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부동산 및 집구하기

서울보다 저렴한 런던의 집값. 그런데 왜 난 런던이 더 비싸게 느껴질까?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8. 00:00

요즘 저희 가족이 런던 출퇴근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정보를 찾던 중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부동산을 보면 볼수록 느끼는 것이 런던 집값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서울의 집값이 최근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한국의 경제규모와 성장속도를 생각할 때 적어도 서울에 한해서는 아직 오를 여지가 더 남은 것 같다는 결론이기도 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영국에 오래 사셨던 분들 중 서울에 비하면 런던 집값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른 이들이 느끼는 것이 다른 이유가 뭘까 하구요.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런던과 서울 집값은 어떻게 다른지, 남들은 서울이 더 비싸다고 하는데 나는 왜 런던이 더 비싸게만 느껴지는지 말이죠. 

 

런던 평균 집값과 서울 평균 집값 비교

 

먼저 런던의 평균 집값과 서울 평균 집값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런던:  2021년 12월 507,230 파운드(약 8억 2,300만원) 

자료 링크: 클릭

2019년 6월 평균 가격이 466,824파운드였던 것을 생각하면 2년간 팬데믹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약 8%가 올랐습니다. 

서울: 2021년 11월 9억 185만원

자료 링크: 클릭.

 

서울 평균 집값 9억원 넘었지만…'가격 떨어진다' 하락 전망 우세

서울 주택 가격이 11월 들어 대출 규제선인 ‘9억 원’을 돌파했다. 8억 원대를 넘어선 지 9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가까운 시일 내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고

www.sedaily.com

 

대박.  그랬습니다.  2021년 12월 집값으로만 보자면 런던이 더 싸고, 서울이 더 비쌉니다. 

 

런던의 집값 상승 추세

 

영국 전체는 최근 5년간 집값이 19.96% 상승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국 부동산 연간 상승률이 11.5%였는데, 런던의 경우 2021년 9월의 경우 집값이 오히려 2.9% 하락했다고 합니다. 

코비드로 인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런던에서는 외곽으로 이사나간 인구가 런던으로 새로 집을 사서 이사들어온 인구보다 훨씬 많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여파가 부동산 가격에도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떨어지긴 하네요.

연간 부동산 상승률을 보면, 영국은 2021년에는 팬데믹 이후 부동산 시작이 회복하며 자그마치 전년대비 12.85%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상승을 3회 하고, 이후 Brexit이 실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성장이 주춤한 이후 계속해서 상승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한 해 부동산 가격 12.85% 상승에 뉴스가 떠들썩하고 모든 사람이 집값이 미쳤다고 정부를 비난할텐데, 영국은 그런 게 없습니다.  그래.. 또 올랐구나.. 이만큼 올랐구나.. 많이 올랐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에요. 

이미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아서 런던에 집 사기가 어려워진 게 한국에 비해 더 오래된 문제이다 보니 무뎌진 느낌이랄까요. 

영국 평균 집값 상승 추이

자료 출처: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751619/house-price-change-uk/

 

한국의 집값 인상률 추이: 런던에 비해 완만함

한국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도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에서 2013년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네요!  집값이 내려간 시기가 있었군요.  2014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서 2015년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 연간 4.% 상승.  2016년 1.3%, 2017년 2.4%, 2018년 3.3%, 2019년에는 다시 0.5%로 낮아졌다가 2020년 6.5%로 상승률이 올랐네요.   

한국 부동산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고, 뉴스를 보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런던 평균 집값이 코비드로 인해 상승률이 완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지난 2년간 약 8%가 상승했는데, 그것에 비교하면 서울의 집값 상승은 완만해보입니다.  지난 2년 상승률이 약 4%였으니까요. 

