 경우는 제외되어 있는 수치이다.  한국에서는 41주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유도분만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 수치는 내 능력으로는 인터넷 서치가 불가능 ㅠ 아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이런 곳에서나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경우에도 유도분만을 했을 때 추가적 시술 없이 분만에 성공하는 경우는 전체 중 2/3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료: https://www.nhs.uk/conditions/pregnancy-and-baby/pages/induction-labour.aspx).  그 외 약 15%는 집게나 흡입컵 등 아기를 끄집어내는 도구를 사용하여 아기를 꺼내게 되고, 나머지 약 22%는 응급 제왕절개 시술을 통해서 분만을 완료하게 된다고 한다.

출산을 앞 두고..

임신과정을 겪으며, 그리고 출산을 앞두고.. 개개인의 임신, 출산 과정은 한명 한명의 경험이 모두 개별적이고, 고유하며, 따라서 타인의 경험과 절대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절대로 본인이 계획하고 의도하고 노력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 것이 임신과 출산 과정의 경험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임신과 출산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 하나의 각기 다른 '여행'과정이며, '인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내 인생과 남에 인생을 어찌 비교하며, 내 인생에 빗대어 남에 인생이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없으며, 내 인생이 이러했으니 네 인생도 그러할 거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것이며, 내 인생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내 노력과 책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수많은 요소도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과연 나는 다음주까지도 아기가 나오지 않아서 결국 유도분만을 하게 될지, 아니면 그 전에 자연진통이 진행될지, 아니면 그 전에 자연진통이 시작되어도 어떤 이유에서든 자연분만이 어려워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제왕절개를 하게 될지, 아니면 나 또한 집게나 흡입기를 이용해서 아기를 빼내게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과정이 어떤 식이 되든 간에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고, 나도 크게 위험한 상황 없이 무난하게 출산 과정을 지나갔으면..하는데.. 이건 정말.. 두고 볼 일이다.


기타 참고자료:

한국 제왕절개 비중: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25/20150325003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