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킴 닐슨의 "장애의 역사"(김승섭 번역)를 읽었습니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4. 08:17

 

얼마전 바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장애의 역사.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장애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제가 장애에 대해 배우기 위해 추천해줄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책을 추천해줬어요.  당시 이 책은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출판되었거든요.

"장애의 역사"라는 제목을 보고 너무 무겁고 어려운 책이면 어쩌려나 걱정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책은 미국의 장애사에 한정된 책이었고, 그러면서도 역사학자가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여러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화형식으로 제시하며 분석하고 있어서 이야기책처럼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어요. 

이 책의 특징은 미국의 토착민 시기부터 유럽이 식민지화한 시기, 미국이 독립전쟁을 거치며 독립한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기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장애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장애"라는 요소가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다르게 개념화되고, 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제시하면서 동시에 장애가 젠더와 교차하게 되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났는지, 인종과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경제력, 교육수준, 장애 종류에 따라 어떻게 다루어지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종국에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장애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 어떻게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제시해줍니다. 

이 '교차점'이라는 것이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저도 몇 해 전 학교 세미나 시간에 이런 교차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처음 접하게 된 부분이었는데요.  가령, 우리가 흔히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도 '인종' 하나로 그들을 묶지만 그 안에서도 '여성 흑인'과 '남성 흑인'이 겪는 차별이 다른 거죠.  인종과 계급의 교차점이라면, 흑인이지만 고소득전문직 흑인과, 저소득 블루칼라 흑인은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장애의 역사' 책에서는 이 여러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들이 어떻게 서로 교차하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내는지 끊임없이 보여줘요.  교차점의 향연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성 장애인과 여성 장애인이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었는지, 흑인 장애인과 백인 장애인의 삶이 어떻게 달랐는지, 장애를 입게 된 원인에 따라 전쟁 참여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퇴역군인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 간의 차이, 노예출신이자 흑인으로 차별받던 이가 전쟁 참여로 흑인 퇴역군인 장애인이 되었을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백인 여성 장애인이나 백인 남성 장애인과 어떻게 구분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께서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미국에 들어가면서 각종 전염병이 토착민 사이에 퍼지면서 토착민 공동체가 초토화되던 시기를 읽다 보면 코비드19로 현재 전세계가 영향받고 있는 모습이 겹쳐집니다.  또, 유럽정착민들이 노예 거래를 하면서 생기는 일들... 처참한 현실을 정말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런 역사를 딛고 결국 인종차별을 법적으로라도 금지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로 발전해나간 것은 놀랍습니다.  그 과정 중에 여러 사람들이 연대하고 서로의 인원에 관심을 갖고 운동에 힘을 실어준 과정은 감동이구요. 

도대체 장애는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왜 생겨났으며, 무엇이 장애인지, 언제부터 그것을 장애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장애가 있다 함은 그 개인과 가족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언제부터야 우리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 이 책을 읽어보세요.  길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번역하신 김승섭 교수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고 페북 스타셔서 성함만 알고, 그 분께서 올리시는 유용한 피드들만 본 적이 있는데, 번역이 매우 매끄러워요.  게다가 저자 킴 닐슨 교수님은 미국에서 교편을 잡으시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장애학을 가르치신다는데, 이 분께서 서두와 에필로그에 남기신 개인적인 이야기도 감동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터라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읽어보세요.  좋은 책이에요!

좀 더 상세한 북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제가 다른 곳에 공유한 북리뷰를 읽어보셔도 좋습니다(링크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