자료 출처: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240

 

어쨌거나, 한국에 비해 영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가파른 상승을 계속해서 이어왔네요.  그러나 여전히 런던의 평균 집값은 서울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평균 집값이 런던보다 더 비싼데도, 런던이 더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

 

실제로는 서울 집값이 더 비싼데도 저는 왜 런던을 더 비싸게 느꼈던 것일까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제가 서울을 떠날 때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는 많이 낮다 보니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실감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런던에서 계속된 집값 인상은 십수년 전부터 영국에서 살며 반복적으로 뉴스와 실생활에서 느끼다 보니 런던 집값이 더 무섭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처음 영국에 오면서 학비를 내느라 환전을 했을 때의 환율은 1파운드에 1867원이었어요.   당시의 환율을 적용하면 런던의 현재 평균 집값이 서울보다 살짝 더 올라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런던 집값을 더 비싸게 느낀 건 흥미롭군요. 저는 왜 런던이 더 비싸고 느끼는 것일까요? 

아마 서울에 집이 없고 당장 서울에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남에 집 불보다 내 눈앞에 불이 더 크고 위험해 보일테니까요. 

그 외에 또 다른 이유들은 뭐가 있을까요?  여러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런던이 렌트비가 비싸기 때문일까? 

 

서울도 전세가가 많이 올랐지만 집을 사지 않고도 집에 살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런던의 경우 집을 소유하거나, 월세로 살거나 둘 중 하나이다 보니 9억이 넘는 집값을 대출을 통해서라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거나, 아니면 매달 월세를 내야 합니다. 

런던의 렌트는 얼마나 할까요? 

 

런던의 비싼 렌트비: 2019년 월 평균 400만원, 2021년 308만원

런던의 2021년 11월 평균 렌트비는 1,895파운드였다고 합니다.  한화로 약 308만원입니다.  높은가요?  싼가요?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이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300만원 정도라 생각하면, 그래, 런던인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코비드로 인해 렌트비가 내려가서 이 정도입니다.  그리고 최근 코비드 여파가 약해지면서 렌트비가 빠르게 코비드 이전의 시세를 회복하고 있다고 해요. 

이전의 시세라 함은 얼마일까요?  코비드로 인한 렌트비 하락 이전인 2019년에는 런던의 평균 렌트비가 2,466파운드였습니다.  평균 월세가 월 400만원이었다는 말입니다(자료 기사).  

코비드 이후 런던의 평균 월세는 내려갔지만 그 와중에도 Greater London의 킹스턴 어폰 테임즈의 경우는 오히려 렌트가 2020년 이후 20.1% 올랐습니다.  런던 시내 캠든 같은 곳은 19% 가량 렌트가 떨어졌다고 합니다(기사 링크).  한국 같았으면 한 해 전세가 혹은 월세가 20% 올랐다면 전국이 뒤집어졌을텐데..  영국은 조용합니다. ㅠㅠ

영국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도 집단적으로 분노하는 편이 없습니다.  이게 좋게 보면 이 사회의 안정성이지만, 나쁘게 보면 이미 고착화된 계층사회의 씁쓸한 일면이기도 합니다.  아우성해봤자 뭐하나.. 하는 느낌? 특히, 런던은 영국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런던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는 곳인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니, 런던은 런던이니까.. 하는 정서가 깔려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런던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월세를 감당할까요?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이렇게 월세를 낼 수 있는 걸까요?  

런던에 고소득자가 집중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경제의 상당부분이 런던과 그 인근 지역에 포진해있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고소득이냐?  그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런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 수준의 월세는 부담이 될 거예요.  런던에 사는 사람들은 소득의 거의 40%를 월세로 낸다고 하거든요(자료 기사). 

자기 소득의 40%를 렌트로 낸다... 그럼 이들은 언제 저축해서 어떻게 집을 살까요?  런던에 사는 이들에게도 유산이나 재산 증여없이는 자기 능력만으로 집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코비드로 인해 재택근무 장기화로 런던 안에서 비싼 렌트를 내고 살던 이들이 런던 외곽으로 많이들 이사를 나갔는데, 이제 코비드로 인한 규제가 확진자 1주일 격리 외에는 모두 풀린 상태인데다, 많은 사무직들이 회사로 복귀함에 따라 런던 렌트는 다시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렌트는 저희같은 일반 가족에게는 정말 힘든 것입니다.  매달 소득의 저 많은 부분을 렌트로 내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저축을 하나도 못 합니다.  생활도 겨우 할 것입니다.  남편이 런던으로 이직하면서 연봉 인상이 없었다면 저희는 저 평균 렌트를 내고, 전기가스비, 주민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남편의 런던 내 차비 정도???  그 정도 밖에 남지 않고, 식비를 구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니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서울 평균보다 오히려 낮은 집값에도 저는 런던 집값이 서울보다 더 비싸다고 느껴질까요?

