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블로그 업데이트가 정말 뜸했죠?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저의 일상 복귀의 스타트를 블로그에 남기는 일기로 시작합니다.
저희는 남편의 차 사고(7월 초) 이후 두 달여간의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에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나 모를 정도로 두 달의 시간이 뭉치째 사라져버린 느낌이거든요.
저희는 차 사고 처리를 해야했고(7월 내내), 신차는 물론 중고차도 귀해진 이 시기에 하필 다시 차를 사느라 밤낮없이 중고차 마켓을 뒤져야 했고, 그 와중에 저는 음식 알러지로 온 몸과 얼굴을 두드러기로 뒤덮여 괴로운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았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손등과 얼굴까지 두드러기가 올라온 상태로 마스크를 끼고 차를 사러 런던까지 다녀왔습니다(7월 말).
차를 사서 이제야 한숨 돌리나 했더니 그러기 무섭게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코비드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열흘간 문을 닫으며(8월 초) 저희는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로 갑작스레 두 아이를 온종일 돌봐야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좀 사고, 아이들 식사 준비도 미리 좀 해뒀을텐데. 갑작스레 맞이한 가정보육은 저희 부부의 몸과 체력을 초토화시켰어요.
어린이집이 다시 문을 열자, 어린 둘째는 바로 감기에 걸려버렸고, 그 감기가 좀 낫나 싶을 때에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에 걸려 감기증상과 장염 증상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8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영국의 공휴일이라 그 날까지 집에서 쉬며 둘째의 상태는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첫째가 갑자기 열이 나네요? 우리 첫째 잭이 열이 난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약 1년 반만에 큰 애가 심한 열이 난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는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현재 옆 집이 집 확장 공사를 하느라 공사 여파를 좀 받고 있습니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하루종일 공기 중에 톱밥이 날려서 창문을 열 수가 없어요. 게다가 빌더(공사일을 하시는 분들을 builder라고 지칭합니다) 아저씨들이 시시때때로 집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것도 조금 불편합니다.
영국의 날씨는 어느새 겨울같은 느낌이에요. 날짜로 보자면 가을이지만, 아침 저녁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스산함은 영락없는 겨울 날씨. 지난 겨울 내내 아이들이 잘 입고 다닌 경량 패딩 점퍼를 어린이집에 보냈으니, 어느 정도 날씨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영국에서는 9월부터 4월까지는 내내 가벼운 겨울 외투 한벌로 나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한국처럼 춥지는 않지만, 약한 겨울이 길게 지속되죠.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어요. 어린이집이 코비드 케이스로 문을 닫은 기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은 다시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둘째가 울면서 가더니, 시간이 지나자 첫째 잭이 다시 매일 울면서(혹은 우는 시늉을 하며)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떼를 씁니다. 오늘도 마찬가지.
다만, 최근까지도, 아니 어제까지도 아이들이 자다가 울고 불고 하는 바람에(첫째는 쉬 마려워서, 둘째는 밤중 똥....ㅠㅠㅠㅠ) 저희 부부는 아직도 밤에 자다 깨기를 여러번 반복 중이에요. 그 결과는? 그렇잖아도 저질 체력인데 더더욱 체력이 저하되고, 그로인해 정신 에너지까지 고갈되는 중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바로 달리기로 살고 있습니다. 틴틴이 차 사고로 인한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후 저희는 건강을 위해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며칠 달리기를 하며 건강을 회복해가기 무섭게 아이들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는데, 그 얼마간 달리기를 했다고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그 기간 동안 혹독한 육아 시간을 버티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그리하여 저와 틴틴은 어린이집이 문을 다시 연 이후부터 며칠간 산책으로 에너지를 회복한 후 다시금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저 20분 가량, 3킬로 정도를 함께 달리는 정도예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달리고 있습니다. 딱 정해놓고 달리는 건 아니고, 아이들 때문에 잠을 너무 설쳐서 피곤한 날은 산책을 하고, 그나마 에너지가 좀 있다 싶으면 달리러 나가요. 아이들의 에너지를 당해내기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달리기를 통한 체력 비축, 아니, 아마도 체력 저하 속도를 최대한 완화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얼마전 남편과 이런 저런 돈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요즘 저희 둘의 화두는 돈이에요. 지금은 아이들 어린이집 비용 때문에 적자폭이 크지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벌어서는 한국으로 온 가족 휴가 한번 다녀오기 빠듯하다는 계산에 이르자 머릿속이 온통 "돈"으로 가득차버렸어요.
돈, 돈,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이 중요한 말을 건넸습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그래도 제일 중요해. 건강도 재산이잖아?!"
"맞아. 그런데, 어쩜 우린 그 재산마저 이리 빈약한 거야?! 푸하하"
그러고 둘이 웃었습니다.
뭣이 됐든 건강이 최고예요. 그리하여 저와 틴틴은 오늘도 2.8킬로, 딱 20분간 달렸습니다.
저도 틴틴에게 이야기했어요.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지만, 우리에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게 있어!"
"뭐?"
"우리 잭. 그리고 뚱이. 그리고 내 옆에 있는 틴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 이쁜 자식이 우린 더블로 있네! 얼마나 부자야!"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틴틴,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스무살이 되었을 때도 우리가 건강한 거야. 우리 건강 잘 챙기는 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좋은 일인 것 같아."
"맞아. 달리기, 산책, 이런 건 여가가 아니야. 약이야, 약. 살기 위해 꼭 챙겨먹어야 하는 약."
예기치 않은 사고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틴틴은 많이 다치지 않았고(하지만 아직도 어깨가 아프대요ㅠ), 차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클릭 몇 번으로 돈을 빌려준 은행, 고마워요. 잘 갚아나갈게요),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나누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래서 삶은 모든 게 배움인가 봅니다.
사실 그간 블로그를 계속 해야 하나, 닫아야 하나, 업데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열어둬야 하나 고민을 좀 했어요. 그 이유는, 주로 아이들과의 일상에 대한 글을 많이 올렸는데 이제 아이들이 좀 자라다 보니 아이들 사생활 문제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어요.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는데 열어두면 뭐하나 생각하며 이 참에 그냥 닫아버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가끔 제 블로그 글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고,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혹시 모를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계속 열어둬야 하나 고민을 했지요.
그러다 오늘 내린 결론은 계속 블로그를 써야겠다. 내 생각과 일상을 계속 기록해나가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왜냐?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고서는 제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더라구요. 하하하하. 이미 몇년의 시간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며 제 생각과 생활을 기록해와서인지, 블로그를 쓰지 않는 것은 마치 밥을 먹지 않고 빵만 먹는 것 같은 느낌? 먹긴 먹었는데 마음이 허전한 느낌? 배는 부른데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픈 느낌? 그런 느낌이더라구요.
그리하여, 앞으로도 블로그를 열심히 써야겠다, 동기부여를 위해 광고도 다시 달아야겠다(최소한으로라도..)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다시 다는 것은 다시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이라(어떻게 달았는지 다 까먹었어요. ㅠ 광고 비활성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글 에드센스 자격 자체도 박탈됐구요)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글을 좀 더 자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제 이야기에 관심가져주시는 분들께 오늘도 감사인사를 전하며, 저는 이만 사라집니다. 총총...(옛날 사람 인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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