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입니다.
지난 보름간은 아이를 데리고 나름 외부활동을 많이 한 주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다녀온 곳을 시간 나는대로 하나씩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토들러 그룹’으로, 아기/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모이는 모임입니다.
저희는 그간 외출이 정말 적은 편이었어요. 평소 잭이 워낙 대변이 잦은 편이라 밖에서 응가를 가는 번거로움 때문에 외출이 그리 자유롭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아직 운전을 못 하다 보니 어디를 가려면 버스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걸어서 한참 나가야 하다 보니 날씨 제약에, 제 체력도 어느 정도 되어야 외출을 할 수 있다 보니 저와 잭은.. 외출이라 해봤자 집 근처 마트를 잠시 다녀오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저희가 최근 2주간은 잭을 데리고 상당히 적극적인 (?) 외부활동을 펼쳤습니다. 잭이 11개월이 넘어가며 외부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히 증가하고, 저는 저대로 집에서 혼자서만 아이를 보는 것에 지친데다가,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밖으로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간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도장깨기’하는 심정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 수요일 오전에 다녀온 초등학교 토들러 그룹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저희 집 바로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리 좋은 초등학교가 아니었으나 최근 들어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학교예요.
영국은 해마다 학교 평가를 해서 학교 등급을 모두 공개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정보를 알 수 있어요. 특히 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을 검색해보게 되면 그 인근에 초/중등 학교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각 학교의 평가등급이 뭔지, 학생 정원, 현재 대기자 여부 등에 대한 정보가 함께 나옵니다.
어쨌든 그 초등학교에서 ‘토들러 그룹’을 운영하고 있어요. 매주 수요일 9.30-11.30 사이에 있습니다.
베이비/토들러 그룹이란?
‘토들러 (toddler)’ 라 하면 만 1세 이후의 아장아장 스스로 걸을 줄 아는 아기들을 의미하므로 2-3세 아기들을 일컫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베이비 그룹의 경우 좀 더 어린 아기들을 포함하는 그룹인데, 베이비 그룹이든 토들러 그룹이든 이름붙이기 나름일 뿐, 대부분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입니다.
한국의 경우 조리원 동기라든지, 산전교육 동기라든지, 이렇게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아기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영국의 경우 그렇지 않고 동네 교회나 지역센터 등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토들러 그룹 또는 베이비 그룹에 사람들이 나가서 잘 모르는 사람들고 그곳에서 사귀고 어울리게 됩니다. 아이가 여럿인 엄마들의 경우 보통 엄마들이 큰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그 때부터 토들러 그룹에 가서 다른 아이/엄마들과 어울리다가 집에 가서 아이 점심을 먹이고 낮잠도 재운 후, 학교 끝나는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영국 초등학교의 토들러 그룹 소개
저희가 사는 지역 아빙던은 이런 식의 아기 모임이 상당히 많아서 어디를 가야할지 결정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어린 아기를 가진 가족들이 엄청 많이 사는 동네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는 일단 집에서 가까워서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로 가기 좋은 곳으로만 두어군데를 가 본 적이 있고, 이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모임에는 지난주 수요일에 처음 방문해봤습니다. 저희와 같은 골목에 사는 터키출신 엄마인 비르굴이 항상 이 모임을 나간다고 해서, 그래도 아는 사람 하나라도 있으면 덜 어색하지 않을까 싶어서 여길 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토들러 그룹은 바로 학교 안 작은 건물에서 모이고 있었어요.
이 건물로 학교 리셉션을 통하지 않고 갈 수 있는 옆길이 있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학교 리셉션에 가서 리셉션 직원의 안내를 받고 이 건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직원이 아주 친절해서 좋았어요.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실내공간은 이렇게 좀 큰 교실 같은 공간이었어요.
이날은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도 내렸던터라 모두 실내에 앉아서 아이들을 돌보며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아래의 공간은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주방입니다.
제가 간 날은 6명 가량의 다른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있었어요. 예전에는 모임의 규모가 상당히 컸는데, 요즘 들어 참여자가 확 줄었다고 해요. 벽면 게시판에는 각종 안전수칙 등에 대한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었어요.
부엌 옆에는 아이들의 간식메뉴로 추정되는 메뉴도 적혀있었는데, 아마도 이 공간에서는 방과후 돌봄교실도 열리는 것 같았어요.
메뉴도 정말.. 영국스럽습니다.
월요일에는 영국식 팬케잌인 크럼핏, 화요일은 크로와상, 수요일은 thins and ham, 목요일은 베이글과 잼, 금요일은 빈스 온 토스트.. 토스트에 baked beans 를 올려주는 것이네요. 잭도 어린이집 가거나 방과후 돌봄교실을 가게 되면 이런 간식을 먹게 되는 건가요.. 하루이틀은 몰라도 저는 매일 이렇게 먹기는 힘들 거 같아요. ㅠ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의 간식시간이었어요. 이날 간식으로 나온 것은? 브레드스틱과 건포도.
저희 잭은 이날 처음으로 브레드스틱을 먹어보았고, 건포도는 아직 목에 걸릴 것 같아 주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은 후 엄마들이 비누거품을 만들어주며 함께 놀았습니다. 거품이 둥둥 떠다니자 아이들은 꺄르르 소리를 지르며 거품을 잡으려고 점프하고 뛰어다녔어요.