 

혹시 같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런던의 집이 더 작아서일까? 

자료를 찾아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런던의 주택은 1제곱미터당 평균 가격이 6700파운드라고 하는데(자료 링크), 한국돈으로 약 1080만원으로 서울 주택의 1제곱미터 평균 가격인 1276만원보다 약간 저렴합니다(자료 링크).  그러니, 평균만으로 보면 같은 돈으로 런던에서 더 큰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택 가격의 편차가 커서일까? 

런던 평균 집값이 더 싸지만 더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를 파악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평균"의 오해입니다. 

평균값은 그야말로 평균일 뿐.  그 값이 어떤 분포를 통해 이루어진 평균인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같은 평균값이라도 중간값 근처에 밀집도가 높은 분포가 있을 것이고, 최상위와 최하위가 가장 두터운 분포도 있을 것입니다.  둘은 질적으로 매우 다르지만, 평균은 동일할 수 있죠. 

런던의 부의 분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전문적 보고서를 찾아보실 수 있으시겠지만(예시 링크) 저의 블로그는 런던이나 영국의 부의 분포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왜 제가 런던 집값을 더 비싸게 느끼는지 스스로 납득하기 위한 이유들을 탐색하는 과정이므로 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캐주얼하게 적는 글임을 밝힙니다.

런던의 집들을 보다 보면 엄청난 가격의 집들이 대수롭잖게 부동산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300억짜리 아파트?  한국에서는 억소리 나게 하는 가격이지만, 런던 시내에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받고 블로그에 글을 적은 적이 있지요. 

예전글: 2021.09.20 - [영국에서 먹고 살기/영국 생활정보] - [영국부동산] 영국 런던의 방 3개, 300억 아파트 클래쓰!

 

[영국부동산] 영국 런던의 방 3개, 300억 아파트 클래쓰!

요즘 제가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부동산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립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영국 부동산 사이트에서 보게 된 자그마치 300억이나 하는 런던의 한 아파트 이야기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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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의 편차는 쉽게 찾기가 힘들어서 더이상 자세히 파지 못하고 일단 넘어가야겠습니다. 

런던 내 지역 편차가 크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런던 아무 지역에나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교통도 좋으면서, 안전하고, 공립 학교도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요.  그러면서 집값도 적당한 곳!

그런 곳은 어디일까요?

없습니다!!

서울도 그렇겠지만 런던에서도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고, 그 지역의 집값은 하나같이 비싸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평균 집값은 비록 서울보다 낮지만, 막상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가족들과 함께 살기에 안전하면서 주변 환경이 괜찮고 학교도 적당히 괜찮은 곳들은 아무리 안 줘도 영국 돈으로 75만 파운드(12억원 가량)는 줘야 방 3개 짜리 집을 구할 수 있거든요. 

그 돈이 안 될 경우, 런던에서 외곽으로 나가야 합니다.  용인 정도로 가야 하는 거죠.  외곽으로 나가면 75만 파운드면 방 3개짜리 집을 적당히 살 수 있습니다.  단, 런던 시내로 출퇴근하는 시간은 용인-서울 출퇴근 시간처럼 1시간 이상이 들고, 차비가 왕복에 하루 2-3만원쯤 들 수 있습니다.  용인도 이제는 워낙 비싸져서 집을 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런던에는 왜 가족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따로 있을까요?  

