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영국살이의 가장 큰 고충은 날씨이다.
날씨는 너무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해가 없는 날이 많으니 기분도 다운되고 몸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해가 없는 날이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한 날이 대부분이니, 외출마저 어렵고, 외출을 하더라도 기분도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살 때는 겨울에도 화창하게 뜨는 해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봄이나 가을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영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서는 얼마나 그 ‘해’를 당연시 여겼는지, 그 ‘해’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해’를 쫓아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 남으로 남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알게 된다. 스페인을 찾는 외국여행객 중 대다수가 영국과 독일인이다.
영국에서는 많은 옷이 필요치 않다. 계절이 한국처럼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봄은 한국보다 늦게 오고, 여름은 아주 짧으며, 잠시 가을이 왔다가 긴 겨울이 이어진다. 9월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하다가 10월 말이 되면 본격적으로 춥고 어두운 시기가 시작된다. 그러다 이듬해 3월까지는 그냥 ‘겨울’이라 생각해야 한다. 4월이나 되어야 해가 길어지지만 여전히 날씨는 많이 쌀쌀하고, 5월은 들어서야 좀 봄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러다 6월이 되면 더운 날이 가끔 있다가, 7월, 8월까지 화창한 날들이 좀 이어지다 8월 말부터만 해도 벌써 쌀쌀해진다. 그리고 9월이면 가을느낌 물씬~ 그리고 10월이면 다시 겨울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10월에서 3월까지는 겨울외투 한벌이면 끝난다. 그리고 여름도 쌀쌀하고 바람이 잦은 날이 많아 여름옷은 두어벌이면 더 있어봤자 입을 일도 없다. 늦봄과 초가을에는 봄/여름 옷 위에 트렌치코트 한벌 걸치고, 바람막을 스카프 하나면 더 많은 옷이 필요치가 않다. 멋쟁이들이야 여러 옷으로 다양하게 멋을 내겠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겨울외투 한벌, 봄가을 외투 한벌에 영국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겨울이 길어서 겨울에 한국을 다녀오면 영국에서의 겨울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한국에서 화창한 겨울 햇살을 즐기고 온 덕분에 ‘해’에 대한 욕구도 어느정도 충족되고,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영국의 어두운 겨울이 어느 정도 지나버리면서 영국에 돌아오면 남은 겨울이 조금 짧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겨울에 한국에 갔다가 1월 말에 돌아오면 올 겨울은 쉽게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왠걸, 애는 애대로 아프고 날씨는 날씨대로 나쁘다 보니 겨울이 정말 길고 징했다. 2월 말 이후 3월말까지 ‘쨍’한 해가 난 것은 단 하루밖에 없었고, 지난주 한 일주일 날씨가 좋더니 이번주는 다시 한주 내내 비바람이 몰아쳤다.
도대체 비가 얼마나 자주 오길래.. 궁금하다면 다음 그림을 참고하시라.
그림 제목: 2014-2018년 영국의 월별 총 강우일수 (Total number of rain days in the United Kingdom (UK) from 2014 to 2018, by month)
2014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비가 많이 온 달은 한달에 22.3일이나 왔다고 한다. 적게 온 날도, 20일이 넘는 날도 많지만 대부분의 달이 12-18 사이로, 한달에 절반쯤은 비가 온다고 보면 된다. 하루 걸러 하루 비가 오는 셈.
영국에서 특히 날씨가 안 좋은 기간은 계절이 바뀔 때다. 이 때는 날씨도 변덕이 심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감기도 엄청나게 유행한다. 이때는 모두들 몸을 사려야 한다. 휴식도 충분히 취하고, 무리하지 않으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감기에 걸리더라도 악화되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이제 4월이 접어들었으니, 이제는 해가 나는 날이 조금씩 많아지겠지. 그리고 5월, 따뜻하고 꽃도 많이 펴서 화사하고 이쁜 늦봄, 그리고 초 여름이 오리라. 그나마 4월에서 9월이 영국에서는 지낼 만한 기간으로, 이 시기가 영국을 여행하기에도 가장 좋은 기간이다.
이번주 내내 날씨가 안 좋아서 밖에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던터라,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옥스퍼드의 아쉬몰리언 뮤지엄을 다녀왔다. 날씨가 궂은 날에 아이가 편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떠올린 곳이 박물관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데려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몰리언 박물관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에 별도로!). 그리고 유럽은 날씨가 안 좋아서 실내 박물관이 발달했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한번 해 보았다. 어쨌거나 날씨가 안 좋아서 불편하고 힘든 점은 많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 어떻게 하면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지루하지 않게 잘 해 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방법들을 찾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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