부엌에 비치된 대형 비누거품용액을 이용해서 거품을 만들어주더라구요.
저희 잭은 이 사람 저 사람 살피기도 하고 주변을 구경하다가 장난감이 놓여있는 바닥 카펫에 내려줬더니 아예 자리를 잡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비 그룹이나 토들러 그룹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장난감들이 준비되어 있고, 엄마들은 함께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모임입니다. 모임에 따라서는 모임의 후반부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같이 노래도 부른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공작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준비된 곳도 있어요. 1-2파운드 가량의 참가비를 받기도 하구요. 이 돈은 차/커피/비스킷 제공에 드는 기본적인 운영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카펫인데 (사실 다른 아이들이 신발 신고 왔다 갔다 하는 ㅠ) 저희 잭은 아예 엎드려서 놀기 시작했어요. 잭과 제가 이곳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자 다른 아이가 와서 잭이 만지던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았어요.
다행히 이곳에 있던 아이들 모두 친절하고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 물건을 뺏거나 그런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좋았어요. 이전에 간 집근처 다른 모임에서는 저희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한 아이가 있어서 상당히 불쾌한 기분으로 돌아왔거든요. 이날 가장 어린 아기는 7주된 아이였는데, 위 사진에 나오는 유모차에 나워서 쌔근쌔근 자고 있었어요. 우리 잭도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런 아기였는데, 이 아기를 보니 어찌나 새삼스럽던지!
갑자기 밖에 해가 나면서 아이들은 나가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좀 전에 놀던 작은 건물 바로 앞에 이런 가든이 딸려있어요.
가든 가장 왼쪽편에 있는 나무 건물 (shed)에는 야외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와 기타 장난감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이 중 오른쪽 하단에 있는 커다란 자동차가 가장 인기인데, 지금은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쉬운 아이들은 한번씩 들어가서 앉았다 나오더라구요. ㅋ 다들 차를 하나씩 잡아 타니, 저희 잭도 작은 붕붕이 위에 한번 앉혀봤습니다.
이날까지 저희 잭은 신발은 커녕 부티 (털양말)도 한켤레도 없어서 양말차림입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Bootie 사러 옥스퍼드에 가서 10만원어치 아이 겨울옷을 구입하고 돌아오게 되죠. ㅎㅎ (관련글 보기 클릭!)
자동차에 이어, 이번에는 개! ㅋ 아이들이 뒤에서 밀면서 걸을 수도 있고, 그 위에 탈 수도 있는 개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잭도 개 등에 올려줬는데, 아이가 앞쪽으로 자꾸만 기대는 바람에 완전히 개 위에 올라탄 모양이 되었습니다. ㅋ
이렇게 놀더니 엄청 피곤했나봐요. 제 어깨에 기대어 쉬더라구요. 졸려서 소리도 조금씩 지르기 시작하고.
마침 저희 골목에 사는 비르굴도 아이가 졸려한다며 집에 갈 채비를 하길래 저도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앞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멍~을 때리고 있는 폼이, 좀만 더 가면 아이가 자겠다 싶어 저는 집을 지나쳐 아이 유모차를 끌고 잠시 동네를 걸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이렇게 뻗었습니다.
아이가 춥지 않도록 팔을 모두 footmuff 안에 넣어주고 집으로 다시 고고.
아이 유모차째 집 앞 현관에 넣어뒀더니 쿨쿨 잘 자서 너무 좋았어요.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현관 바로 앞에 유모차를 뒀더니 얼마 후 우편물 배달 소음에 아이가 깨버렸거든요. --;;
총평:
- 전반적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육아하는 다른 엄마들도 보고, 잭이 새로운 환경에서 신기한 것 많이 보며 재미있게 놀고 하니 저도 기분전환이 되고 시간도 잘 가서 좋았습니다.
- 흥미로웠던 점은 저까지 포함해서 7명의 엄마가 있었는데, 그 중 세명의 엄마가 아이가 셋이었던 것입니다. 모두들 여기 데려온 아이들이 셋째들이었어요! 리스펙트! 하나도 힘든데 셋씩이나!
- 또 하나 느낀 것은, 어디나 엄마들의 삶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에요. 엄마들이 활발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모임이 끝나갈 때쯤 아이들이 피곤해지기 시작하고 징징대기 시작하자 엄마들도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역력했어요. 칭얼거리고 보채는 아이를 감당하는 것은 어느 엄마에게나 힘든 일이구나, 또 아무리 엄마라도 엄마의 그런 상태를 내색하지 않는 것 또한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 저희의 첫 초등학교 토들러 그룹 탐방기가 끝이 났습니다. 모임의 규모도 작고, 엄마들이 모두 나이스한 편이라 다음에도 시간이 잘 맞다면 또 나가볼 생각입니다. 단 토들러 그룹 시간에 잭이 낮잠을 안 자고 집에서 멀쩡하게 깨어있고, 비도 오지 않아서 유모차로 걸어갈 수 있을 날씨여야 하겠죠? (이런 조건을 다 맞추기가 생각보다 꽤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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