그 이유가 저는 혹시 런던의 빈부차가 더 크기 때문일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는 지역에 빈부차가 크다는 것은 만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런던과 서울의 빈부차를 찾아보았습니다.  딱 런던과 서울의 빈부차에 대한 비교 자료는 찾기 힘들어서 한국과 영국의 빈부차를 보여주는 표를 가져왔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의 빈부차가 많이 높아져서 이제 영국 바로 다음이 한국이네요(자료출처).

그러나 영국에서의 빈부차는 한국에서의 빈부차와 느낌이 다릅니다.  

위의 표로만 보면 한국보다 빈부차가 좀 더 높은가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영국은 세계에서 빌리어네어, 그러니까 10억장자가 한국보다 더 많습니다.  인구도 한국보다 더 많긴 하지만(영국 인구 6800만명 가량), 10억 장자 수는 한국 3 배가 좀 안 되네요. 

자료 출처: https://www.vingle.net/posts/3817966

런던의 좋은 공립 학교 학군 때문일까? 

런던에서 그나마 '좋은 동네'라고 하는 곳은 집값이 당연히 비싸요.  적어도 15-16억은 줘야 방 3개짜리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최소 15-16억이고, 예산이 그 이상은 되어야 집을 골라갈 수 있습니다. 

서울도 그렇겠지요.  얼마전 일산에 아파트도 이십몇억에 거래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으니, 서울에서도 15-16억에 집을 살 수 있는 곳은 어쩌면 한정적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좋은 동네'에 산다는 것은 다른 사항들이 따라갑니다.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어야 해요.  그게 계층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국은 계급사회입니다.  아직도 이 나라 사람들은 워킹 클라스, 미들 클라스, 어퍼 미들 클라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계급은 단순히 소득 수준으로 나뉘지 아닙니다. 여러 다른 조건들이 수반됩니다. 가령, 사립학교 교육도 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십수억, 수십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사립에 보냅니다.  이는 곧, 같은 동네의 공립학교는 공부 잘 하고 잘 사는 집 아이들은 많이 빠져나가고 그 외의 아이들이 대부분 진학한다는 거죠.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하는 것은 단지 학교 종류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알게 된 것이 사립학교는 학기 중에 수업 시간이 공립보다 1시간 더 길고, 대신 연중 방학 기간이 2주가 더 길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일반 공립학교들은 연간 38주 수업, 14주가 방학인데, 사립의 경우 연간 16주가 방학이 됩니다. 

영국의 사립학교는 서울의 일반적인 사립학교보다 훨씬 비쌉니다.  그 비싼 사립 교육을 만 4세부터 만 17세까지 이어간다는 거죠.  또,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가 둘 혹은 그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을 모두 사립교육을 시킨다고 생각하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듭니다.  1년에 적으며 5천만원, 많으면 7천만원이 들고, 아이가 둘이면 1년에 1억, 정규 교육 기간이 총 14년인 영국에서 총 14억의 돈이 듭니다.  

게다가, 연간 16주의 방학 동안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돌볼까요?  영국은 한국처럼 학원이 곳곳에 있어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아요.  아이들을 직접 돌보거나, 돌봐줄 사람을 직접 고용해야 하거나, 고가의 방학 캠프에 보내야 하거나(한국식으로 치면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행되는 각종 교육/스포츠 프로그램) 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명의 자녀를 사립학교 교육을 시키는 가정을 보면, 장학금을 받거나 기타 특출난 재능으로 학교에 뽑혀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의 소득이 높거나, 소득을 창출해주는 자산이 많은 경우가 참 많습니다.  부부가 모두 전문직으로 고소득 직종에 일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오랫동안 살던 학교 기숙사 바로 옆에 좋은 사립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있었어요.  그 중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오는 부모들을 보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차가 BMW 의 SUV차량이나 포르쉐 SUV차량, 혹은 랜드로버 SUV차량들이었습니다.  고급차량들을 동네 소나타 보듯이 보곤 하던 시절입니다.  

부모들은 차에서 내려 자녀 둘, 셋을 학교에 보내던 모습.  제겐 걸어다니는 $$$$$ 같아 보였던 장면들. 

