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에 제가 소속되어 있던 학과는 대학본부 건물 근처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외국인 방문객들이 그 근방을 서성이다가 저에게 길을 묻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죄송한데요, 옥스퍼드 대학을 찾고 있는데, 옥스퍼드 대학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그건 아마 그들이 구글맵에서 "University of Oxford"를 검색하면 구글맵이 대학본부의 위치를 알려줘서 지도만 보고 대학본부로 왔다가 보잘것 없는 현대식 건물에 실망하여 도대체 옥스퍼드 대학은 어디에 있는건가 어리둥절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앞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대학이 곧 도시이고, 그 도시가 곧 대학인 곳이다 보니 옥스퍼드 안에서 "옥스퍼드 대학은 어디에 있죠?" 라는 질문은.. 참 대답하기가 난감합니다.
가령,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영국식 일반주택이 늘어서 있는 듯해 보이는 저 곳들이 사실 옥스퍼드 대학 언어학과 등의 몇개 문과 학과들이 소재한 곳입니다.
문 앞에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저게 집인지, 대학 건물인지 알기가 힘들죠. 아래 사진에 보시다시피 저 건물들 가까이 가 보면 학과 간판이 문 옆에 아주 작게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옥스퍼드 대학을 보러 온 관광객이라면 저런 모습의 옥스퍼드 대학을 보러 온 것은 아닐테니, 저 앞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옥스퍼드 대학이 어디에요?" 라고 물으면, "바로 여기가 옥스퍼드 대학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그 관광객은 틀림없이 실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관광객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저도 당황한 나머지,
"음.. 특별히 찾고 있는 칼리지를 찾고 있나요? 아니면 어떤 학과를 찾고 있나요?"
라고 되물었습니다.
"칼리지요? 나는 옥스퍼드 대학을 찾고 있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 그제서야 저는
"만약 사진에 나오는 오래된 칼리지들을 보고싶은 거라면 시내쪽으로 가세요. 일단.. Broad Street 에 가서 그 근처를 둘러보면 오래된 칼리지들이 많이 있어요. 그곳으로 가서 구경하시면 됩니다."
라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저런 관광객을 마주할 때마다 시내로 가서 둘러보면 당신이 찾고 있는 건물들이 눈에 많이 보일 거라고 하며 시내로 가는 길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이런 일은 옥스퍼드 대학의 구조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옥스퍼드 대학의 구조, 칼리지와 학과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볼까 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구조 이해하기
지난 글에 설명했듯이 옥스퍼드는 38개의 칼리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6개의 프라이빗홀이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프라이빗홀'은 특정 종교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 소속되는 칼리지 개념으로, 대표적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교육받는 예수회 신부님들을 위한 "Campion Hall"이라는 홀이 있는데, 그곳은 예수회 신부님이면서 옥스퍼드 학생인 분들을 위한 칼리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홀에는 저같은 일반 학생은 소속이 될 수 없고, 예수회에서 자체 신부들을 위해 설립한 곳이므로 Private Hall 로 구분됩니다.
"미국에서는 칼리지가 단과대학으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고, 한국에서는 전문대학을 칼리지라고 부르는데,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칼리지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요?"
한국분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저도 처음 옥스퍼드를 지원할 때, 칼리지는 도대체 뭔지, 칼리지가 대학원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일단, 모든 옥스퍼드 지원자들은 입학 시 칼리지를 지원하게 되어있고, 입학하게 되면 반드시 어느 칼리지에든 소속이 되고, 칼리지 별로 진행하는 "입학식"에 참석함으로써 "옥스퍼드 대학의 멤버"로 정식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한국식으로 쉽게 설명할 때 제가 주로 쓰는 표현은 "칼리지는..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반'의 개념이라 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공부는 모두 학과에서 하지만, 반에서 생활하고, 반에서 반 친구들과 어울리며 반에서 점심을 먹고.. 그러나 그 반 안에서도 학생들의 전공은 다양해서, 각 학생들이 공부는 자기 과에 가서 하되, 생활은 반에 돌아와서 하는.. 그런 식이죠. 그런 '반'의 개념이 바로 칼리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있어서 칼리지의 위상과 개념은 상당히 다릅니다.
학부생들의 경우, 칼리지별로 성적순위도 차이가 나고, 재정도 상당히 차이나고, 동문구성도 상당히 차이가 있으므로 어떤 칼리지냐에 따라 학생들간의 위계도 좀 있는 편입니다. 특히, 학부생은 칼리지별로 전공에 따른 정원수가 정해져있고, 칼리지에서 칼리지 교수들이 칼리지 학생을 선발하는 형식이라 칼리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 칼리지에서 기거하며 (대부분의 경우) 칼리지 교수들에게 일대일 도제식 교육으로 유명한 튜토리얼을 받기 때문에 칼리지가 학업과 생활 모두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그러나 대학원생의 경우, "연구"를 목적으로 입학하기 때문에 칼리지에서는 입학사정에 있어서 권한이 없고, 각 학과에서 입학사정이 이루어지고, 칼리지에서는 생활과 복지를 담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각 칼리지에는 각 칼리지별로 행정직원들이 따로 있고, 칼지지 내에 기숙사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학생식당도 있습니다. 그러니 옥스퍼드 대학에는 도서관 수가 상당히 많아요. 각 칼리지별로 도서관이 있으니 적어도 38개 (칼리지) + 6개 (Private Hall) + 주제별 도서관 등등 하여 100여개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건.. 참..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시스템인데요. 칼리지 도서관은 대부분 24시간 열람이 가능하고, 기숙사가 있는 칼리지 내에 함께 있어서 이용하기도 편하고, 박사과정의 경우 책을 한번 빌리면 다른 대기자가 없을 경우에는 한학기 내내 그 책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대여기간도 넉넉하고,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구입해주기도 하니 아주 편리하면서도, 본인 칼리지에 없는 책의 경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빌리거나 구해야 해서 또 불편하기도 하지요.
아래 사진이 바로 옥스퍼드 대학의 도서관 지도입니다. 우측에 목록을 보면, 정말.. 길죠? 저게 모두 도서관입니다. --;;;;; PDF 로 직접 보시고 싶으시면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s://www.bodleian.ox.ac.uk/__data/assets/pdf_file/0017/107342/Map_of_Libraries_online_0717.pdf).
바로 이 칼리지 시스템, 학과와 칼리지가 분리되어 있는 시스템, 칼리지와 학과가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는 대학 시스템, 이것이 바로 옥스퍼드에서 "옥스퍼드 대학"을 찾지 말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칼리지"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했는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제가 소속되어 있었던 칼리지의 모습과 기숙사 모습, 칼리지 생활 환경 등에 대해 올려보도록 할게요. 칼리지가 어떤 시스템인지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실 거예요.
그리고, 또 다음에는 옥스퍼드 대학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모두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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