사실 사립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비중은 전국적으로 보면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라고 하는데, 사립학교는 어쩜 동네마다 곳곳에 포진해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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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1 - [영국에서 먹고 살기/일상생활] - 이사를 고민하며 알게 된 영국 중등교육의 현실

 

이사를 고민하며 알게 된 영국 중등교육의 현실

이번에 런던 주변으로 이사를 갈까 하며 온갖 온라인 정보를 뒤지며 알게 된 것이 영국인들의 교육열도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런던으로 남편 이직 반경을 넓힌 것은 어차피 이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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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말고 좋은 공립은 없냐?  그렇지 않습니다.  곳곳에 좋은 공립 학교들도 제법 있습니다.  특히, 런던과 인근 지역에는 잉글랜드 전체 지역에서 제일 성적이 좋은 공립학교가 모두 밀집해있습니다.

문제는 공립 중학교가 괜찮은 지역이 한정되어 있는데, 그 지역의 집값이 하나같이 비싸다는 겁니다.  다들 비싼 집값에도 불구하고 좋은 공립 중고등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킬 경우 사립학교 학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하거든요.  맹모만 삼천지교를 하지 않습니다.  영국에, 특히 런던 주변에서는 많은 가족들이 자녀 진학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고 실제로 감행합니다. 

제가 집을 찾는 곳들은 좋은 공립학교들이 있는 몇 군데 지역이고, 그러다 보니 제가 런던 집값을 비싸게 인식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런던의 모든 곳을 뒤져보진 않았으니까요. 

런던의 높은 범죄율

왜 저는 공립학교가 좋은 지역만 봤을까요?  단지 학교 때문만은 아닙니다.  비교적 가족들이 살기에 안전한 지역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 지역들은 좋은 공립학교가 있는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런던에도 집값이 그나마 저렴한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집값이 싼 동네에 무작정 들어가서 살 수 없습니다.  서울에 비해 런던의 범죄율은 훨씬 높고, 저희 같은 체구 작은 아시안은 특히 아시안 여자의 경우 더 쉽게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서울은 굉장히 안전한 도시입니다.  범죄 지표(crime index)가 25.77, 안전 지표(Safety Index)가 74.23이라고 나오네요.  그 아래 목록을 보시면 왠만한 범죄들이 모두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런던을 한번 볼까요?  범죄 지표는 53.22, 안전 지표는 46.78.  즉, 서울에 비해 범죄는 훨씬 높고, 안전도도 떨어집니다.  아래 여러 범죄 종류들을 보면, 범죄 수준 자체가 높고, 지난 3년간 범죄 증가율도 높네요.  서울은 왠만한 범죄들이 20 점대인데, 런던은 대부분 50점대예요. ㅠㅠ

 

자료 출처: https://www.numbeo.com/crime/in/London

 

Crime in London

Information about crime in London, United Kingdom. Shows how much people think the problem in their community are property crimes (home broken, car theft, etc.), violent crimes (being mugged or robbed, being attacked or insulted), corruption and other crim

www.numbeo.com

 

런던이 이렇게 범죄가 많은 곳인지 저도 이번에야 알게 됐어요.

동네마다 범죄의 수준이 다른데, 구글에서 자기가 사는 동네의 crime map을 검색하면 지역 내 어떤 종류의 범죄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경찰에서 올려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제가 현재 사는 동네는 근처 범죄라는 게 기껏해서 "반사회적 행동"이 많은데, 런던을 찾아보니 도둑은 당연히 많고, 강간도 많고, 마약 관련도 많고, 살인도 많고.. 흉악한 범죄가 훨씬 더 많아서 충격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안전한 동네를 찾게 되는데, 그런 지역은 하나같이 비쌉니다.  그렇다고 범죄가 적냐, 그것도 아닙니다.

런던 출신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친구가 졸업한 학교가 런던에서 제일 좋은 공립학교 중 하나인데, 자기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학생 중 절반은 마리화나를 폈다느니, ㅠㅠ 자기가 살던 동네도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서 현지인이 나가고 부자 외지인들이 집을 사서 들어왔는데 자기 집 빼고 모두 도둑이 들었다느니, 자기 집 앞 무료주차 공간에 누군가가 테슬라를 주차하고 갔는데, 잠시 후 자기 엄마가 창 밖으로 보니 그 차 유리를 누가 깨놨다느니.. ㅠㅠ 길 가는데 손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누가 그대로 훔쳐 달아났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런던이 무서워졌어요. ㅠ

집값 저렴한 동네는 저희가 살기에..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공주택이 많아지면 런던 집값이 내려갈까?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서울 전체 주택 중 8%에 불과합니다. 최근 한 기사를 보니(참고기사 링크), 서울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이 20%까지 오른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꼭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로 런던이 2020년 공공임대주택이 20%나 되거든요. 2013년 23%에서 다소 감소한 비중이지만, 안정적으로 20-23% 사이를 유지해왔습니다(참고자료 링크). 

그러나 그 기간은 런던 부동산이 매우 높게 오른 기간이기도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목적이 집값을 잡는 것은 아니며, 그걸 통해 집값을 반드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코비드로 인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런던 시내에 거주하던 인구들이 외곽으로 빠지면서 수요 감소와 더불어 경제 불황으로 집값이 다소 주춤했지, 공공임대주택 비중 자체만으로 집값이 잡아지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런던의 부자들은 다 뭘 해서 돈을 벌까?

도대체 이런 런던에서 누가 집을 살 수 있는 걸까요?  참 놀랍습니다. 

도대체 런던에 사는 이들은 어떻게 저런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런던에서 수십억짜리 집에 살 수 있는 이들..  한국에서도 이제 많은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진지 좀 되었지만, 런던도 마찬가지입니다.  더하면 더하지 절대 덜해보이지 않습니다. 

2019년의 가디언 기사를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네요.  영국에서 연봉 8만 파운드(약 1억 3천만원)를 받는다면 영국 내 상위 5% 소득자라 할 수 있지만, 부에 대한 부분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  부자들은 아예 일을 하지 않고, 그들의 부 또한 전세계에 분산되어 있다고 하네요.  아예 다른 삶이죠?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politics/2019/nov/22/factcheck-earning-80000-or-more-top-5-of-uk-earners-labour

 

Does earning £80,000 or more put you in top 5% of UK earners?

Labour’s claim was challenged by an audience member on Question Time

www.theguardian.com

 


글의 질문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내려보자면,

일단,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아서 서울 집값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는 것 같고,

서울에 비해 높은 범죄율과 아시안 가족으로서의 위축감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좋은 동네에서만 집을 찾으려다 보니 런던 집값이 유독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집을 사지 않고 월세를 내고 살 때의 월세 수준이 살인적인 것도 한몫 하구요.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이야기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영국의 십억장자들을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이 영국 최고 부호 10인 중 외국인이 7명이라는 사실입니다!!  영국 출신은 단 3명 뿐이라고 하네요. 

코비드 이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다죠?  그 중 코비드 이후 영국 최고의 부호로 꼽힌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레오나르드 블라바트니크(Sir Leonard Blavatnik)입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현재는 영국과 미국 공동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블라바트니크 경이 누군고 하니 옥스퍼드 대학에 큰 기부금을 내면서 옥스퍼드 공공정책대학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한 사람입니다.  그리하여 옥스퍼드 대학의 공공정책대학원은 그의 이름을 따서 Blavatnik School of Government 라고 이름지어졌습니다.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저와 같은 과에 있던 러시아 친구가 그렇게 욕을 했어요.  옥스퍼드가 더러운 돈을 받을지 몰랐다, 학교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등등.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관련 기사(링크 클릭)를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Should Oxford and the V&A take millions from Ukranian-born billionaire Len Blavatnik?

Fallout from resignation of Oxford professor at school bearing tycoon’s name latest in which business background has been raised

www.theguardian.com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